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어떻게 정의하나요? 최근 찾아 읽은 최진석 철학 교수의 기사에서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힌트를 얻었어요. 직업은 자기가 맡아서 하는 일을 의미하는 직(職)과 그 일을 통해서 자기를 완성해나가는 업(業)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맡은 일을 통해 자기를 완성해나가는 것이 '직업인'으로서의 삶인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직업인이 되기보다, 직장인으로서 존재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의 삶을 완성시키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거나 몰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의 삶과 연결되지 않는 일에서 재미를 느끼라고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쫓겨서 달리는 사람에게 '달리니까 재밌지?'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존재할 때 직과 업이 일치할 수 있습니다. 하고 있는 일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하는 순간일 수 있어요.

메이트님은 직장인인가요? 직업인인가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
밑미 커리어 카운슬러 김나이 님의 이야기

Q. 나이님을 소개해 주세요!
A. 커리어 액셀러레이터이자 밑미의 커리어 카운슬러 김나이 입니다. 사람들이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커리어 상담을 해오고 있어요.

Q.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란 이름, 많이들 생소해 할 것 같아요.
A. 자동차 액셀을 밟으면 속도가 붙는 것처럼, 많은 분들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액셀을 높여드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제까지 2천여 명의 커리어를 상담했습니다.
Q. 2천 명이라니..! 정말 많은 케이스들을 상담하셔서 이제 꽤 많은 데이터베이스가 쌓였을 것 같아요. 상담 받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어떤 고민들을 많이 하시나요?
A. 첫 번째로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란 말을 제일 많이 들어요. 5년, 10년 차 직장인인데도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고, 내게 맞는 일은 도대체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결국 이 고민은 ‘내가 가진 강점’과 연결되는데, 내 안의 강점을 살려서 일하고 있지 않기에 생기는 것 같아요. 내 강점이 무엇인지 찾고 싶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한 번 살펴보세요. 만약 일이 잘 맞는다면, 내가 뭘 잘하는지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일을 잘 해내고 있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건 내 강점과 연결되지 않는 일일 수 있어요. ‘저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일까요?’라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그 질문은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던져야 하는 정말 중요한 질문이죠.

두 번째로는 ‘나는 전문성이 없는 것 같다’라는 고민도 많이들 털어놓으세요. 요즘은 더욱이 평생직장이란 게 없으니, 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건 다들 인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전문성이란 건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키워야 하는 거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잘하는 지도 모르겠는데 10년, 20년을 한 직장에 다녔다고 해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문성이 없어 고민인 분들께 저는 되물어요. 내가 정의하는 전문성은 무엇인지. 전문가라는 건 한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졌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그 일에 깊게 빠져들어 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로는 ‘좋은 조직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에요. 나는 주도적이고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는 성향인데, 내가 속한 조직은 정체되어 있는 것만 같고.. 그렇다면 내게 맞는 회사는 어떻게 찾는 건지, 저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건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 그런 실질적인 방법들도 많이들 궁금해하세요. 그럴 때 제일 중요한 건 나의 기준이에요. 내가 일을 할 때 있어 중요하게 보는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지가 자연스럽게 뒤따라 나옵니다.
Q. 그 외에도 다양한 고민들이 있을 텐데, 결국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잘 하기 위한’ 것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나이 님을 찾는 것 같아요.
A. 그렇다고 해서 커리어를 제가 정해드리진 못해요. 결국엔 나 스스로가 찾아가야 하죠. “너 하고 싶은 일 해!”라고 하면 막막하고 어렵잖아요.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결국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제 역할은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잘 던질 수 있도록 옆에서 돕고, 용기를 드리는 거고요.
사람마다 자주 쓰는 용어나 말할 때 하는 습관 같은 게 있는데, 그걸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남이 보면 보일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이직을 고려하시는 분께 자기소개나 지원 동기 같은 걸 물어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 남들 듣기 좋은 말을 하거나, 자신이 일했던 것만 줄줄 나열하는 경우를 종종 봐요. 그럴 때 그 사람이 뽑아야 하는 ‘나만의 핵심 키워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사람이 반복해서 사용하는 워딩이 무언지 짚어드리기도 해요. 나도 잘 몰랐던 나의 모습을 보다 구체화해서 명확하게 볼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있어요.

