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_할 말이 없을 때는 어쩌죠

지난 일주일 동안 무엇을 했던가

<망고네 슈퍼>를 쓰면서 자주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망고네 슈퍼는 언제 쓰세요?"였습니다. 사실 매주 다르지만,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발견하면 그때그때 써놓는 편입니다. "아, 이거 너무 좋은데 어디 소문낼 데 없나?"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그 설렘과 기쁨을 담아서 한 꼭지씩 채워넣는데요. 그래서 어떤 때는 목요일쯤에 다 써놓고 일요일에 발송 버튼만 누를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일요일에 부랴부랴 한 주 동안 좋아했던 것을 떠올리며 채워넣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편을 완성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천차만별인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지하철 타고 오갈 때 썼던 메모를 바탕으로 금방 완성하고, 어떤 때는 한참 고민해서 겨우 몇 줄 쓸 때도 있고. 그렇게 쓴 것도 마음에 안 들어서 다 지워버릴 때도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쓰기 어려운 파트는 바로 이 오프닝인데요. 요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까, 한 주를 돌아봐도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나 순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오프닝이 도저히 써지지 않을 때면, '아, 지난 일주일이 이렇게나 재미없었던가?' 싶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될 때도 있습니다.

바로 이번 주가 오프닝에 도저히 쓸 이야기가 없었던 주였고, 아무리 일기를 뒤져봐도 떠오르는 소재가 없어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망고네 슈퍼>의 비하인드를 써봤습니다. 사람들을 만나야 재밌는 이야깃거리도 생기고, 또 새로운 공간을 가야 생각의 전환도 되고 할 텐데! 요즘은 그 어느 것도 쉽지 않은 날들이라서, 한 주를 돌아봐도 기억에 남는 것이 0인 지경에 이르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재미없는 날들이어도 좋으니, 몸과 마음이 건강한 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매일매일 즐거운 일이 쏟아지는 그날까지, 그래서 오프닝에 쓸 말이 와르르 쏟아지는 그날까지 (과연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오래 지켜봐주세요!

오늘 저녁 뭐 먹을지를 고민하는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이 주의 프로즌 요거트 한 컵🙆

틴에이지 바운티 헌터스

제목에 '틴에이지'가 들어간다고? 어쩐지 유치할 것 같아서 손이 가지 않았는데, <오렌지 이즈 더 뉴블랙>의 제작자 젠지 코헨이 참여했다고 해서 봤던 시리즈. 엄격한 기독교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자매가 얼떨결에 현상금 사냥꾼이 되어서 활약하는 모습을 담았는데요. 매 회차마다 다른 범인을 잡으러 가기 때문에 사건도 풍부하고, 또 하이틴답게 학교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투닥거리지만 결국엔 한 뼘 더 성장하는 인물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시즌1 엔딩이 충격적이었는데, 시즌2가 캔슬되었다는 소식이 정말 아쉬울 정도로 재밌게 봤던 작품이었어요. 서로 정반대이지만 기가 막힌 티키타카를 선보이는 여성 버디물을 좋아하신다면, 가볍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시리즈를 찾고 계신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이 주의 민트초코 한 입🌲

평탄한 날의 아이스크림, 에디터 ㄱ

스무 살의 나에게는 그런 게 있었다. 평탄했다고 생각되는 날,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베라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규칙. 그런 날이 없거나 바빠서 챙기지 못했다면, 월말에 이 달의 맛을 먹는다는 혼자만의 규칙. (중략)

이 달의 맛은 언제고 랜덤이었고 좋아하는 맛이 아닐 때도 많았다. 그래도 좋았다. 이 달의 맛은 다음 달에는 사라질 테니까. 좋은 것도, 좋지 않은 것도 모두 다 그렇게 지나가고 잊혀졌으니까. 스무살 어른의 세상은 생각처럼 선택지가 많지도 않았고,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생각지도 못해서 화가 나고 슬프기도 했지만, 재밌고 좋았던 것들도 많았다. 그런 일련의 사건들이 내겐 이 달의 맛과 같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더 많이 먹지 못해 아쉽기도 했고, 한번 맛봤으니 됐다 싶기도 한 것들.

-[취향껏] 평탄한 날의 아이스크림, 에디터 ㄱ

한때 편의점에 가서 새로 나온 신상 아이스크림을 구경하고 맛보는 게 낙이었어요. 하루를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오늘은 무슨 아이스크림을 먹을지 오래오래 고민하는 순간을 좋아했습니다. 겨우 아이스크림 하나 먹는데 뭘 그렇게 오래 고민하나, 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스크림 하나를 놓고 오래 고민할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뭐든지 빨리빨리 결정하고 처리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서 벗어나,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래오래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시간. 그렇게 고른 아이스크림을 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좋아했기에, 아이스크림과 관련된 나만의 규칙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평탄한 날들을 잘 쌓아가기 위해서는, 소소하더라도 의미있는 나만의 규칙들을 만들어가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저도 베라 '이 달의 맛'을 맛보러 가야겠어요!

Ps. '취향이 닿는 데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모토 아래, 취향을 담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연재되는 웹진 <취향껏>. 구독자 분이 운영하고 계신 웹진이라서 애정 한 스푼을 더 얹은 것도 있지만, 넷플릭스, 술, 식물 등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가득 담아둔 웹진이라고 느꼈어요. 2021년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고 하니, 같이 구경해봐요!

이 주의 밀크티 한 잔🌴

VVS- 머쉬베놈 X 미란이

요즘 자기 전마다 몇 번씩 돌려보고 자는 영상.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가 300만이 넘었는데(22일 기준), 결국 진심은 통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 누가 보면 "야, 너는 아직도 꿈을 믿어?" 하면서 순진하다고 말할지도 모르는 마음. 청춘영화나 드라마에서 지겹도록 접한 스토리와 캐릭터라도 하더라도, 무언가를 진심으로 절실하게 좋아하는 마음은 늘 빛이 난다고 생각해요. (제가 쓰면서도 너무 오그라들어서 조금 부끄럽지만^_^)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눈이 반짝이는 순간을 좋아해왔고, 그런 의미에서 이 무대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밸런스가 괜찮은 한 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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