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드키퍼가 브랜드 차원에서 주요하게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돌봄’이잖아요. 어쩌면 환경을 바꾸는 일은 일상을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내가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고, 무엇을 썼는지부터 점검하는 일이요.
혜성 맞아요. 저희가 예전에 ‘돌봄’이라는 키워드로 ‘라운드 테이블’이라는 이름 아래 대화의 장을 마련한 적이 있어요. 저희는 식물을 키우는 일이 어린아이를 키우는 일과 정말 비슷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전에 지인 중 엄마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분과 ‘레터 투 레터’라는 이름의 편지를 주고받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육아하면서 느끼는 고민을 편지로 써서 건네주시면, 저희는 식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감상을 답으로 보냈거든요. 그 과정을 통해 사람 간의 관계에서 느끼는 고민을 식물에 덧대어서 생각해 보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프로젝트를 조금 더 확장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모인 사람들은 모두 ‘나를 돌보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서로 일상에서 느낀 경험을 나누면서 무언가 차오르는 기분을 느꼈죠.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가 있어요?
다혜 어떤 신청자분께서 이렇게 이야기해야 하는 자리였는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괜찮으니 듣고만 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정작 자리가 끝나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은 이야기는 그분이 중간중간 툭툭 던져주신 말이었어요. 이를테면 ‘나를 돌보려면 자신을 먼저 잘 알아야 한다.’ 같은 이야기요. 되게 간단한데도 그날의 핵심을 짚은 문장처럼 느껴졌어요.
혜성 그분께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한테 “어떤 게 좋냐?”고 물을 때마다 대부분 “다 좋아요.”라고 이야기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건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좋다고 이야기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많은 분께서 공감하셨어요.
다혜 그런 대화가 오가고 난 뒤 자리를 정리하다가 혜성 씨가 “살아 있는 기분이야.”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만큼 꼭 필요한 시간이었죠.
(중략) 씨드키퍼의 첫 시작은 펀딩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때 후원해 주신 분들끼리 씨앗 일기를 공유하기도 했지요.
혜성 맞아요. 그때도 저희가 씨앗키트를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공감해 주실 분들이 계실까 고민을 했는데요. 그렇게 씨앗을 키우며 쌓아온 좋은 시간을 이야기해 주시니 이 일에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라운드테이블도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겠죠. 어딘가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돌보고 있는 사람들과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하고 난 뒤 동력을 얻었어요. 사전에 공유해 주신 인터뷰 질문지에 씨드키퍼가 ‘누구를 위한 걸까?’, ‘왜 해야 하는 걸까?’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저희는 결국 돌보는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좁은 의미로는 식물을 돌보는 사람들이겠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을 돌보고, 삶을 돌보고, 공동체와 세상을 돌보는 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꾸려나가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