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시행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중대재해기업보호법'으로 만들었다.

이번 시행령은 자식이 부모를 잡아먹는 모양새다. 이대로 통과된다면 부모는 없다. 피를 토하는 유족의 호소로, 전국민의 열망으로 만들어진 법률이 발효되기도 전에 없어지게 되었다. 이 무력감을 안겨준 문재인 정부에 통렬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직업성 질병을 얻은 노동자는 거의 대부분 보호대상에서 빠졌다. 우려했던 대로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에 의한 ‘급성중독’으로만 한정하고 말았다. 2017년부터 직업성 질병 사망자는 사고사망자 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직업병에서도 시행령에서 열거하고 있는 영역은 전체 직업병 사망자의 4% 내외에 불과하다. 가장 큰 규모인 뇌·심혈관계질환이나 진폐, 직업성 암 피해자 역시 보호대상이 아니다. 누구를 보호하겠다는 법인가. 

둘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의무는 고작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위험성 평가’(벌칙도 없는)를 하면 되고 안전보건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운영하고 시설과 장비를 갖추면 끝난다. 이 내용은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어도 중대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다. 그렇다면 중언부언하는 이런 조항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주요 중대재해에서 나타났던 ‘2인1조’ 작업위반, 건설업에서 공기단축을 위한 ‘동시작업’ 수행 등 구체적인 안전 조치가 필요한 사항을 적시해야 한다. 

셋째, 원청으로서의 중대재해 예방의무를 다시 하청에게 떠넘기고 있다. 하청이 재해예방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그리고 적정한 안전 및 보건 관리 비용과 수행기간만 제공하면 된다. 이는 지금도 도급계약에, 산업안전보건법에 적시되어 있는 내용이다. 하청의 능력은 원청의 지불수준과 완전히 맥이 닿아 있다. 하나마나한 얘기다. ‘적정한 안전 및 보건관리 비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심각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내용이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수준이라면 이 역시 하청노동자의 중대재해를 위한 아무런 예방기능을 할 수 없는 내용이다. ‘안전한 업무가 가능하도록 인력배치’가 필요함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은 분명하다. 법령에서는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다.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처벌이 아니라 예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행령으로는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대재해 예방’을 결코 수행할 수 없다. 노동자 사망의 원인을 제대로 들여다 보고 법률을 잡아먹는 시행령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21년 7월 19일
일과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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