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주] 따끈따끈한 새 책 배달왔어요!

Egg Break 41호

제법 봄기운이 비치는 3월 첫 주였어요. 아침저녁으로 꽃샘추위가 찾아왔지만 오후에는 다소 덥다고 느낄 정도로 포근했던 한 주가 아니었나 싶네요. (이러다 곧 꽃도 피겠죠...?) 본업, 사이드프로젝트, 세상 돌아가는 뉴스 사이를 오가며 정신없는 몇 주를 보낸 에그브렉은 조금 이른 봄방학을 가지려 합니다. 한 주 쉬고, 3월 19일 점심에 풍성한 신간 소식으로 찾아올게요. 봄방학 동안 겨울은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주고, 봄은 반갑게 맞아줄 거예요. 19일에 만나요🐣

3월 1주, 이 책 어때?

📚 피에 젖은 땅

📚 아르센 벵거 자서전

📚 나의 일주일과 대화합니다

행신소

📚 다른 세계에서도

우리가 발견한 책

📚 경양식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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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주, 이 책 어때?

📚 피에 젖은 땅(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글항아리)

🧲 #홀로코스트 #유럽사 #히틀러 #스탈린

홀로코스트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약 70년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며칠 전이었던 삼일절도 약 100년 전에 일어난 3·1 운동을 기리는 날이죠. 둘다 생각보다 가까운 과거...!) 그동안 책과 영상 등 다양한 기록으로 홀로코스트를 접해왔는데요. 이 책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끈질긴 '수집'에 기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어요.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이자 홀로코스트를 연구해온 저자는 아우슈비츠가 아닌, 그 '동쪽'에서 희생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춥니다. 폴란드 중부에서 러시아 서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연안국에 이르는 지역이자 소련의 서쪽 변경지대이기도 한 이곳을 그는 '블러드랜드'라고 부르는데요. 스탈린과 히틀러의 잔혹행위가 함께 일어난 블러드랜드에서 일어난 일들을 샅샅이 살피며 전체주의에 희생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수집하는 작업을 한 결과, 이 책이 탄생했어요.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 서구학자들에게 익숙지 않은 언어(이디시어, 체코어, 슬로바키아어, 폴란드어, 벨라루스어, 우크라이나어 등)로 된 자료들을 두루 살펴봤다는 점이 꼽히는데요. 덕분에 이 책은 2010년 출간 이후 많은 매체의 주목을 받았고, 저자는 미국인으로서 유일하게 한나아렌트상(2013)을 받기도 했다고 하네요. 참혹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모습을 꽤 구체적으로 불러내는 데다 8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이라 쉽게 읽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연구이자 주목할 만한 기록이 아닌가 싶어요.

🔎 "독일의 집단수용소를 다룬 사진이나 영화 자료가 대부분의 서방 사람이 그 집단 학살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생생한 자료였다. 그런 자료들이야 물론 끔찍했지만, 블러드랜드에서 벌어진 참상을 전하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그것은 그 전모는커녕 일부조차 제대로 전해줄 수 없었다." (15쪽)

👓 같이 보면 좋은 콘텐츠
[기사] 한겨레, <국가가 파괴되자 학살이 시작됐다>(2018.05)
티머시 스나이더의 또 다른 책 <블랙 어스>를 소개한 기사입니다. 두 책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어요. 번역본과 달리 원서의 출간순서를 보면 <피에 젖은 땅(Bloodlands)>(2010)이 먼저고, <블랙 어스(Black Earth)>(2015)가 뒤인데요. 앞의 책이 10개 언어로 된 16개 기록 보관소를 샅샅이 뒤져 동유럽에서 나치와 소련이 벌인 잔학행위의 실상을 가감없이 기록한 성격이라면, 뒤의 책은 '(소련과 독일의) 이중 점령'과 '국가 없는 상태', '정치 제도 붕괴'라는 렌즈로 홀로코스트와 히틀러의 세계관을 들여다보고 정리한 기록에 가까워 보입니다.

📚 아르센 벵거 자서전(아르센 벵거 지음, 한스미디어)

🧲 #축구 #감독 #아스널 #자서전

작년에 가장 재밌게 봤던 다큐 중 하나는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였어요. 마이클 조던뿐 아니라 선수들의 면면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점도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관심이 갔던 사람은 감독 필 잭슨이었습니다. 필 잭슨의 리더십이나 가치관이 팀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았거든요.

팀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특성상 스포츠 감독은 리더십이나 전략의 대가로 불리기도 합니다.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명장들은 자기만의 비기가 있기 마련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프리미어리그의 명장 중 하나이자 최장수 감독으로 기록된 아르센 벵거의 자서전이 궁금해졌습니다.