Q. 지금 밑미에서 진행하고 있는 커리어 카운슬링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계시죠. 그중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핵심 질문을 꼽아보신다면..!?
A. 첫 번째 질문은 바로, ‘나는 일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입니다. 성장, 재미, 의미, 인간관계, 돈, 워라밸, 이렇게 6가지 중 2가지만 한 번 꼽아 보세요. 내가 만약 성장을 꼽았는데, 지금 다니는 회사가 성장하지 않고 있다면 얼마나 괴롭겠어요. 워라밸이 중요한 사람인데, 야근을 해야만 하는 환경이라면 정말 힘들겠죠. 내가 무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면, 내 탓으로만 여기지 않을 수 있고 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두 번째로는 ‘내가 정의하는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에요. 사람마다 성공의 기준이 다르죠. 누군가는 가족들과 마주 보고 매일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한강이 내다보이는 아파트에서 사는 것일 수도 있어요. 대기업의 높은 포지션에 있으면 대체적으로 ‘성공했네’ 하잖아요. 하지만 그건 남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죠. 중요한 건 나의 기준이에요. 만약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만큼의 돈이 생겼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때 내게 있어 일이 가지는 가치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는 ‘좋은 회사라고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보는 지표가 무엇인가?’입니다. 회사의 성장성, 리더, 미션, 조직문화, 연봉.. 여러 요소들이 있겠죠. 그중 회사의 성장이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그 회사의 사업보고서나 IR 자료 등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뒤따라와야 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찾아볼 생각을 많이들 하지 못하세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을 먼저 알면, 내게 맞는 일과 조직을 찾아갈 수 있을 거예요.
전쟁중에도 놓지 않은 이순신의 리추얼

하루를 회고하며 나의 감정과 생각을 쏟아내는 일기. 일기를 꾸준히 쓴 사람들은 자아 성찰지능이 높다고 합니다. ‘난 무엇을 했다’를 정리하는 하루 일지가 아니라, 나의 감정과 생각을 자기검열 없이 털어놓는 하루 일기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일기를 꾸준히 써온 사람 중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우리 모두가 아는 위대한 사람, 이순신 장군입니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어보신 적 있나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는 1592년부터 1598년까지 7년 동안 임진왜란 중에 쓴 일기입니다. 난중일기는 전쟁에 대한 사실 기록이 아니라, 이순신의 희노애락이 담긴 개인의 서사입니다. 긴 세월 동안, 그리고 전쟁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매일 일기를 써 내려간 것인데요. 험난하고 긴장 넘치는 전쟁터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만의 리추얼이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일의 기록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이 단단한 마음으로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전쟁을 치를 수 있지 않았을까요?

날씨에 대한 짧은 기록만을 남긴 날도 있었고, 근심, 걱정, 기쁨 등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은 난중일기를 읽다 보면 강인할 것만 같은 이순신 장군이 가깝게 느껴집니다. 어떤 것에 고뇌하고, 어떤 것에 슬퍼했는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기를 통해 본 그는 나라, 가족, 동료를 깊이 사랑하고 겸손과 정직함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1594년 9월 1일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잠들지 못하여 촛불을 밝힌 채 뒤척거렸다. 이른 아침에 손을 씻고 조용히 앉아 아내의 병세를 점쳐보니 ‘중이 속세에 돌아오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다시 쳤더니 ‘의심하다가 기쁨을 얻은 것과 같다'는 괘를 얻었다. 매우 길하다”

1596년 5월 5일
밤이 깊도록 이들을 즐겁게 뛰놀게 한 것은 내 자신만이 즐겁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만 오랫동안 고생하는 장병들에게 노곤함을 풀어주고자 한 계획인 것이다.

