#김민식PD #행복심리학 #작은실천

시사IN북 뉴스레터 #16

요즘 출판계의 가장 큰 뉴스는 송인서적 부도입니다.  
서적 도매 2위 업체인 송인서적이 법정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이곳과 거래하던 출판사와 동네책방들이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도매상에서 받을 책 대금을 사실상 떼일 위험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분투하던 출판계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소식입니다. 사실은 시사IN도 그중 하나인데요. 시사IN보다 규모가 작고 어려운 출판사들을 생각하면 차마 힘들다는 얘기도 꺼내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니 엉뚱하게도 행복을 얘기하는 책에 눈이 가네요.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메인 칼럼의 저자 김민식 PD야말로 나름 험난한 시간을 보낸 사람이라 할 수 있죠. 꽃길이 보장된 공중파 PD였으면서도 MBC 파업에 앞장섰다가 온갖 수난을 겪었으니까요. 그랬던 그는 얘기합니다. 삶이 힘들 땐 뭐라도 해야 한다고요. 미래를 향해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고요.

그의 말을 떠올리며 시사IN도 가만 있지 않고 뭐라도 해볼까 합니다. 내가 몸 담은 삶의 맥락을 가볍되, 깊이있게 읽어내고 싶어하는 독자들을 위해 시사IN 저널리즘북(SJB) 시리즈를 기획한 일이 그중 하나인데요(아래 참조). 기사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한 한국사회에서 저널리즘과 출판을 연계한 이 실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대구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며 그렸던 그림들을 시리즈 첫 책 리워드로 선뜻 내어준 나효정 간호사는 자신이 그려준 그림 한 장에 행복해 하는 동료들을 보며 새삼스럽고 또 행복했다고 하더군요. 코로나19, 북한 소식 등에 바람 잘 날 없는 이즈음이지만 아무쪼록 지금 이 순간 충분히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Image by Pixabay


행복하게 살고 싶으세요?

〈올 어바웃 해피니스〉
김아리 엮음/김영사 펴냄
  
 
블로그에 독서일기를 쓰고, 유튜브에서 책 소개 채널을 진행하다 보니,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얼마 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재테크 책 좀 소개해주세요.”

“돈을 잘 벌게 해주는 책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재테크 책보다 행복심리학 책을 권하고 싶어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행복해지는 연습이거든요. 심리학의 대가들을 만나 인터뷰하신 분이 책을 냈어요. 김아리의 〈올 어바웃 해피니스〉. 행복심리학이 은근 어려운 학문인데요. 공력이 심오한 고수의 ‘무림비급’이 한눈에 쏙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말로 표현된, 인터뷰의 언어들은 쉽게 술술 읽혀요.”

김태형 저자는 이런 말을 했다. “일제 시대에 가장 행복했던 사람은 독립운동가이고, 독재 시대에 가장 행복했던 사람은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밝은 미래를 향해서 뭔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이 힘들 땐, 뭐라도 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공포와 불안이 엄습하지만 뭐라도 하면 작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이때 괴로운 일을 억지로 하면 힘들다. 가급적 즐거운 공부를 찾는다.
책은 3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행복은 관계에서 얻을 수 있어요. 2장, 가족과의 관계가 힘든가요? 3장, 나 자신과의 관계를 들여다보세요. 목차만 연결해도 책의 핵심이 나온다. ‘행복은 관계에서 얻을 수 있어요. 가족과의 관계가 힘든가요? 나 자신과의 관계를 들여다보세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과 잘 지내는 일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가? 그 일을 찾아 꾸준히 반복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큰 불행이 왔을 때, 같은 크기의 행복으로만 상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자극이 센 뭔가를 추구하게 되고, 알코올이나 도박·마약 같은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도보다는 빈도가 높은 즐거움을 추구한다.

김혜남·서은국·문요한 등 베스트셀러 심리학 저자들의 인터뷰가 실린 책이다. 책을 읽고 자신의 질문에 답해줄 저자를 찾는 것도 독서의 효용이다. 행복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반드시 행복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행복이란 어려운 게 아니다. 좋은 질문과 현명한 답으로 가득 찬 책 한 권을 읽는 게 바로 행복이다.

김민식MBC PD)
* <시사IN> 641호 별책부록 '행복한 책꽂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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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나의 작은 화판 
권윤덕 지음, 돌베개 펴냄  

“나에게 그림 그리는 일은 농사짓는 일과 비슷하다.”  

