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9일_38번째 다카포 페이퍼

2020년 11월 19일 목요일

글: 유니쓰 / 편집: 루바토와 유니쓰

당신의 감성을 찾아 줄

클래식 음악 페이퍼, 다카포입니다.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g단조(Adagio for Strings and Organ in g minor)

토마소 알비노니(Tomaso Albinoni, 1671-1751)

안녕하세요. 유니쓰입니다. 오랜만에 비가 왔더니 미세먼지도 씻겨 내려간 거 같고 좋네요! 다만 단풍을 쥐고 있는 나무들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쉬워요. 그런데 요즘 다카포리님들의 피드백을 읽어보니 지난번에 소개해드린 바로크 음악이 가을의 계절과 참 어울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익명의 다카포리님: 요즘 지금 시기에 바로크 너무 좋은데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그런지 쳄발로가 넘 좋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쿠프랭은 많이 안들어보긴 했는데 제목부터가 너무 끌리네요! 항상 매번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을이 더 지나가 버리기 전에 부랴부랴 또 한 번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가져와봤어요. 물론 이 곡엔 쳄발로가 등장하진 않지만, 가을과는 참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오늘의 선곡은 토마소 알비노니(Tomaso Albinoni)의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g단조(Adagio for Strings and Organ in g minor)입니다.

고상한 작곡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알비노니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와 바이올린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어요. 이후 자연스럽게 작곡을 시작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길을 걷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딜레탕트라 칭하기도 했는데요. 딜레탕트란 음악을 직업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취미로서 즐기며 하는 사람을 뜻해요. 그런데도 그는 50여 곡의 오페라, 99곡의 소나타, 59곡의 협주곡, 9개의 신포니아 등을 작곡하며 당시에는 동시대의 작곡가인 비발디, 코렐리와 비교될 만큼의 명성을 얻었어요. 그러나 오늘날에는 몇 개의 기악곡만 남아있고, 이름조차 생소한 작곡가가 돼버렸죠. 그래서 아마 들어보시면 이 곡이 익숙하면서도 작곡가가 알비노니였다는 것은 잘 모르실 수도 있어요.

이 곡은요...

알비노니

사진 출처: wikipedia

지아조토

사진 출처:discogs

알비노니가 쓴 곡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으잉? 지금까지 알비노니 이야기 해놓고 무슨 말이야? 하시겠지만 이 곡엔 여전히 논란 중인 이야기가 있는데요. 바로 알비노니를 연구하고, 그의 작품을 정리하며, 그에 관한 책을 쓰기도 한 이탈리아의 음악학자 레모 지아조토(Remo Giazotto, 1910-1998)의 주장 때문이에요.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 중 연합국의 폭격으로 알비노니의 원본 악보를 보관하던 드레스덴의 작센 주립 도서관(Saxon State Library)이 폭파돼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직후에 지아조토는 드레스덴에서 수집한 알비노니의 작품을 모아 <베네치아의 딜레탕트 바이올린 음악가(Musico di Violino Dilettante Veneto)>를 출판해요. 그러면서 이 곡에 대한 오해가 시작됩니다. 서서히 지아조토는 잊히고 알비노니의 이름만 남게 된 거죠.

4년 뒤에 지아조토는 아다지오 g단조가 자신의 곡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신이 작센 주립 도서관에서 우연히 알비노니의 출판되지 않은 곡의 일부를 발견했고, 거기에 나오는 2개의 주제와 통주저음을 바탕으로 곡을 완성 시킨 거라고요. 결국 이 곡은 지아조토의 저작권 아래 1958년에 출판되었고, 그의 저작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네요.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지아조토의 사기극이라고도 이야기하고, 이미 많은 사람에게도 알비노니의 곡이라고 알려져서 지아조토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억울한 일이긴 하겠네요. 하지만 알비노니의 아이디어가 일부든, 전체든 들어가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니 지아조토만의 곡이라고 보기도 어렵겠어요.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가 얽히면서 이 음악이 바로크 시대의 음악인지, 꽤 최근의 음악인지조차 불확실해졌는데요. 시대를 떠나서 쉬운 멜로디로 사람들에게 애수에 찬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해서인지 영화나 대중 매체에 많이 쓰이고 있어요.

당신이 조금 더 알고 싶은 TMI는요..

바로크 시대의 음악은

이미 몇백 년이 흘렀기 때문에 저작권이 없지만,

이 곡만이 유일하게 저작권이 남아있어요.

또한 지아조토가 주장한 알비노니의 악보 일부도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하네요.

🎧 감상 포인트 ?

위 성부의 바이올린이 하행하는 선율을 연주하면, 아래 성부의 바이올린과 오르간이 대답하듯이 그 선율을 받아줘요. 이런 패턴의 구성이 두 번 반복되고 난 후, 음원의 3분쯤이 되면 바이올린 솔로 선율이 나오는데요. 이때 너무 솔로의 선율에만 집중하지 마시고, 지긋이 화음을 눌러주고 있는 오르간과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소리도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이 끝나면 처음의 멜로디가 다시 나오는데 처음보다 강도가 세진 것이 느껴지시나요? 아주 미묘하게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 구성을 바꿔준 거죠. 이렇게 음악을 섬세하게 듣다 보면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답니다.

다시 감상하기 🎧

🙋 유니쓰의 감상평: 위에서 저는 섬세한 감상을 요구했지만 항상 그렇듯 음악을 듣는 것에 정답은 없답니다. 어떤 날은 이렇게도 들어보고, 다른 날은 저렇게도 들어보는 거죠. 그러니 위처럼 감상도 해보시고, 또 다른 날은 그저 들리는 선율에 푹 빠져서 감상적으로 들어보시기도 해보세요.

🙋 루바토의 감상평: 이 악보가 너무 궁금해서 열심히 클래식 악보 사이트(www.imslp.org)를 검색했는데 어쩐지 나오지 않더라고요. 바로크 시대 음악 중 유일하게 저작권이 남아있었다니...... 오르간 소리가 커서 당연히 돋보일 줄 알았는데 밑에서 베이스 역할과 함께 중심을 잡아주니 악기 간의 소리 밸런스도 잘 맞는 게 느껴지네요.

✏️ 오늘의 악기: 통주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