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기록이 바뀔까

역대 최악의 산불은 191시간 동안 23,794㏊를 태운 2000년 강원 강릉·고성 산불인데요. 이번 동해안 산불은 현재 상태에서만 이미 역대 두 번째로 피해 규모가 커요. 

그런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산불이 2000년 당시의 피해 규모를 훌쩍 뛰어넘어 기록을 갈아치울지도 모른다고 해요. 

울진-삼척 산불 영향 구역은 19,233㏊로 확대됐고 주택 등 시설 449곳이 불에 탔습니다. 대피 중인 주민도 무려 5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요. 완전 진화까지 고려하면 피해 면적 3만㏊를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라고 하죠.

거기다 강릉-동해 지역은 이번 산불로 인해 116명의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됐고 196채의 집 등 건물들이 소실됐어요. 산림 피해 면적은 약 4000㏊로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니죠. 이는 여의도 면적의 13배, 축구장 면적의 560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번 산불의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정부는 울진·삼척과 동해·강릉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하고 국비를 지원하기로 했어요. 특별재난지역은 자연·사회 재난 발생 지역에서 지자체의 행정·재정 능력만으로 수습이 곤란해 국가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선포되는데요.

이번 선포는 10,11번째 특별재난지역이자 산불로 인한 사례로는 4,5번째예요. 이외에 대형 산불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사례는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23,794㏊), 2005년 4월 강원 양양 산불(973㏊), 2019년 4월 강원 동해안 산불(2,872㏊)이 있습니다.

산불이 가져오는 재앙

산불이 발생하면 화재가 났던 산과 인근 마을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돼요. 산속에 살던 동물과 곤충과 수많은 나무들, 귀한 식물들도 불에 타 사라지죠. 

또한 산불이 타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로 주변 공기가 급격히 나빠질 뿐 아니라, 화재가 일어났던 지역의 지반 자체도 약해져 여름철 집중호우 시 산사태나 토사 유출, 하천 범람 등의 연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져요. 한 번 화재가 났던 산의 토양은 약 2년간 토양을 유실할 위험이 더욱 커지고요.

실제로 역대 최악이었던 2000년 4월 7일 발생했던 산불은 이후 산불 흔적을 지우는 데만 5년여가 걸렸고, 산림 복구에만 1천억 원을 써야 했어요.

게다가 2005년 산불로 타버린 강원도 양양군에 심어진 나무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한 결과, 산불이 난 지역의 토양이 산성화되어 나무가 원래 키의 50%~70%가량밖에 자라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고요.

이처럼 산불로 피해를 입은 숲이 다시 형성되기까지는 적어도 30년이, 산에 살던 야생동물들이 완전히 돌아오는 데는 35년의 세월이, 숲이 공익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 50년의 기간이, 불타버린 토양이 다시 복구되기까지는 무려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수난을 겪는 동물들

이번 동해안 산불로 인명피해는 피했지만, 수많은 동물들이 큰 피해를 당했어요. 가축이나 반려동물, 야생동물들이 크게 다치거나 숨진 채 발견되고 있죠.

살아서 발견된 몇몇 개들은 목줄에 묶여 불을 피하지 못해 그슬렸고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울진·삼척 산불로 불에 타 죽은 사육동물들의 수는 수백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요. 또한 울진군 일대에 살고 있는 산양 등 보호종과 각종 야생동물들의 피해도 심각해요.

울진군에 따르면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등록된 산양은 울진 지역에 12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는데, 이번 산불로 산양의 서식환경이 파괴되면서 먹이 활동에도 큰 지장이 있을 것으로 걱정됩니다.

더 많은 산불이 찾아온다

이번 동해안 산불 만이 아니더라도, 국내 산불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산림청에 따르면 2007~2016년 10년 동안 산불 피해 면적은 평균 478㏊ 정도인데, 2017~2020년 산불 피해 면적은 평균 2천137㏊ 정도로 지난 10년 평균의 5배가 넘죠.

올해 산불도 예년보다 늘었어요.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발생한 올해 산불은 245건. 지난해 같은 기간 126건의 두 배가량 높은 수치예요.

환경단체나 산림청 관계자들도 최근 산불이 더욱 크고 발생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고 말해요.

산불 원인과 피해

산불의 초기 원인은 주로 인간에 의한 방화이지만, 산불이 갈수록 이처럼 크고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이번 산불은 올겨울이 ‘50년 만에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건조했던 것이 일차적 원인으로 꼽혀요. 지난해 12월~올해 2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13.3㎜에 그쳤는데요. 지난 30년(1991~2020년) 평균 겨울 강수량 89㎜의 15% 수준이죠. 기상관측이 전국으로 확대한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양이라고 해요.

최근 많은 전문가들은 이처럼 겨울이 고온 건조해지는 이유를 급속한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보고 있어요. 기후위기로 인해 한국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산불이 대형화되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 온도가 1.5도 증가하면 ‘산불 기상지수’(FWI)*는 8.6%, 2도 증가하면 13.5% 상승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는 '겨울'에 산불 지수가 더 상승한다는 결과도 나왔어요.

연구에 따르면 온난화로 따뜻해진 겨울, 눈이 적게 내리고 건조한 날이 이어지면서 겨울 산불이 늘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고 봄철 산불이 사라진 건 아녜요. 겨울이 가물었던 만큼 건조한 날씨는 봄까지 이어져 대형 산불이 자주 찾아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와요.

*산불 기상지수 : 온도와 습도를 고려해 산불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수

숲을 가만히 두면 안 될까?

산림 관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숲가꾸기’ 사업이 산불 대형화를 키운다는 주장도 있어요. 

산림청에서는 숲의 큰 나무를 키우기 위해 소나무만을 남기고, 참나무를 포함한 낙엽활엽수를 잡목이라 여겨 베어버리고 있는데요. 이는 되려 생물다양성이 훼손하고 산림이 화재에 취약한 상태로 만든다고 해요. 

소나무는 기름성분이 많아 화재가 났을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연숲은 빗물을 머금고 토양을 촉촉하게 유지하지만 나무를 베어내어 산림이 건조해지고 숲 내부 바람이 빨라졌어요. 이로써 산불에 취약한 숲이 되는 거죠.

환경운동연합은 산림청 ‘숲가꾸기’를 하지 않는 국립공원에는 대형 산불이 발생하지 않으며 인근에 발생해도 국립공원으로 확산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