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아이〉(감독 이승환)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18 〈아이를 위한 아이
8월 3일 오늘의 큐 💡   
Q. 보호종료아동을 아시나요? 🎓
님, 8월의 첫 레터예요📬 어영부영 맞이한 다른 달들과는 달리 8월 1일은 월요일이라 더욱 "8월, 진짜 시작!"같은 느낌이 들었는데요. 님은 8월을 어떻게 맞이하셨나요?
어떤 이들에게 8월은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하는 달이 될 수도 있겠어요. 올 8월부터는 보육원과 같은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하여 보호가 종료되는 청소년들에게 지급되는 자립수당이 5만원 늘어납니다. 30만원에서 35만원으로 증액된 금액이 지급될 예정인데요.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닐지라도 조금 더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기쁜 소식이겠죠?🍀
이처럼 나이가 되어 보호기관을 나오는 청소년들이 '보호종료아동'입니다. 매년 2500여명의 청소년이 보호기관을 나오는데요. 만 18세, 아직은 서툰 게 많은 나이지만 하루 아침에 '성인'이 되어 스스로의 삶을 경제적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 속 '도윤'은 보호종료아동의 한 면을 보여줍니다. 보육원 퇴소를 앞둔 도윤에게 갑자기 나타난 아빠, 그리고 동생. 도윤은 가정이라는 새로운 울타리에서 언뜻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아빠 승원의 죽음으로 뜻밖의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속에 일어난 또 하나의 가슴 아픈 이야기, <나를 구하지 마세요>를 같이 소개해드릴게요.

다행히 2022년은 보호종료아동에게 보다 도움이 될 정책이 생겼어요. 기존엔 만18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퇴소해야 했지만 이제는 본인 의사에 따라 퇴소나이를 24세로 연장할 수 있답니다. 실패를 경험하고 자립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최소한의 안전망을 주는 것,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하나 더! '보호종료아동' 뿐만 아니라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새로운 용어 또한 사용하고 있어요. 오늘 소개해드린 영화들은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이러한 시선들이 모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킨다는 걸 떠올리면 조금은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님, 8월도 으쌰으쌰 시작해봐요🍉

서툴고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주목해야 한다면

〈아이를 위한 아이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는 보호 종료 예정인 도윤에게 아버지 승원이 찾아오면서 그의 아들 재민과 셋이서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다룬다이 사이에서 보육원과 승원 사이의 비밀이 드러나고 다양한 갈등 속에서 도윤과 재민은 여러 차례 관계의 위기를 맞게 되고작품은 그 순간의 감정을 세세하게 다뤄낸다.

마냥 착하지 않은 캐릭터가 어디로 튈지 몰라 관객들은 이후의 전개를 예상할 수 없다. ‘보호종료아동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 있는 관객의 입장으로선 도윤을 중심으로 어떻게 서사가 진행될지 흥미진진하게 관찰하게 된다숨겨진 비밀을 맞닥뜨린 도윤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의지할 구석이라곤 도윤뿐인 재민의 뻔하지 않은 관계는 작품의 긴장감을 높이고만담을 주고받듯 이뤄지는 티키타카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서사 전개가 다소 빠르게 진행되는 구석이 있어 관객이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기 어렵고새로운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들의 어색한 연기가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도윤의 캐릭터를 불량하게 보이게끔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내뱉는 욕설은 관객을 지치게 하고, 캐릭터 사이의 관계 설정이나 영화의 핵심인 숨겨진 비밀’ 또한 탄탄하게 얽혀 있지 않아 제 혼자 스스로 풀려버려 허무함을 더하기도 한다.

