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의 끝, 자취생활일기

8월의 끝, 처서매직과 혼자살기

더워 죽겠고, 습해 죽겠던 여름이, 처서 전후로 정말 뚝 끊어진 느낌입니다. 저녁 바람은 시원해지고, 빨래가 마르는 속도가 한결 빨라졌습니다. 숨통이 조금 트이는 느낌입니다.

계속 비가 오는 바람에 집의 환기도 제대로 못했었어요. 그래서 이번주에는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고 온 집안의 환기를 했습니다. 환기를 하는 김에 대청소도 하고, 이불 같은 큰 빨래들도 해치웠습니다. 아무리 시원했다고 해도 몸을 부산하게 움직이니까 온 몸에 땀이 또 맺혀서 머리를 틀어올려 묶고 열심히 움직였습니다. 새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하는 일은 설레면서도 힘이 듭니다. 특히 혼자 다 하려니까 더 그래요.

1인 가구의 삶

저는 혼자 살고 있습니다. 혼자 산지는 4년 정도 되었어요. 혼자 살다 보면 정말 새롭게 알게 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혼자 사는데도 빨래는 왜이렇게 많은지, 화장실 청소는 생각보다 더 자주 해야한다는 것(물론 저는 청소에 젬병입니다...열심히 해도 티가 안남) 등....하지만 가장 신경쓰이는건요, 생각보다 생필품이 비싸다는 것입니다.

휴지며, 샴푸, 세제 같은 것들은 왜 꼭 한 번에 떨어질까요? 없으면 안되는 것들이니까 마트에 가서 하나씩 담다 보면 도대체 왜이렇게 비싼지. 결국은 늘 10000원짜리 샴푸와 7000원짜리 샴푸 앞에서 고민하게 되고, 3겹짜리 휴지와 2겹짜리 휴지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리게 됩니다. 결국 다 챙겨담고 계산대에 서면 10만원은 또 왜이렇게 금방인지.

처음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누구나 그렇듯이 '좋은 것만 쓰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사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은대부분 현실과 타협하며 대부분 다이소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돈도 품도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아휴, 인스타그램 속 예쁜 집들과 유튜브 속의 vlog같은 집들은 꿈도 못꾸겠어요.

그리고 집안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냉장고 앞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장을 봐야하는데, 이번주에는 뭘 해먹지, 남은 식재료는 뭐가 있지, 남은 것들로 뭘 만들 수 있지....식탁에 앉아서 한참 고민하다 보면 속이 답답해집니다. 엄마가 해주는 밥 얻어먹으며 살지 않은지가 10년이 넘었는데도, 이런 날에는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싶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죠. 혼자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요. 아무도 대신 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어떻게든 해내는 수 밖에 없어요. 배달을 시키든, 해먹든, 다 쓰레기로 버리든, 내가 해결을 해야죠. 요즘 식재료 가격이 너무 올라서 당분간 식재료 소비를 좀 줄여보기로 했기 때문에 오늘은 냉장고를 털어서 해먹는 밥, 냉털음식의 날입니다.

하지만 빨래며 청소며 다 하고 나니까 제대로 요리까지 할 힘이 없는거 있죠. 그냥 누워있고 싶다.....그래서 최대한 간단하면서도 입맛이 돌만한 요리를 떠올려봅니다. 냉장고를 열어봅니다. 제철의 완숙 토마토가 보이네요. 마트의 할인코너에서 사온 배추와 반쯤 시든 시금치, 먹고 남은 빵 꼬다리, 모짜렐라 치즈, 먹고 반캔 남은 스팸, 이런것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놓여있네요. 뭐랄까, 이런 것들은 사진을 찍어 넣어야 하는데, 냉장고는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예쁘게 나오지가 않습니다. 포기!

머리속으로 어떤 요리를 해야하나 고민하는 동시에 냉장고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던 식재료들을 꺼내서 각각 봉투나 컨테이너에 담고 제 위치에 넣었습니다. 그간 덥다고 움직이는 일에 소극적이었던 탓에 냉장고 관리에도 너무 소홀했네요. 아주 상해버린 것들은 좀 꺼내서 버리고, 어떤 것들은 냉동실로 위치를 옮겨줍니다.

오늘은 뭘 먹을까. 이 중에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역시 빵인 것 같아요. 애매하게 남은 탓에 다시 냉동하기도 좀 그렇고. 아 오늘 메뉴를 정했습니다. 오늘의 냉털메뉴는 바로!

