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삶의 다급한 순간이 있으신가요? 무엇의 마감, 중요한 자리에서의 지각, 카드 결제일이 다가오지만 비어있는 통장.. 여기 급전이 필요했던 한 젊은 작곡가가 있습니다.

1896년, 유럽 대륙을 여행 중이던 스물세 살 라흐마니노프는 전혀 예측할 수 없던 일을 겪게 됩니다. 여행 도중 기차에서 지갑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지요. 당시 라흐마니노프는 고정수입이 없는 상태로 현대 기준으로 보면 신용불량자 수준의 신용도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차에서의 소매치기는 그의 경제 상황에 엄청난 타격을 주게 됩니다. 신용도가 최악이라 어디서 돈을 빌릴 수도, 고정 수업이 없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보장도 그에게는 없었습니다. 다급해진 라흐마니노프는 본인의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를 찾기 시작했고 이윽고 자신의 보석같은 능력, 음악적 재능을 여느 때처럼 사용하기로 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여러 음악 출판사에 편지를 보냈고, 그 중 한 출판사에서 '일정 기한까지 작품을 완성하여 보내주면, 그에 대한 값을 지불하겠'다는 답장을 받게 됩니다. 기적 같은 제안이었지만, 답신에서의 '일정 기한'이라는 것이 약 두 달 쯤이었기 때문에 라흐마니노프는 매우 짧은 기간 내에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완성해야한다는 새로운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마감'과 '돈'. 영감의 원천인 이 두 가지 요소가 라흐마니노프에게 동시에, 복합적으로, 상당히 위압감 넘치게 작용해 그로 하여금 작곡 혼을 불태우게 만들었고, 결국 <악흥의 순간>(6 Moments musicaux, Op.16)이라는 명곡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악흥의 순간>과 동명의 작품이 있는 것, 알고 계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