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Vol.88 〈지긋함을 기르는 일〉 문혜성·송다혜―씨드키퍼

둥글게 둥글게 자라나는

누구나 한 번쯤 씨앗을 심어본 기억이 있을 거예요. 님은 어떤가요? 학창 시절 화단에서 만나볼 법한 채송화를 빈 우유갑에 정성스레 심었던 추억이나 몸에 좋은 채소들을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꾸며 베란다에 작은 텃밭을 가꿔본 경험을 떠올리고 있는지요? 물을 주기 위해 화분 곁으로 가서는 고개를 숙이고선 안부를 묻다 며칠 새 달라진 식물의 자태를 보며 우쭐한 기분이 들곤 했지요. 남들은  ‘이게 자란 거야?’라며 고개를 갸우뚱해도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성장의 진정한 기쁨은 나만이 아는 미묘한 변화로부터 탄생하는 것이니까요. 어제보다 오늘 더 통통해진 듯한 줄기를 쓰다듬을 때, 잎의 색이 푸르러진 것을 발견할 때 돌봄의 묘미를 알게 되곤 해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시종일관 겸손하고도 느긋한 자세로 식물의 생애를 지켜보는 씨드키퍼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어요.

04.27.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AROUND Vol.88 지키고 싶은 장면(On Earth)

지긋함을 기르는 일문혜성·송다혜씨드키퍼


05.11.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오늘 다시 보아도 좋을, 그때의 이야기를 소개해요.


05.25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을 소개해요.

어떤 혁명은 ‘돌봄’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색색깔의 씨앗들을 모으고, 이를 심고 키우는 기쁨을 이야기하기 위해 다소 거창한 첫 문장일 수도 있겠다. 씨드키퍼의 문혜성과 송다혜는 흙 위로 고개를 빼꼼 내민 떡잎으로부터 일상을 뒤흔들 만한 희망을 발견하고야 만다. 그러니까, 이건 작은 씨앗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에디터 오은재 포토그래퍼 이요셉

씨드키퍼가 브랜드 차원에서 주요하게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돌봄’이잖아요. 어쩌면 환경을 바꾸는 일은 일상을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내가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고, 무엇을 썼는지부터 점검하는 일이요.

혜성 맞아요. 저희가 예전에 ‘돌봄’이라는 키워드로 ‘라운드 테이블’이라는 이름 아래  대화의 장을 마련한 적이 있어요. 저희는 식물을 키우는 일이 어린아이를 키우는 일과 정말 비슷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전에 지인 중 엄마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분과 ‘레터 투 레터’라는 이름의 편지를 주고받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육아하면서 느끼는 고민을 편지로 써서 건네주시면, 저희는 식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감상을 답으로 보냈거든요. 그 과정을 통해 사람 간의 관계에서 느끼는 고민을 식물에 덧대어서 생각해 보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프로젝트를 조금 더 확장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모인 사람들은 모두 ‘나를 돌보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서로 일상에서 느낀 경험을 나누면서 무언가 차오르는 기분을 느꼈죠.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가 있어요?

다혜 어떤 신청자분께서 이렇게 이야기해야 하는 자리였는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괜찮으니 듣고만 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정작 자리가 끝나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은 이야기는 그분이 중간중간 툭툭 던져주신 말이었어요. 이를테면 ‘나를 돌보려면 자신을 먼저 잘 알아야 한다.’ 같은 이야기요. 되게 간단한데도 그날의 핵심을 짚은 문장처럼 느껴졌어요.

혜성 그분께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한테 “어떤 게 좋냐?”고 물을 때마다 대부분 “다 좋아요.”라고 이야기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건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좋다고 이야기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많은 분께서 공감하셨어요.

다혜 그런 대화가 오가고 난 뒤 자리를 정리하다가 혜성 씨가 “살아 있는 기분이야.”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만큼 꼭 필요한 시간이었죠.

 

(중략)  씨드키퍼의 첫 시작은 펀딩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때 후원해 주신 분들끼리 씨앗 일기를 공유하기도 했지요.

혜성 맞아요. 그때도 저희가 씨앗키트를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공감해 주실 분들이 계실까 고민을 했는데요. 그렇게 씨앗을 키우며 쌓아온 좋은 시간을 이야기해 주시니 이 일에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라운드테이블도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겠죠. 어딘가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돌보고 있는 사람들과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하고 난 뒤 동력을 얻었어요. 사전에 공유해 주신 인터뷰 질문지에 씨드키퍼가 ‘누구를 위한 걸까?’, ‘왜 해야 하는 걸까?’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저희는 결국 돌보는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좁은 의미로는 식물을 돌보는 사람들이겠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을 돌보고, 삶을 돌보고, 공동체와 세상을 돌보는 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꾸려나가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해요.

돌봄의 자세

인터뷰 도중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이야기를 마주할 때, ‘이제 본격적으로 재미있는 대화가 시작되겠군.’ 싶어집니다. “혹시 ‘동반 식물’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얼굴에 번뜩 스쳐 간 물음표를 읽어낸 다혜 님과 혜성 님은 발맞춰 자라나는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다가도 서로에게 몸을 기대어 성장하는 ‘동반 식물’은 마치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두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에는 곁에 존재하는 동료들을 돌보고 부족한 점들을 채워가며 함께 나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AROUND와 함께한 이들 또한 ‘동반 식물’처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지요. “사람들의 모습을 식물들의 생애에 겹쳐놓고 보면 모든 것이 이해된다.”는 씨드키퍼의 말을 떠올리며, 다정한 영감을 선사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아요. 