판자넬라! 판자넬라?

판자넬라(Panzanella)는 썩 익숙하지 않은 메뉴죠.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토스카나(Tuscan) 지역의 대표적인 여름 메뉴인데요, 이 메뉴의 특징은 묵은 빵으로 만드는 샐러드라는 점이에요. 요리사들에게도 생소한 음식이라고 하는데, 제가 도대체 어디서 이걸 배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샐러드 중에 하나에요! 게다가 만드는 법도 쉽거든요.

저는 이탈리아 음식들이 정말 좋습니다. 어쩐지 푸근한 느낌의 음식들이 많아요. 기교를 부리기 보다는 있는 것들을 몰아넣어서 푹 끓인다거나, 가볍게 볶아낸다거나, 어쩐지 테라스나 정원, 공원에 대충 앉아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메뉴들이 많습니다. 판자넬라도 그런 메뉴 중에 하나에요. 사실 이번 주말에 언니들이랑 바다에 가기로 했는데, 판자넬라 샐러드를 싸갈까 해요. 차가운 와인이랑 같이 먹고싶어서요.

구독자을 위해 토스카나 지역의 사진을 덧붙여 두었습니다. 비록 집에서 만드는 냉털 음식 이야기지만, 그래도 레터를 읽는 동안 이탈리아의 햇빛과 바람을 상상하실 수 있기를 바라요.

판자넬라를 조금 더 소개해보자면, 묵은 빵과 토마토가 들어가는 샐러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묵은 빵 샐러드라고 하니까 너무.....맛없을 것 같아서 다급히 정정해보아요 😂 맛있어요 믿어줘!

판자넬라 샐러드를 만드는 방법은 정말 쉬운데, 몇 가지 포인트만 지켜주면 돼요. 기본 규칙만 지켜진다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넣어도 되는 것도 장점이죠. 냉털 음식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변주가 쉬워야 있는걸 다 때려넣고 만들 수 있잖아요.

일단 토마토를 준비합니다. 아무 토마토라도 괜찮아요. 방울토마토, 흑토마토, 완숙토마토, 찰토마토. 정말 토마토라고 이름 붙은 친구라면 다 괜찮습니다. 적당히 한 입 크기로 썰어주세요. 저는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사이즈를 '한 입 크기'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더 작아도, 더 커도 상관 없습니다.

자, 판자넬라의 제 1 포인트, 토마토는 꼭 소금에 절인다! 입니다. 토마토에 밑간을 하는 것으로 토마토에 소금을 약간 더하면 단맛이 더욱 강해지거든요.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이유는 토마토에서 물이 많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에요. 토마토에서 나온 물이 드레싱이 되거든요!

출처 : Serious eats

토마토에 소금을 넣었을 때와 넣지 않았을 때는 사실 차이가 꽤 큽니다. 3배쯤 물이 많이 나오는 것 보이시나요? 좋은 비교자료가 있어서 가지고 와봤어요. 판자넬라의 또 다른 포인트는 빵이 소스를 흡수한다는 점에 있어요. 그래서 물이 많이 나올 수록 샐러드도 빵도 맛이 있고요. 그러니 소금에 절이는 과정은 절대절대 빼놓으면 안되어요.

토마토에 소금을 뿌려서 조심스럽지 않게! 숟가락으로 퍽퍽 섞어주세요. 토마토가 탈출하지 않도록 조금 큰 사이즈의 볼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왜 말하냐고요....? 저도 말하고싶지 않았어요....제 토마토들이 다 탈출하기 전까지는......땻싀🙈

토마토가 절여지고 있는 사이에 이제 묵은 빵을 준비해볼까요. 빵은 부드럽지 않은 것들이 좋습니다. 식빵 같은 것들은 드레싱을 흡수했을 때 너무 물러질 수 있으니까요. 치아바타 정도는 괜찮지만 사워도우나, 호밀빵, 깜빠뉴 같은 애들이 좋아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남은 꼬다리 빵들이 좋습니다.