(...) 새로운 가족에 대한 기존 클리셰를 타파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사이사이의 이음새와 매듭을 맺는 표현력이 다소 부족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드는 영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툴고 어색한 이 영화를 주목해야 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보호종료아동’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이유일 것이다. 현재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만 18세가 된 청소년들은 보호시설을 떠나야 하고 매년 2,500명가량의 보호종료아동이 사회로 나오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와 더불어 자립 후 보호종료아동을 이끌어 줄 어른이라는 버팀목이 없기 때문에 그들로선 자주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사회적으로 관심이 비교적 적은 보호종료아동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관객에게 전달한 것만으로도 영화의 가치는 어쩌면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인디즈 임나은

<아이를 위한 아이> 감독 이승환|96분|12세이상관람가

보호 종료 한 달 전,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났다
이제 곧 성인이 되어 보육원 퇴소를 앞둔 도윤 앞에 15년 만에 아버지 승원이 찾아온다. 
얼떨결에 아버지 집에 들어가 동생을 만나고 한 가족이 된 도윤은 모든 게 어색하지만 티격태격 하면서도 점차 적응해 간다.
하지만 갑자기 아버지 승원이 죽게 되면서 호주로 떠날 계획을 미루고 동생 재민의 보호자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사망보험금을 찾는 과정에서 아버지 승원이 숨겼던 진실을 발견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게 되는데…
"나는 새로운 우리가 된 줄 알았지만, 여전히 또 다른 우리 안에 갇혀 있었다”
MZ세대 새얼굴 등장 💫 
배우 현우석
2001년 출생이에요.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짝사랑을 앓는 '승권'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모델로 데뷔 후 연기를 하게 되면서 찬찬히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어요. <아이를 위한 아이>가 현우석 배우의 첫 영화랍니다. 
배우 박상훈
2005년 출생의 어린 나이지만 벌써 연기 경력 8년차! <경관의 피>의 최우식 배우 아역, <신의 한 수: 귀수편>의 권상우 배우 아역, <그것만이 내 세상>의 이병헌 배우 아역, 그리고 현재 방영중인 tvN 드라마 [환혼]에선 이재욱 배우 아역까지! 이번엔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재민'으로 영화를 이끌어갑니다. 
말이 만드는 생각들
님, 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시나요? 어제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얼마전 완도에서 일어난 일가족 사망 사건을 중심으로 처지를 비관하여 아이와 함께 목숨을 끊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동반자살'이라는 표현 대신 보다 정확한 '자녀 살해 후 사망'이라는 말을 쓰자는 움직임이 있어요. 아이의 죽음을 이르게 한 건 보호자인 어른의 결정이고, '동반'이라고 말하기엔 한쪽의 선택권이 없었으니까요. 이렇듯 우리가 써온 말들엔 은연 중에 본질을 숨기고 호혜의 시선이 깃든 것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의 향한 말들이 보다 정확한 언어로 표현되길 바랍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어른이 됐다. 교복을 챙겨입었던 시절이 아득하면서도 얼마 전 같다. 이상한 기분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어른’이란 단어를 생각한다. “어른답지 못하다” 책임감이 없을 때. 마땅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그렇게 표현하고 끄덕인다. 어른이 절반을 훌쩍 넘기는 세상. 현실에선 “어른답다”는 말이 어색하다. 


고아. 보육원 출신. 자녀와 동반자살. 우리에겐 ‘보호종료아동’ 혹은 ’자녀 살해 후 자살’ 이런 말보다는 앞선 말들이 더 익숙하다. 영화 〈아이를 구한 아이〉나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익숙한 말들을 다시금 뒤집는다. 