벵거는 1996년부터 2018년까지, 22년 동안 아스널을 이끌었는데요. (무려 1235경기를 지휘했다고) 이 책에는 벵거가 걸어온 삶의 여정과 축구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은 물론, 아스널에서의 업적뿐만 아니라 프랑스 칸, 낭시, 모나코, 일본 나고야에서의 경험도 실려 있다고 해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팀을 성장시키기 위해 일했던 감독으로서 그가 들려줄 조언들이 기대가 됩니다. (TMI: 이 책을 본 해외 독자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을 기대했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 VS '벵거가 걸어온 길을 총망라한 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여러분의 평은 어느 쪽일지 궁금해지네요.)

🔎 "감독은 늘 최고와 최선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이 먼저 나서서, 작고 세세한 부분도 무시하지 않으며 모든 선수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선수들로부터 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요구하고 그들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감독은 최고의 선수도 늘 100%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선수들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265쪽)

👓 같이 보면 좋은 콘텐츠

[책] 정희윤 지음, <강팀 만들기>(노사이드)

두산 베어스 선수단 운영팀장을 거친 저자가 스포츠 산업현장에서 30년간 활동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놓은 책입니다. 스포츠팀이든 비즈니스팀이든 한정된 자원으로 강팀을 만들어야 할 때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다면 도움이 될 거예요.

📚 나의 일주일과 대화합니다(유보라 지음, 휴머니스트)

🧲 #리추얼 #루틴 #자기관리 #자기만의방

리추얼과 루틴. 요 몇 달 사이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죠. 저 역시 일상을 좀 더 건강하게 만들어나가기 위해 사소한 루틴(일어나자마자 10분 스트레칭하기, 영양제 챙겨 먹기, 하루 만보 걷기)을 만들고 지키려 노력 중입니다. (생각보다 꾸준히가 힘들지만😂)

그런데 가끔은 무언가 '했다'는 사실에 집중한 나머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어떤' 감정을 누렸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이럴 때는 잠시 멈춰서 내게 진짜 필요한 루틴이 무엇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는 그 방법으로 '라이프컬러링'을 제안합니다. 라이프컬러링의 장점은 글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운 생각이나 감정을 '색깔'을 사용해 좀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라이프컬러링은 컬러링 기록을 통해 내가 보낸 시간을 돌아보며 나를 살피고 대화하는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죠. 이때 중요한 건 마음에 들지 않는 시간을 실패로 단정하기보다 그렇게 보낸 이유와 맥락을 살펴보는 태도라고 하네요. 책은 라이프컬러링을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여섯 단계를 알려주고 있어요. 내로라 하는 예술가들의 일주일 루틴과 라이프컬러링을 해본 사례들을 함께 수록해 살펴보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 "'루틴', '리추얼'이라는 단어가 요즘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좋은 루틴, 멋진 리추얼을 만들어 내 일상을 더 가꾸어나가는 일도 훌륭한 일이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바로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장착한 채로 루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껴요. 오늘 하루를 '성공'과 '실패'로 재단하려는 마음을 잠시 꺼두면 어떨까요." (11쪽)

👓 같이 보면 좋은 콘텐츠

[책] 메이슨 커리 지음, <리추얼>(책읽는수요일)
소설가, 철학자, 작곡가, 건축가, 과학자, 화가, 영화감독 등 161명의 창조자들이 보낸 하루와 일상의 습관들을 조명한 책입니다. 말 그대로 '리추얼'의 집대성판이죠. 앨리스 먼로, 실비아 플라스, 무라카미 하루키, 프란츠 카프카, 르코르뷔지에 등 유명인들의 사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덤입니다.

행신소

#행신소(행복한 순간들의 신간 소설을 소개합니다)는 격주로 돌아오는 신간 소설 큐레이션 코너입니다. 출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간 소설을 에그브렉의 소설 큐레이터가 직접 골라 읽은 뒤 솔직한 리뷰를 건넵니다.

📍 CURATOR: HAPPY MOMENTS(행복한 순간들)

개발자이지만 코딩보다 독서를 더 좋아하는 책 읽는 프로그래머입니다. 소설을 좋아하고 책 관련 팟캐스트를 잔뜩 듣습니다 :D

📚 다른 세계에서도(이현석 지음, 자음과모음)

🧲 #한국소설 #단편소설 #소설집

이 책은 현직 의사인 이현석 작가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쓴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첫 소설집이에요. (의사 선생님이 소설도 이렇게 기막히게 잘 쓰면 반칙 아닌가요...🤣) 이현석 작가의 소설은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처음 만났는데요. 당시 '낙태죄 폐지'라는 이슈를 다룬 「다른 세계에서도」(표제작)의 새로운 시선과 안목에 감탄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는 놀랍게도 모든 단편을 읽으며 감탄이 나왔고요.