원래는 묵은 빵을 그대로 쓰는 것이라는데, 요즘은 대부분 한 번 구워서 쓰는 것 같아요. 저도 구운 빵을 좋아해서, 묵은 빵을 벅벅 손으로 찢어줍니다. 하지만 다음엔 손으로 안 찢고 칼로 자를 것 같아요....솔직히 잘 안뜯어져서 이게 요리를 하는건지 운동을 하는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빵에는 올리브유를 둘러 버무린 다음에 구워줬습니다. 팬에 구우면 설거지거리가 나오니까 종이 호일을 깔고 오븐에 구웠어요. 이게 더 맛있기도 하고요. 에어프라이어에 해도 되는데, 어쩐지 이날은 오븐을 쓰고 싶었습니다. 오븐 유리 너머로 빵이 구워지는걸 보는게 좋거든요. 그리고 제 에어프라이어는 땡! 하는 소리가 조금 가벼운데, 오븐은 땡~ 하고 어쩐지 더 기분좋은 소리가 납니다. 이날은 왠지 오븐의 땡~ 소리가 땡기는 날이었어요.

빵을 벅벅 찢어 오븐에 넣는 사이에 토마토가 다 절여졌네요. 토마토를 체에 걸러서 물만 따로 모아줍니다. 그냥 절이기만 했는데 생각보다 물이 많이 나왔더라고요. 제 토마토는 아주 무른 완숙토마토가 아니라 많이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짭쪼름하니 토마토 향이 퐁퐁 솟아나는 토마토 주스가 남았습니다.

빵이 구워지는 사이에 얼른 드레싱을 만들어둬야죠. 오븐을 살짝 보고 오니까 올리브오일이 자글자글 끓어오르며 빵이 구워지고 있습니다. 오븐 앞에 서니 열기가 확 풍겨오는건 어쩔 수 없지만 역시 기분좋은 풍경이에요.

판자넬라의 드레싱은 사실 토마토 물과 올리브오일, 식초 이 세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다른건 다 곁가지에요. 그리고 바로 이것이 제 2번 포인트에요. 집에 남아있는 허브나 다진양파, 다진마늘 같은 것들을 조금씩 넣어도 되지만, 냉털요리 답게 있으면 넣는거죠. 집에서 연어를 먹는다고 샀던 처치곤란인 케이퍼가 있다면 성글게 다져 넣어줘도 좋고요, 발사믹 식초가 있다면 그걸 넣어도 되고, 스테이크에 곁들이겠다고 샀던 씨겨자가 있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저는 이날 양파가 똑떨어져서 양파는 넣지 않았고, 다진마늘을 새끼손톱만큼 넣고, 실수로 두 개나 주문해서 냉장고에 넘쳐나는 케이퍼를 다져 넣었고, 냉해를 입고 거의 죽어가는 바질을 썰어 넣었어요.(사진 오른쪽에 검은 덩어리 있죠? 그게 바질이에요....솔직히 버려야 할 수준이었으나....뭐 냉털음식이잖아요? 당당하게 넣었습니다). 거기에 디종 머스터드를 조금 넣어서 마무리했어요.

드레싱이 만들어지자 마자 오븐이 땡~ 하고 울리네요. 타이밍도 좋아라. 빵이 노릇노릇하게 잘 익었네요. 오븐 트레이 앞에 가만히 서서 큰 숨을 들이쉬고, 잠시 숨을 참으며 소리를 들어봅니다. 오븐에서 막 꺼낸 빵은 향이 엄청 좋아요. 오일이 여전히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고, 빵이 타닥이며 마지막 수분을 털어내는 소리도 납니다.

저는 이 순간을 좋아해요. 오븐에서 막 꺼낸 것들의 소리를 듣는 일이요. 공연장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멋지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구경하는 기분입니다. 아주 찰나이기 때문에 요리하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거든요. 소리가 잦아드네요. 자 이제 마지막, 조립의 시간입니다.

드레싱에 절여진 토마토, 그리고 잘 구워진 빵을 한데 넣고 잘 뒤섞어줍니다. 그리고 판자넬라의 마지막 포인트, 빵이 드레싱을 충분히 머금을 수 있도록 15~20분간 이대로 둡니다.

그 사이에 설거지를 하고, 빠른 샤워도 하고 왔어요. 저는 정말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하는데, 그래서인지 설거지만 하고 나면 온 몸이 땀범벅이 되거든요.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가볍고 깨끗한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서 다시 주방에 섰습니다. 어쩐지 유럽풍이 나는 그릇에 샐러드를 담아보았습니다. 아끼는 그릇인데 설거지를 하다가 작년에 대차게 깨먹어서 킨츠키를 해서 붙인 그릇이에요. 파마산을 살짝 갈아올려보았는데, 굳이 안그랬어도 될 것 같기는 합니다.

