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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읽지]  2021-09-09 #71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10년 전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 바로 옆에는 재개발도 비껴간 동네, 문안동이 있다. 낡은 가게, 다세대주택, 쪽방촌이 어지럽게 공존하는 그곳에는 “당장 죽어도 모를 나이”인 노인들이 산다. 적당히 활기찬 일상이 이어지던 어느 날, 일주일 넘게 연락이 닿지 않던 ‘문안사진관’ 박 사장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사진관 건물 주인이자 재개발된 아파트 세이프빌에 홀로 사는 방덕수는 박 사장을 조금 더 일찍 살피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다 ‘문안동 안녕 연락망’을 만든다. 이른바 고독사 방지 프로젝트다.

그렇게 결성된 연락망은 매일 새벽 5시 방덕수를 시작으로 낙지집에서 알바하는 설쌍연, 퇴직 교사 장형팔과 김경욱, ‘세봉 꼬마김밥’ 사장 신세봉, 방덕수의 친구이자 설쌍연의 남편 조영순, ‘참피온 자전거’ 사장 이춘복으로 이어진다. 연락망이 한 바퀴 돌면 방덕수의 ‘필리핀 며느리’ 안젤라가 상황을 정리하여 단톡방에 공유한다. 여기에 반려견 ‘마리’와 함께 쪽방촌에서 사는 어딘가 수상한 정분례와 쪽방촌 사람들, 치매를 앓는 신세봉의 노모, ‘세이프 공인중개사’ 사장 허보경과 그의 반려인 장영남의 이야기가 더해져 ‘안녕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다드래기 작가의 〈안녕 커뮤니티〉는 ‘문안동 안녕 연락망’ 속 사람들이 서로 안부를 묻는 ‘따뜻한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그리 간단치도 녹록지도 않은 ‘서늘한 개인사’를 담은 만화다. 그 개인사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미시사이기도 하다. 문안동에는 고령화사회의 서글픈 단면이 담겨 있으며 저마다의 인생에는 다문화 가정, 여성, 가부장, 성소수자, 빈곤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게다가 이야기의 중심에는 도시개발 문제가 수맥처럼 흐른다.

삶과 죽음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는 노인들과 ‘소수자’로 사는 이들을 섣불리 불행에 던져놓지 않는다. 서로 엉킨 관계들을 피아 혹은 선악 구도에 쉽게 가두지도 않는다. 그저 무심하게 안부를 묻고, 서로를 연민하며 적절하게 ‘오지랖’을 부리고, 욕망과 불안을 공유하며 느릿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문안동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쾌한 일일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가끔안부 묻는 무슨 힘이 있을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안부라는오지랖 어떤 이를 고립에서 구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지켜낼 있다고 믿고 싶다. 특히 비대면이 일상이 요즘은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고 우리가 지키고 싶은 문안동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책은안부라는 신호로 곁을 만들고, 느슨하지만 든든한 공동체를 지키는 일이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비록 막막할지라도 서로 안부를 물으며 연결되고자 애쓰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게 되어 있다.
● 오수경(청어람 ARMC 대표) 
2020 '행복한 책꽂이'에 수록된 원고입니다. 

시사IN 기자들이 주목한 책
아 해보세요
메리 오토 지음, 한동헌·이동정·이정옥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입 안은 몸의 일부입니다.”




부서진 치아 조각을 앞에 두고 자연스레 책에 손이 갔다. 실제로 치과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기도 하다. ‘ 해보세요.’ 의료 전문 저널리스트가 미국의 치과 의료 시스템을 들여다본다. 2007 치아 감염을 치료하지 못해 발생한 합병증으로 소년이 사망한 데서 책은 시작되었다. 미국에선 수백만 명이 치과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에선 웃을 예쁘게 보이기 위한 미용 치과 시술이 늘어간다. 치료 대신 견딜 있을 때까지 견디다가 발치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알래스카의 많은 청년이 없는 일상을 견디고 있다. 부제대로치아에 새겨진 불평등의 이력들 모습을 드러낸다. 입안도 몸의 일부인데 전신 건강과 구강 건강이 구분되어 있는지 평소의 궁금증을 해결할 실마리도 담겨 있다. 책 자세히 보기 >>>

말끝이 당신이다
김진해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세상이 허풍 떠는 말을 닮아간다. 허풍이 현실에서 벌어지면 십중팔구 비극이다.”