어른이 아이를 구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두 영화는 그저 '사람은 사람이 구할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를 위한 어른 대신 아이를 위한 아이, 아이를 위한 사람들만이 있다. 내가 나를 구하기도 어려운 세상. 어디에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

<나를 구하지 마세요> 감독 정연경|97분|12세이상관람가

아빠가 떠난 후 도망치듯 엄마(양소민)와 함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사 온 열두 살 소녀 선유(조서연). 또래보다 일찍 철들어버린 선유는 엄마마저 자신을 떠날까 불안함이 앞선다. 
전학 첫날, 말썽쟁이 정국(최로운)이는 눈치도 없이 선유 곁을 맴돌고
선유는 명랑한 정국의 모습에 조금씩 웃음을 되찾아 가는데…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정국의 한 마디는 선유를 구할 수 있을까?
아쉬우니까 한 번 더 소개할게요 ! 🤫  

지난 주 레터에 실린 내용이 왜 또 들어갔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지나친 분들이 있을까봐서 한번 더 가져왔어요. 스트리밍 서비스로 웨이브(wavve)와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가 함께 '인디플렉스 위크: 독립영화 단편 컬렉션'으로 온라인으로는 보기 힘들었던 단편영화들을 상영하고 있어요. 단편영화 사랑이라면 빠질 수 없는 인디즈들도 와다다 달려와봤습니다💨 

느낌 온다, 라이징스타의 느낌! 나만 알고 싶은 배우지만 곧 누구나 알아볼 배우가 될 독립영화계 스타들의 작품을 모은 섹션, 장편/상업영화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전개와 방식으로 중무장한 톡톡 튀는 작품들을 모은 섹션, 그리고 영화는 사회의 거울임을 말해주는 사회이슈를 다룬 작품들을 모은 총 3개의 섹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번주 일요일까지만 볼 수 있다는 사실! 님, 이번주도 플렉스 해보세요😎💸

 ✅ 뭘 봐야할 지 모르겠다면, 인디즈 픽!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감독 김소형

‘우리’란 범주에 이름을 같이 싣는 일보다 한결 어려운 건, 그 이름을 바르게 호명하는 행위가 아닐까. 타자를 주저 없이 효용에 의해서가 아닌, 마음을 꽉 기워 부르기까지는 용기를 수반해야 가능하니까. 이 영화에는 안이 정연의 망(望)을, 정연이 안의 앓던 마음을 또박또박 발음해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여타 영화에선 가족에게 원망을 감지하는 청소년기 인물이 등장하면, 그 기분은 구성원에 의해 뭉근히 생략되는 문법이 잦았다. 억지로 포옹을 해야 끝나는 파티의 식순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는, 안의 기분을 끝까지 실어 나른다. 특히 정연이 안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정확하게 해주는 대목은 무척 다정해서 엉엉 울었다. 이외에도 감정이 고양되는 대사는 서로에게 익숙한 언어로 하는 것, 그럼에도 말 안에 든 표현은 무사히 전달되었다는 환한 얼굴들, 판메밀 식당에서 꼬깃한 마음을 아예 숨기지 않고 먹던 때, 방문 앞에서 서성이던 둘, 산울림 노래를 같이 허밍하는 장면들 등등. 하나같이 늦고 눅눅한 여름을 관통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이 영화는 복숭아를 (혹은 즙이 가득한 과일을) 썰어두고 보길 추천한다. 영화에서 과육의 당도만큼 다디단 장면과, 여름만의 무성한 초록들이 뻗어 나오기 때문이다.

인디즈 김해수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 감독 서지환
죽이고 싶다는 ㄴ은 누구일까. 년인지, 놈인지 헷갈린다면 성공이다. 나무 사이를 뛰어가는 여자의 머리에 떠오른 복수심은 빽빽한 숲속처럼 복잡하다. 여성끼리의 미묘한 관계가 돋보이는 작품
인디즈 이현지

<선율> 감독 김윤정
이리저리 움직이는 불안한 음표들 사이에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까 
인디즈 임나은

<우주의 끝> 감독 한병아
막연한 우주 같았던 삶을 지나 죽음에 다다랐을 때 뻔하고 지루한 절망 대신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출 테야
인디즈 임나은 

<나를 깨우는 바람> 감독 김민주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야만 사는 사회에 대한 저항이다. 무엇을 하든 비난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갈 자유를 위해! 
인디즈 임나은 

 ✅ 인디즈 큐!가 소개했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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