촉촉하지만 축축하지는 않은 빵과 짭조름한 토마토의 합이 아주 좋아요. 빵이 들어가서 든든하기도 하고요. 창문을 열어두었더니 시원해진 늦여름의 바람이 저를 휘감고 또 사라집니다. 식초의 상큼함이 입맛을 돋우고요. 오이나 아보카도, 복숭아, 치즈 등 뭘 넣어도 두루 맛있는 이 메뉴로 오늘도 냉장고를 조금 비워냈습니다.토스카나에서는 한여름을 지나며 먹는 음식이라는데, 어쩐지 한국에서는 늦여름을 보내는 메뉴로 안성맞춤인 것 같네요.

판자넬라를 다 먹고 나니까 건조기가 빨래를 다 말렸다며 띠링띠링 울려댑니다. 휴지며 샴푸며 주문한 것들을 화장실에 잘 채워넣고, 제 위치에 넣고 나니까 금방 하루가 다 갔어요. 한 일도 없이 이미 해가 지네요. 물걸레 청소기가 훑고 가 깨끗해진 바닥에 별이랑 둘이 누워서 쉬었습니다. 별이도 하루종일 청소기를 피해다니느라 지쳤는지 같이 널부러져있네요. 냉털까지 마쳤으니 오늘의 자취생활일기에는 '참잘했어요' 도장을 찍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 해냈다. 혼자라서 더욱 뿌듯한 하루네요.

만들기도 먹기도 쉬운 판자넬라

토마토 300g

소금 두 꼬집

묵은 빵 한 주먹만큼(50g 정도)

올리브오일 1T+3T

다진양파 1t

식초 1T

설탕 2꼬집

1. 토마토는 한 입 크기로 대충 썰어줍니다. 소금을 넣고 15분간 절여주세요.

2. 빵을 적당한 사이즈로 자르거나 찢은 후에 올리브오일 1T를 둘러 버무린 후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 10분간 구워줍니다.

3. 토마토 절인 물을 거른 후 다진양파와 올리브오일, 식초, 설탕을 넣어 잘 섞어줍니다.

4. 토마토와 구워진 빵을 드레싱에 버무린 후 20분간 실온에 두었다가 그릇에 담아줍니다.

* 디종 머스터드와 다진마늘을 넣는다면 각각 완두콩알만큼 넣어주시고, 케이퍼의 경우 6~8알 정도가 적당합니다. 처음에 그냥 콩알이라고 썼다가....강낭콩이나 호랑이콩알만큼 넣는 분들 있을 것 같아서 완두콩으로 정정했어요 완두콩!!!!

오늘의 술 🍷

한여름에는 더워서인지 도대체 레드와인이 땡기질 않았는데요, 날씨가 선선해지자 마자 귀신같이 레드와인이 땡깁니다. 그 중에서도 가볍고 산도가 좋은 이탈리아 끼안티(Chianti)와인들이 땡겨요. 끼안티 지역에서 생산되어서 끼안티 와인이라고 부른다는데, 알고보니 끼안티 지역도 토스카나에 있대요. 왠지 운명인것만 같아~

그 지역에서 나는 산지오베제 품종의 포도로 만들어지는데, 끼안티는 가격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것들도 많아서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막 기분좋게 먹기 좋은 것 같아요. 잘 만들어진 끼안티 와인에서는 선드라이드 토마토 향이 난다고 말한대요. 농밀한 토마토의 감칠맛과 높은 산도 덕분에 이탈리아 음식이랑 더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조만간 맛있는 끼안티 와인을 한 병 사서 마실까 해요. 선선한 저녁 바람과 함께 한강에서 마시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판자넬라를 싸가면 더욱 잘 어울리겠네요!

이번 주말이 지나가면 정말로 금방 가을이 와버릴 것 같습니다. 느껴지는 바람이 다르네요. 여름 도대체 언제 끝나냐고 했는데 막상 끝난다고 하니까 아쉽기도 하고 그래요. 구독자님은 어떻게 남은 여름을 보낼 계획이신지 궁금해집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너무 외롭지는 마시고, 번잡하지 않고 평안한 늦여름을 보내시고 가을을 맞으시기를 바라며,

이만 8월의 마지막 레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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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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