일본 측의 제안으로 한·중·일 작가들이 ‘평화 그림책’ 시리즈를 공동 출판하기로 했다. 그림책 작가 권윤덕씨는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꽃할머니〉를 발표했다. 처음 약속과 달리 일본어판 출간은 13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나의 작은 화판〉은 권윤덕씨의 첫 에세이다. 그는 국내 창작 그림책 1세대의 대표 작가로 척박한 그림책 시장을 열어젖혔다. 첫 작품인 〈만희네 집〉 이후로 그동안 내놓은 그림책은 모두 열 권. 옷과 도구 같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부터 제주 4·3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사건까지 주제를 확장해왔다. 
미술운동에서 시작해 30여 년 동안 그림과 함께한 여정을 담담하게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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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열린 책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그런가 하면 죽고 나서도 오랫동안 주위에 머무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여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루시아 벌린의 단편집 〈청소부 매뉴얼〉을 아직도(!) 아껴 읽고 있다. 단편이지만 이야기의 밀도가 높아 한 달음에 읽어 내릴 수 없는, 심드렁하게 읽다가도 몇 번이고 자세를 고쳐 앉게 되는 소설이었다. 침대맡에서 한 편씩 읽고, 그보다 오래 소설에 대해 생각하다 잠들곤 했다. 〈청소부 매뉴얼〉에 실린 단편 43편을 채 읽기도 전에 〈내 인생은 열린 책〉에 실린 22편이 새로 도착했다. 척추옆굽음증과 알코올의존증과 싸우면서, 세 번의 이혼을 겪고 네 아들을 부양하면서 써 내려간 글들이다. 청소부였고, 전화교환수였고, 대학교수였던 널뛰는 삶, 그 자체가 펄떡이는 소설이 되었다. 자전적 에세이(〈웰컴 홈〉) 역시 ‘근간’이라니 최근 들은 소식 중 가장 반갑다.  
 
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김창규·박상준 지음, 에디토리얼 펴냄  

“이제 선택은 인간에게 달렸습니다.” 

손바닥(초단편) SF 소설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겪게 될 새로운 갈등, 관계, 고민, 감정을 읽는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가상화폐 등 이제는 일상이 된 과학기술을 토대로 한 상상이라 더 섬뜩하다. 이를테면 인공지능을 통해 신체와 인격을 ‘편집’하거나 죽은 자를 데이터로 변환해 저장해둔다는 SF적 상상이다. 
유럽연합(EU)이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간’으로 인정하고,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유전자 편집 시술이 시행된 것이 2017~2018년의 현실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계층 갈등이 심화되는 현실도 더 이상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이 아니다. 
SF와 칼럼이 만나 이 시대에 필요한 사회윤리적 논쟁의 장을 연다.
 

동북아 바다, 인문학으로 항해하다 
부경대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 지음, 
산지니 펴냄  
 
“위기는 바다를 모를 때 왔다.”  

바다 이야기는 다 재미있다. 1853년 조선과 최초로 접촉한 미국 배는 포경선이었다. 부산 용당동 앞바다에 한 척이 표착한 이래 고래를 찾아 미국에서 온 포경선들이 피항지를 찾아 조선 연안에 정박했다. 1923년 제주도와 일본 오사카 사이에 항로가 열리면서 생활고에 지친 제주도 사람들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1934년에는 제주도 인구의 4분의 1이 일본에 살았다. 중국 상하이는 1930년대 이후 일제가 점령하면서 친일 인사들로 넘쳐났다.
부경대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 연구진 13명이 〈국제신문〉에 연재한 내용을 묶었다. 개항, 어촌에 남은 일본어, 부산의 산동네 등 동북아 바다를 둘러싼 이야기 40여 편을 담았다. 흥미로운 주제 아래 담긴 짧은 글들이라 쉽게 읽을 수 있다. 
 

 감염병 시대 생존수칙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팬데믹 초기부터 전문가들은 얘기했습니다.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으나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낯설어진 일상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을요.

K방역이라는 달콤한 수사에 휘둘리지 않고 장밋빛 뉴노멀의 전망에 현혹되지 않으면서이 특별한 시기를 동료 인간과 어떻게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한 책.

감염병 시대 궁금한 것, 답답한 것, 사유할 것, 행동할 것들을 모았습니다.

시사IN 저널리즘북 ×애틋한 컬러링북 

<시사IN>과 책 읽는 독앤독🐶(독립언론×독립서점)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친구책방🏡이 34곳으로 늘어났어요(앗, 이런 기쁜 소식! 대구에도 첫 친구책방이 생겼답니다 😊)

다양한 독서모임과 북클럽을 운영중인 친구책방이 많으니 클릭해 확인해 보세요. 이번주는 서울 마포의 데어이즈북스'지브리, 여름의 숲🌲' 전시회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려왔군요.  서울 대학로 책방이음작가 이진숙의 <롤리타는 없다>로 7월 랜선 독서모임📖을 준비중이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조하시고요.

친구책방에 가면 [주말에 뭐 읽지]에 소개된 책📚<시사IN>도 만날 수 있습니다
(동네책방에서 시사IN 구독을 신청하실 때는 해당 책방에 지원금이 갈 수 있게끔 책방 이름을 꼭 함께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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