이현석 작가가 만든 가상의 세계는 현실과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 삶과 살짝 거리가 느껴지기도 해요. 아니면 우리 눈앞에 보이는 장면이지만 부러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일지도 모르겠어요. '연명치료 중단'으로 시작해 '생활동반자법'을 지나 '낙태죄 폐지'란 허들을 넘고 '탈북민'을 거쳐 '코로나바이러스'를 관통한 후 '중대산업재해'를 스치고 '광주민주화운동'의 기억을 꺼낸 뒤 '재소자 인권'과 '아동성범죄'까지 마주하면서 이현석 작가가 만든 세계에 푹 빠져버렸어요. 뒷부분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인물이나 대사 등 그 어느 것도 허투루 쓴 것이 아님을 알게 되어 또 한번 놀랐습니다.

이현석 작가의 소설은 하나의 이슈에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항상 질문으로 끝나요. 소설의 질문은 무엇일지, 작품이 나에겐 어떤 질문을 남길지 궁금하다면 <다른 세계에서도>를 추천합니다.

📝 한줄평

내가 마주한 세계, 내가 회피한 세계, 내가 포함된 세계

👍 이런 사람에게 추천

✔ 사회 이슈를 잘 반영한 소설이 읽고 싶은 사람

✔ 의사가 가진 전문성에서 오는 인사이트가 소설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궁금한 사람

👓 같이 보면 좋은 콘텐츠

[영상] <다른 세계에서도> X 유튜브

1) 씨리얼, <노동자가 계속 죽는 기업이라면 그 기업은 망해야 한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를 모티브로 한 「눈빛이 없어」는 씨리얼에서 '중대산업재해'를 다룬 이 영상을 생각나게 했어요. 다양한 사회 이슈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미디어 씨리얼의 다른 영상도 추천해요.

2) 씨리얼, <베프랑 평생 같이 살면 안 될까요? 외롭지 않을 권리>

가족이 아니면 환자의 보호자가 될 수 없는 이야기가 <다른 세계에서도>의 첫 번째 단편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의 주요 내용이라 '생활동반자법'을 다룬 영상을 가져왔어요.

3) 닷페이스, <낙태죄 없어진다는 거 아니었어? 산부인과에 임신중단수술 되냐고 물어보았다>

「다른 세계에서도」를 읽으면서 닷페이스의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낙태죄가 폐지되었을 때 병원은 무엇이 달라지는지 알 수 있게 해준 이 영상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영상] 문장입니다영, <EP1 : 작가들의 겸업?! 이중생활을 파헤친다!>

이현석 작가의 얼굴과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유튜브 영상입니다. 두 개의 직업을 가진 작가들을 인터뷰한 '문장웹진'의 첫 번째 영상 에피소드인데요, 이현석 작가 외에 다른 겸직 작가도 등장합니다. 겸업 작가들의 솔직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를 확인해보세요.

우리가 발견한 책(Feat. 신간이 아니어도 괜찮아)

📚 경양식집에서(조영권 글, 이윤희 그림, 린틴틴)

🔎 커피를 마시며 대학에서 음향학을 전공할 큰 아이와 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의 길을 걷게 될 작은 아이에게 아버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될 말을 해주었다. 안 듣는다. 그래도 집에서는 아이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 않은데, 종일 이렇게 함께 있으니 조금씩 대화를 하게 되니 참 좋다. 안 듣지만. (162쪽)

'비누'님의 발견의 기록

이전에 같은 작가님의 <중국집>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50대 피아노 조율사 분의 말투가 생생하게 느껴지면서도 재밌었어요. 만화와 에세이가 섞인 구조도 그랬고요. 중국음식에 대한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후에는 먹으면서도 한 번씩 저자 아저씨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고요.

🐣 Egg Break's comment

3월 첫째 주 '우리가 발견한 책'은 에그브레이커 '비누'님이 발견한 <경양식집에서>입니다. 1월에 나온 이 책 역시 따끈따끈한 신간이네요. 저자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피아노 조율을 다니며 먹었던 음식의 기록을 블로그에 차근히 올렸는데요. 고독한 미식가의 기운이 풍기는 퍄노조율사의 블로그를 저도 모르게 즐겨찾기에 추가하면서(😋) 에세이가 한층 더 궁금해졌어요.

[우리가 발견한 책]은 오픈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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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휴먼 네트워크>

2위 <인생에는 특별한 것과 평범한 것이 모두 필요하다>

1위 <연중무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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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관계 맺기를 더 좋아하던 저였지만, 코로나로 오프라인 네트워킹이 줄어들자 네트워킹에 갈증을 느끼게 되었어요. 이 과정에서 전보다 온라인 네트워킹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면서 네트워킹 자체에 대한 궁금함이 생겼고요. 네트워킹의 속성과 구조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휴먼 네트워크>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여행의 일상이 소중해진 지금 너무 하고 싶은 형태의 여행과 일상이라 읽고 싶어지네요."

💌 "서로를 북돋거나 해칠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사이에 두고서야 관계가 된다."라는 저자의 글이 그냥 끌리네요.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단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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