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이전 중국 공산당내에서는 상하이방(上海幇)과 단파(團派:공청단 출신 인맥), 그리고 태자당 등의 세력들이 서로 견제하며 세력균형을 유지해왔습니다. 주석과 총리 등이 참여하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면면이 바로 집단지도체제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혁명 목표를 위해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 1인 지배체제를 확고히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인들은 1840년과 1856년에 벌어진 1,2차 아편전쟁을 뼈저리게 기억합니다. 수천 년간 동아시아의 패자로 군림했던 중국이 아편전쟁의 패배로 종이호랑이로 전락하며, 서구 제국주의의 먹잇감이 됐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중국전략센터' 소장, 마이클 필스버리는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중국 전문가입니다. 리처드 닉슨부터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외교 전략을 자문했던 인물입니다.
그가 쓴 '백년의 마라톤(The Hundred-Year-Marathon)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슈퍼파워로 등장하려는 중국의 비밀전략(China's secret strategy to replace America as the global Superpower)'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국내에도 2016년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필스버리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가 중국을 잘못 알았다". 사회주의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켜주고 자유무역체제에 편입시켜주면 중국이 자유세계의 일원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뒤늦은 반성입니다.
필스버리는 아편전쟁의 뼈아픈 패배로부터 100년이 되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중국 공산당이 '100년의 마라톤'을 뛰고 있다고 했습니다. 100년의 종착점인 2049년 중국이 과연 미국을 꺾고 세계의 패자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
미래를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중국은 결코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의견이 더 지배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최강 미국에 맞서는 중국 공산당 스스로 '현대 사회주의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목표 시점을 2049년에 맞춘 것은 필스버리의 시간표와 교묘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와신상담(臥薪嘗膽)'. 고대 중국 춘추시대부터 회자돼온 말입니다. 원수(怨讐)를 갚으려고 온갖 수모와 고통을 참고 견딘다는 말인데, 동양에서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한 말입니다.
실제로 대륙에서 만난 중국인들과 속깊은 얘기를 하다보면 "이제 중국은 아편전쟁 당시의 중국이 아니다"는 말을 거침없이 합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중국 압박 공세에 대한 반응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시각에서 '100년의 마라톤'은 와신상담하며 100년간 준비해온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대장정입니다.
아편전쟁에서부터 대동사회로 들어가기까지, '두번의 100년'이 파노라마처럼 펼처지는 오늘입니다. 다시 덩샤오핑의 말입니다. "국가 정책은 100년 주기로 관리해야한다". 시진핑 주석의 임기는 2022년까지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이 흔들릴까요. 서방 언론들은 시진핑 위기론을 한껏 부각할 겁니다. 저도 중국 민중들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9천만명에 달하는 공산당원들이 촘촘히 엮여 중국 대륙을 버티고 있는한 중국이 체제의 위기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한표 던집니다. 곧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는 시 주석의 대형 사진을 '공산당의 나라' 중국의 관영 매체에서 보게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2049년까지 시 주석이 중국을 이끌지는 않겠죠. 하지만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 목표는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시진핑을 잇는 '혁명 6세대'를 중국에서는 '류링허우(六零後) 세대'라 부릅니다. 1960년 이후 출생한 정계의 신진 지도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시황제가 흔들리면 그의 후계자가 나서 '리황제'나 '후황제'로 역할하면서 중국의 꿈을 향해 내달릴 것입니다.
코로나로 정신없는 마당에 복잡한 얘기로 독자들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분단도 극복하지 못한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은 과연 지금 소강사회에 살고 있나요, 그리고 대동사회를 꿈꾸고 있을까요. 우리는 지금 '100년의 마라톤'을 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