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희 기자 #미나마타 #장점마을

[주말에 뭐 읽지]  2020-09-23 #28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시민사회가 만든 미나마타학(學)  

〈끝나지 않은 수은의 공포〉  
  하라다 마사즈미 지음, 한국환경보건학회 옮김
대학서림 펴냄     

1956년 일본 미나마타현에 감염병이 돌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한집에 사는 3세, 5세 자녀가 차례로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어머니가 의사를 찾았다. 어머니는 “고양이의 질병이 옮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키우던 고양이가 경련을 일으키다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미나마타병’이 최초로 보고된 순간이다. 이 책의 표지에 미나마타병에 걸린 고양이 사진이 실린 이유다. 비극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그 공동체에서 제일 약한 존재다. 

이후 연구를 통해 미나마타병이 감염병이 아닌 환경공해로 인한 신경계 질환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수은이 원인이었다.

당시 연구를 맡았던 의사·법학자·기자 등 전문가와 피해자가 모여 ‘미나마타학(學)’이라는 학문을 만들었다. 사건을 알게 된 뒤 45년 동안 미나마타병에 몰두해온 의사 하라다 마사즈미는 2000년부터 구마모토 학원대학에서 미나마타학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학기 중 시험은 치르지 않겠습니다. 기억해내야만 하는 것 같은 지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나마타학을 이렇게 정의했다. ‘미나마타병 사건을 모든 분야에 걸쳐 연구하는 학문이며, 거기서부터 스스로 연구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학문이며, 연구자와 학생뿐 아니라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학문이다.’ 이 책은 미나마타학 강의록을 한국환경보건학회에서 번역한 결과물이다.

번역자 중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강공언 원광보건대 보건의료학부 교수다. 그는 비료공장의 악취로 마을 주민 3분의 1이 각종 암으로 사망한 전북 익산 장점마을 조사를 이끌어낸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환경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공장과 마을 간 인과관계를 인정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형식적인 사과와 보상이 뒤따랐지만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장점마을학(學)을 만들 수 있을까. 

나경희 기자 

*2006년 발행된 이 책은, 안타깝게도 현재 절판된 상태입니다. 기사에 인용된 장점마을 이야기는 다음 링크된 기사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장점마을 기사 보기 >>  해바라기 꽃 필 무렵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주역의 정석   
쩡스창 지음, 박찬철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자신의 분수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주역을 현대적인 언어와 일상적인 사례로 풀이해 14억 중국인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책. 주역의 개념을 설명하고 뜻을 풀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이치를 이용해 성공하는 법, 조직을 관리하는 법,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 법 등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가령 건괘의 효 풀이를 통해 조직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다면 무엇을 경계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수괘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다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지적하면서 욕구를 다스리는 법을 깨닫게 도와준다. ‘중국 여유위성TV’에서 방송한 강의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유튜브에서 100만 회 이상 조회를 기록하며 그 열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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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1918
캐서린 아놀드 지음, 서경의 옮김, 
황금시간 펴냄   

“1918년 미국 시애틀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전차를 탈 수 없었다.”  

책의 첫 장에 쓰인 헌사는 다음과 같다. “나의 조부모님 오브리 글래드윈과 랠리지 배글리 글래드윈, 그리고 그분들처럼 1918~1919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 대유행병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분들을 기리며 이 책을 바친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건 2015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100년 전 팬데믹 상황이 다시 전 세계를 강타할 거라고, 그래서 자신의 책이 이토록 시의적절한 것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덧붙여 그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유용한 정보와 반면교사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고 서문에 적었다. “우리가 스페인 독감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어떠한 극한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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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을 찾아서  
강상우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그는 왜 총을 들었을까. 그리고 어쩌다 항쟁의 선봉에 서게 됐을까.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은 ‘1980년 5월 광주’를 포착한 보도사진 속의 한 남자를 찾는 내용이다. 극우 인사 지만원씨는 그를 북한 특수군 ‘제1광수’라고 지목했고, 사진 속 남자를 기억하는 광주 사람들은 그를 ‘김군’이라고 불렀다. 강상우 감독은 이 영화로 2018년에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올해의 독립영화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그가 이번에는 〈김군을 찾아서〉를 출간했다.
지은이는 영화 제작 기간 5년, 영화가 나온 이후부터 책 출간 몇 달 전까지인 2년, 총 7년여 동안 103명의 시민군·연구자·목격자· 활동가를 인터뷰했다. 이 책에는 영화에 포함되지 않은 미공개 자료, 영화 이후 나온 또 다른 증언 등이 풍부한 도판과 함께 실려 있다. 영화를 보고 읽으면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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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이머입니다, 아 여자고요   
딜루트 지음, 동녘 펴냄   

“유저들끼리 싸우는 게임에서 상대방이 여자라는 걸 알고 나면 게임 속 분위기가 쉽게 지저분해진다.”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종종 떠올리는 저마다의 추억이 있다. 25명이 10시간 이상 함께 도전해 몬스터를 쓰러트렸을 때의 성취감, 다른 플레이어와의 캐릭터 싸움에서 이겨 높은 순위를 기록했을 때의 자부심 따위다. 그런데 ‘여성 게이머’는 좀 다르다. 오랫동안 게임을 해온 저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불유쾌한 일들을 소개했다. 음성 채팅을 하는 게임에서는 ‘목소리 버프(여성의 목소리로 응원하는 것)’를 요구받고, 난이도가 낮은 특정 캐릭터만 추천받으며, 성적인 멸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성들은 성희롱이 일상화된 게임을 오래 즐기지 못하고, ‘남초 집단’이 된 게임에서 성적 비하가 더욱 판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담론이 아니라 일화를 토대로 풀어내 어렵지 않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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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서 생긴 일

 교보문고를 떠올리면 알겠지만 규모 있는 오프라인 서점의 주 고객은 시간 있고 여유 있는 중노년층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서울이든 지역이든 비슷합니다. 그런데 왜 이곳에서는 제발로 책방을 찾은 청소년들이 눈에 띄는 걸까요? 

책 읽는 독앤독
시사IN×동네책방 콜라보 프로젝트. '독'립언론과 '독'립서점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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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주문이 아니었으면 하루 매출이 0원일 뻔한 날들도 많았어요. 책 받아보기까지 하루이틀 시간이 더 걸릴텐데도 동네책방에서 책을 주문해준 손님들에게 너무 감사하죠.”

얼마 전 만난 동네책방 주인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사실 동네책방과 온라인이 친한 단어는 아니었습니다. 온라인 유통과 판매를 장악한 대형서점에 맞서 동네책방이 내세울 무기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관계맺기였을테니까요.

그런데 길어지는 코로나 국면은 이런 문법도 바꿔놓고 있는 듯합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책 주문을 받는가 하면 북토크나 강좌를 화상으로 진행하며 독자들과 랜선 연결을 시도하는 동네책방이 적지 않더군요. 책방 주인이 직접 SNS나 유튜브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곳도 있고요. 물론 이 모든 시도는 물리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마음으로나마 동네책방을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독자들이 있어 가능한 거겠죠.
 
“추석 선물은 책📚으로.” 요즘 이런 문구가 눈에 띄던데요. 귀향도, 여행도 여의치 않은 명절 연휴 읽어볼 책들을 미리 동네책방에서 주문해보는 건 어떨까요? 책으로 연결된 모든 독자님들, 아무쪼록 마음만은 풍성한 추석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주 [주말에 뭐 읽지] 뉴스레터는 추석 연휴로 한 주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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