한해살이 식물인 토마토는 작지만 강합니다. 병충해에 쉽사리 당하지 않고, 무성한 잎들의 무게를 꿋꿋이 감당할 줄 아는 친구죠. 다만 수분을 워낙 잘 흡수하는 터라 물을 과하게 줄 경우 열매가 터지기도 합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무던히 성장하는 바질은 토마토의 좋은 짝꿍이지요. 몸 안 가득 들어찬 수분을 빨아들이며 열매가 상하지 않게끔 도와주니까요. 그런 바질이 지치지 않게끔 토마토는 너른 잎을 펴서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헤엄 출판사를 돌보는 이슬아와 장복희는 모녀이자 동료로서 각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아낌없이 채워주며 한 회사를 끌어 나갑니다. 누군가가 앞서 나갈 땐 브레이크를 밟아주고, 혹여나 큰 실수가 벌어져도 괜찮다며 다독이지요. 

셀러리는 묵묵한 성질을 지녔습니다. 심어두기만 하면 알아서 새로운 줄기 쑥쑥 올려내거든요. 그에 비해 한련화는 어딘가 자유로워 보여요. 바람이 잘 부는 양지에서 결을 따라 유려하게 자라나지요. 때론 한 줄기에서 두 가지 색의 꽃을 피워 낼 뿐만 아니라 진딧물을 유인하여 거침없이 막아낼 정도로 다채로운 매력을 가졌답니다. 물건 연구소의 임정주와 김순영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보듬으며 일상을 함께합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손을 잡고선, 상대가 지닌 무른 부분들을 지켜주고 사랑스러운 면들을 상기시켜 주지요.

김이슬과 하현은 ‘의지하며 성장해 나가는’ 글동무이기도 합니다. 쓴 글을 읽고, 첨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서로의 문장이나 생각을 침범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글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찾아 자연스럽게 뻗어나갑니다. 같은 화분에 심어두어도 다른 모양새로 영역을 다듬어 나가는 노랑 코스모스와 이탈리안 파슬리처럼요. 두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은 마치 왈츠처럼 우아합니다. 파슬리가 몸을 낮춘 채 두 팔을 넓게 펼쳐내는 동안 노랑 코스모스는 그의 품에 안겨 허리를 꼿꼿이 펴고선 하늘을 향해 자라나지요. 서로의 동선에 방해되는 일 없이 자신만의 스텝을 밟으며 뿌리를 내립니다.

AROUND x seedkeeper 가장자리 라운드테이블

오는 5월 씨드키퍼와 함께 ‘가장자리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합니다. 라운드테이블은 일상을 돌보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 경험담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무언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 혹은 그런 다정한 마음을 연습 중인 이들과 함께 ‘자기 돌봄’에 관하여 자유롭게 생각을 나눠 보고자 해요.


이번 라운드테이블의 주제는 ‘지키고 싶은 나의 모습이 있나요?’와 ‘스스로를 돌보며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두고 싶은 나의 모습이 있나요? 세상에 자랑스럽게 내보이고픈 장점일 수도, 남들 앞에서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겠지요.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대화의 말미에는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과 함께 각자에게 어울리는 씨앗 파우치를 선물하려 해요.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변화의 씨앗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들께선 구글폼을 통해 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현장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는 ‘씨앗 파우치' 그리고 ‘Pot Mate’ 와 함께 어라운드 88호를 선물로 드릴게요. 그날의 대화는 네이버 포스트를 통해 차근히 기록될 예정이랍니다. 다양한 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저마다의 무언가를 피워내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참여 방법  : 구글폼에 접속하여, 간단한 설문에 참여해 주세요.

모집 인원  : 4인

당첨자 발표  :  5월 12일 (개별 DM 안내)

일시 : 5월 17일 p.m.7:00

장소 : 씨드키퍼 오픈 스튜디오 (연남로3길 58, 1층)


차곡차곡 쌓아둔 이야기

새롭게 단장을 마친 AROUND 네이버 포스트를 소개합니다. 한동안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아 내심 서운하셨던 분들도 있을 테죠. 최신 글이 올라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신 분들을 위해, 보다 더 정갈한 모습으로 변화를 주었답니다.  AROUND의 주변, AROUND의 시선, AROUND와 나눈 대화 카테고리에선 신간에 수록된 기사의 일부분을 미리 살펴보실 수 있어요. 지난 이야기들은 AROUND의 자취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답니다. 그뿐만 아니라 AROUND의 소식을 통해 따끈따끈한 근황 또한 꾸준히 전해볼게요. 상단의  ‘팔로우’ 버튼을 눌러 구독을 해주시면, AROUND의 면면을 발 빠르게 만나볼 수 있어요. 네이버 포스트 검색창에 우리의 이름을 적어보세요. 앞으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인사를 나누기로 해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많은 이들의 축하가 이어졌지요. AROUND SNS에도 환경을 위한 작은 움직임이 담긴 인증 사진이 연이어 올라왔어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이들이 전해온 장면을 보며 오늘의 몫을 다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도 더 나은 지구를 그리며 힘쓰는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찾아올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만나요!

'지키고 싶은 장면(On Earth)’을 주제로 한 《AROUND》 88호가 궁금한가요? 책 뒤에 숨겨진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이미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

어라운드와 롯데백화점 문화센터가 계절마다 함께 발행하는 《LOTTE LIFESTYLE LAB》이 여름을 맞아 찾아갑니다. 《LOTTE LIFESTYLE LAB》은 동시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연구하며 그에 맞춰 다채로운 취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거진입니다. 이번 여름호의 주제는 ‘몰입’ 입니다. 여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문화 예술과 무언가를 삶에 물들인 과정의 순간과 경험에 대해 조명하고자 해요. 《LOTTE LIFESTYLE LAB》은 《AVENUEL》 5월호와 함께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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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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