1597년 4월 13일
조금 있다가 종 순화가 배에서 와서 어머님의 부고를 전했다. 뛰쳐나가 뛰며 뒹구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하다. 곧 해안으로 들어가니 배가 벌써 와 있었다. 길에서 바라보는, 가슴이 메어지는 슬픔이야 어찌 이루 다 적으랴.
 
1597년 7월 16일
우리나라가 믿을 힘은 오직 수군뿐인데, 수군이 이러하니 다시 더 바라볼 것이 없다. 거듭거듭 생각할 수록 분한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다.

그의 삶은 후대까지 알려진 명예로운 삶이지만, 일기 속에서 이순신은 수많은 고통과 역경을 겪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처럼 이순신 장군도 술을 마신 다음 날 쓰러져 누워있기도 했고, 아픈 날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점괘에 아이처럼 신나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나라를 지키려는 사명감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가족들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이 가득 넘칩니다.

솔직하게 내 마음을 써 내려간 일기는 그 기록이 모이고 시간이 쌓이면 나에 대한 소중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전쟁 중에서도 매일 일기를 쓰며 마음을 튼튼하게 다잡은 이순신 장군을 보니 오늘부터 일기를 쓰고 싶어지네요. 매일 일기 쓰는 리추얼을 우리 같이 해볼까요?
힘들지? 고민을 말해봐~~ 🗣 
뗌무 님의 고민
업무 시간이면 너무 우울해요. 전 원래 열정이 넘치는 사람인데, 회사에서는 일을 하려 해도 하기가 싫고 무기력하기만 해요. 제가 정말 좋아했던 회사인데, 한 번 정이 떨어지니 그저 이직을 하고 싶은 마음만 자꾸 커집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직이 과연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1년만 더 버티면 연봉이나 커리어 측면에서 좀 더 얻을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혼란스러워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양민아 님의 답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회사에서 겪은 어떤 일들이 뗌무 님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보통 우울한 감정은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와 화, 실망감을 당사자에게 충분히 표현하지 못할 경우 찾아오는 것 같아요. 상처는 받았고 화는 나는데 어디에도 풀 수가 없으니 그저 자기 자신에게 그 화를 풀게 되는 거죠.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내가 문제인 건가? 나를 자책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일에 대한 재미와 의미를 잃어가며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럼 이 속수무책인 나의 감정,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땐 자신에 대한 비난을 잠시 멈추고, 내 마음에서 느껴지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세요. 외면하거나 피하지 말고, 우울한 마음, 속상한 마음, 화나는 마음이 충분히 느껴질 수 있도록 허용해보는 거예요. 그리고 이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종이 위에 마음껏, 충분히 써보세요. 반듯하게 쓸 필요도 없고, 떠오르는 대로 이 생각, 저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쓰는 거예요. ‘이 정도면 되었다!’라고 느낄 때까지요. 내 머릿속과 마음속이 어느 정도 비워지고 나면, 쓴 종이들을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한 번 쭉 읽어보세요. 이 땐 나의 감정이 한 김 푹- 빠져있을 때라, 나 자신을 좀 더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돼요. 그리고 나면, 앞으로 내가 취해야 할 생각과 판단이 무엇인지 선명해지게 된답니다.

우리 용기 내어, 무엇 때문에 내 마음이 이렇게 우울하고 속상한지, 정말 지금의 회사를 떠나고 싶은 것인지 한 번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혼란스러울 때면 마음의 중심과 생각의 초점을 곧잘 잃게 됩니다. 그럴 때일수록 나의 감정을 분명히 파악하고, 내가 지금 다시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바라봄으로써 감정에 이끌려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합니다. 마음의 열정이 크신 분이니, 현재의 고민도 충분히 잘 해결해내실 것이라 믿습니다. 뗌무님의 현명한 선택과 판단을 응원할게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밑미타임 #MeetMeTime

내가 가진 강점을 천천히 떠올려보세요. 강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직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어요. 내 안의 강점을 발견하면, 그다음엔 내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어떤 일이 내게 적합할지 알 수 있어요.

*실천하는 모습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SNS에 해시태그(#밑미타임 #MeetMeTime)와 함께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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