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팬덤정치가 무엇인가부터 생각해보면 "팬덤" + "정치"가 합쳐진 말인데요 "팬덤"은 흔히 "비정치" "탈정치"로 여겨지기 때문에 "팬덤+정치"가 의미가 있는 조어로 생각되는 것일까요?
ㅂ) '팬덤'의 어원은 ‘광적인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 나라’를 의미하는 ‘덤’(dom)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ㅈ) 어원 풀이를 보니 팬덤이라는 말 자체부터가 팬덤을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정한 비하를 포함하고 있는 것 같네요.
ㄱ) 참고로 나무위키입니다.
[나무위키] 팬덤정치↗
대한민국에서 2022년에 유행하는 정치 관련 신조어.
대다수 국민들의 민심이나 상식에 의한 정책이나 입법행위가 이루어지는 정치 행위가 아니라, 극성 지지자들의 입김과 이득만 반영되는 정치 행위를 뜻한다.
ㅈ) 특정한 인물이나 대상에 대한 지지를 '광적'이라고 표현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ㅂ) 특정 정치인의 지지 세력을 "팬덤"이라 지칭할 때는, 그 아래 비하의 의미가 깔린 것 같습니다. 사실 연예인 팬덤에게도 비하의 시선이 어느 정도 깔려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태극기부대에도 '팬덤정치'라는 말을 붙인 적이 있었는지 궁금해집니다.
[매일신문] 진중권 "민주당 팬덤층, 태극기 부대됐다…전체주의+집단 광기" 작심비판↗
위 기사 속 화자인 진 씨의 표현에 의하면 '태극기부대'는 '팬덤층' 보다 더욱더 광적인 것으로 위치 지어 지는 것 같습니다.
ㅈㄱ) 광적인 것의 발현은 적극적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일까요? 소극적 행태들도 사회적 면에서는 광적인 것의 발현과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ㅈ) 태극기부대를 직접 팬덤으로 부르거나 스스로 팬덤으로 자임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는데 사회적 수준에서 팬덤 현상의 일부로 간주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태극기부대에 참가한 사람들의 표정이나 태도를 관찰한 적이 있는데 그냥 사회악이나 정치악으로 싸잡아 비판하는 것으로 충분한 그런 사회집단은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나름 대로의 진지성, 절박성, 시위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자기 요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태극기부대를 악마화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고 그런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어떤 출구가 가능한지를 사유할 필요가 있는 집단현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ㅂ) 네, 태극기부대에 대한 단순한 비판, 악마화는 곧장 팬덤정치의 비판으로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ㅈ) 진중권 씨가 태극기부대를 악마화하고 민주당 팬덤층을 다시 그것으로 환원함으로써 진지하게 사유해야 할 대상을 매도하는 환상을 창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 씨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다중과 대결하고 대의주의, 엘리트주의, 레거시언론 등 우리 사회의 표준지배제도를 옹호해온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ㅂ) 나무위키에 따르면, '팬덤정치'라는 말이 이미 이전(2010년)에 나왔지만, 이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번 '개딸 현상'으로 대중화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리된 원인 중 하나가 이번에 집결한 이재명 지지 세력의 나이와 성별이 기존의 연예인 팬덤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많이 겹쳤기 때문이기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ㄱ) 공감합니다
ㅈ) 전체주의, 집단광기 등의 언어들이 이제는 오염되어서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을 매도, 매장하는 언어로 타락한 상황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어의 출처가 자유주의적 환경이라는 점도 의식되어야 하겠지요.
ㄱ) 자본주의에서는 화폐팬덤이 강력한 것 같습니다.
ㅈㄱ) 어떤 가치 절하를 통해서 지향하는 점을 찾으려 하는 과정들이 여전히 필요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ㅂ) <현재 팬덤정치가 한국 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ㄱ) '지지자'나 '팬덤'들이 전보다 가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아닐까요?
ㅈ) 대의주의가 다중을 대의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함으로써 다중이 대의제도를 초과하는 현실의 특수한 현상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팬덤정치가 우리의 나아갈 방향임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다중의 정치가 대의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민주주의 제도를 창출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면서 제한된 여건에서 그것을 실험하고 있는 하나의 역사적 형태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ㅂ) 팬덤정치는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집결하는, 그러니까 '지지자 모임'의 형태인데요, 그것이 대의제도를 초과한다고 보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ㅈ) 팬덤정치는 봉기, 파업, 항쟁, 투쟁 등의 형태와는 분명히 다른 벡터(vector)를 표현합니다. 봉기, 파업, 항쟁, 투쟁은 분노와 적대를 중심에 놓는 정치형태로서 부정negation이 정치력으로 나타납니다. 팬덤은 이 정치형태와 비교하면 사랑과 연대 및 지지를 중심에 놓는 정치형태로서 긍정posit이 정치력으로 나타납니다. 이 둘 모두 대의제도에는 흡수될 수 없는 초과excess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봉기 파업 항쟁 투쟁의 (대의제도에 대한) 초과력은 비교적 쉽게 이해되는데 팬덤의 경우 그것이 쉽게 간파되기는 어려운 이유는 팬덤이 선택적 지지의 방법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팬덤은 선택적 지지를 통해서 그 지지 대상을 통제합니다. '섭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권력을 장악하지 않으면서 특정한 권력이 자신을 위해 행사되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책, 『아이돌이 된 국가』에서 류하이룽(유해룡)이 보이는 팬덤관이 바로 그러한데, 국가가 자신의 뜻에 맞게 움직이는 아이돌로 기능하도록 만든다는 관점입니다. 봉기와 팬덤을 대립적인 것으로 보지 말고 그 양자 속에 포함되어 있는 초과의 힘을 연결시키자는 것(직접민주주의+대의민주주의)이 절대민주주의론의 기본취지인데 이 관점에서 팬덤정치에 대한 재사유와 재회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키아벨리의 정치학에 사자와 여우라는 두 형상이 등장하는데 이 두 형상을 잘 결합시키는 방향에서 봉기와 팬덤을 다시 사유해 보자, 라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