200자 원고지 넉 장을 넘어서는 안 되었다. 주제는 ‘말과 글’에 한정됐다. 그 안에서 말의 심장을 살피고, 품격을 따져보고, 경계를 확장해보려 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한겨레〉에 ‘말글살이’를 연재하는 일은 곧 말과 글의 가능성과 상상력을 가늠해보는 작업이기도 했다. 언어학자인 저자는 변화에 관대하다. 바르고 예쁘고한국어다운말과 글은 관심사가 아니다. ‘선을 넘는 언어의 지평을 넓힌다고 믿는다. 경계에 있는, 종내 선을 넘는 이들로부터 출발하는 변화를 그는 기쁘게 기록해둔다. 말이 흉기가 되지 않도록 보듬고 연대하는 일의 중요함을 덧붙여둔다. 관습을 의심하며 해체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글은 짧지만 깊다. 가벼운 묵직하다. 다정하면서 날카롭다. 책 자세히 보기 >>>

또 하나의 전쟁, 문화 전쟁
김인희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중국이 한국과의 문화 전쟁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 문화 갈등이 온라인상에서 빈발한다.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유래됐고, 한국 연예인이 중국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등의 중국발 기사가 시초다. 동북공정에 빗대어문화공정이라고 여기는 목소리가 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의 일탈을 침소봉대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발 애국주의를 연구해온 저자는문화공정이라는 말이 과하다고 본다. 그러나 흐름을 일시적 해프닝쯤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한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영 매체의 태도가 분명 변했고, 뒤에는 문화정책이 있다 적었다. 핵심은문화 아니라이데올로기 있다는 책의 요지다. 중국이 전통문화를 수단으로 주변국의 종주국임을 주장하려 한다는 . · 문화 갈등의 뿌리를 더듬게 해주는 . 책 자세히 보기 >>>

무역 전쟁은 계급 전쟁이다
매슈 클라인·마이클 페티스 지음, 이은경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무역 전쟁을 종식시키려면 계급 전쟁을 종식시켜라.”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전쟁은 수출국가인 한국에서도 관심사였다. 이런 국가 무역 분쟁은 흔히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익 경쟁 때문에 벌어지는 것으로상상된다. 그러나 책의 저자들은무역 분쟁이 노동자와 일반 퇴직자들을 희생해서 부자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해당 국가 내부의 정치적 선택에서 불거진 예상치 못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주장한다. 각국 내부의 불평등과 국제분쟁이 강력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역 전쟁이 세계경제를 망치고 나아가 물리적 충돌까지 야기하는 것을 차단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소득불평등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글로벌 경제의 지나친 의존이라는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견해다책 자세히 보기 >>>

그림의 영토




기억은 나뉜 방에 칸칸이 들어앉아 켜켜이 쌓인 벽지처럼 내밀한 곳까지 닿기도 하고, 침묵의 벽처럼 묻히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기억은 옅어지기 마련인데, 다시금 생생하게 떠올릴 있는 기억들은 모두 내가 살았던 관계가 있다. 집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모든 시간을 공유한다. 김지혜 (그림책서점소소밀밀대표)

신생아 침대에 숨긴 3.1 독립선언서  

"진짜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오랜만에 연락온 친구가 안부만 묻고 끊으려기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그럴리 없다는 듯 재차 용무를 캐물었죠. 사실 제 통화목록을 살펴보면 삭막하기 그지없습니다. 모든 연락에는 '용건'이 있죠(요즘에는 오랜만에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낼 때 첫인사로 "보험, 결혼, 종교 아님!"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고 해요). 생을 보다 윤기있게 만드는 이유없는 안부의 쓸모와 아름다움을 저는 친구에게 배웠습니다.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으며, 나에게 당신을 생각할 여유가 있음을 증명하는 목소리의 힘을요.

시월에 독자를 만나게 될 <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에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 지역 커뮤니티 사례가 소개돼 있습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구분해놓은 기존 복지 체계로는 '가난하고 불쌍해서 돕는다'는 낙인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노인이 홀로 사는 이웃에게 전화를 돌리는 '돌봄 품앗이'를 조직한 이유입니다. 이를 통해 돌봄 받을 권리는 물론 누구나 타인을 돌볼 의무가 있음을 공동체가 공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책을 준비하면서 여러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펀딩 시작 닷새 만에 목표액 100%를 채워주셨습니다. 주제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쁘고, 또 큰힘이 되었습니다. 북토크도 알찬 시간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으니 남은 펀딩 기간 동안 계속 관심 부탁드립니다 : ) 

시사IN 동네책방이 다시 손잡고 읽는 당신x북클럽 2기를 시작합니다여럿이 함께 책을 읽으면 깊이, 다양하게 보는 힘이 생깁니다혼자서는 되는 완독의 기쁨도 느낄 있죠책을 통해 세상이 나아가는 흐름을 읽고 우리 곁의 소중한 문화 거점 동네책방도 살리는 특별한 경험이읽는 당신 기다립니다

  • 기간 / 9월30일~12월16일
  • 참가비 / 12만원(도서 구입비+북토크+독서모임 참가비) 청소년은 9만원
  • 신청기간 / 9월26일까지 (신청하기)

함께 읽을 책
① 몸의 다양성과 공존 : <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지음, 사계절 펴냄)
② 삶의 다양성과 공존 : <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③ 생명의 다양성과 공존 : <짐을 끄는 짐승들>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오월의봄 펴냄)
 
북토크 
강사진이 확정되었으며,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① 오프닝 북토크(9월30일) : “기후위기 시대의 공생과 진화”, 강사 이정모(국립과천과학관장)
② 1차 북토크(10월21일) : 김원영(저자, 변호사)
③ 2차 북토크(11월18일) : 이현석(저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④ 3차 북토크(12월16일) : 홍은전(작가, <그냥, 사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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