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옆자리에흑인이앉았다 #가나남친 #임지영 기자

시사IN북 뉴스레터 #23

지난 주말 대구에 머물 일이 있었습니다. 불가피한 병문안 때문이었는데, 수시로 이런 재난문자가 날아오더군요. “수도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 연휴기간중 수도권 방문 자제.”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대구·경북 지역 확진자가 폭증하던 지난 2~3월, 수도권 가게에도 “대구경북 출신·방문자 출입 금지” 같은 문구가 나붙곤 했으니까요.

반 년만의 반전이라 할 사태 전개 앞에서 잠시 멍해집니다. 휴가를 마치고 다시 돌아본 동네책방 사정도 아득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며칠 전에는 동네책방들이 집단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더군요. 조진석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의 말마따나 ‘하루하루 책방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만도 버거운’ 동네책방 주인들이 초유의 연대행동에 나섰다는 건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겠죠.

문득 얼마 전 진주문고에서 만난 직원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요즘은 동네서점을 일부러 찾아와 책을 사는 손님들이 늘었어요.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과 달리 할인이나 적립을 못받는다는 걸 알면서도요. 동네서점이 사라지면 지역의 문화적 구심이 사라지고, 그렇게 되면 주민들이 마음 둘 곳이 없어진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결국 코로나19 문제가 됐건 도서정가제 문제가 됐건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회적 합의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는 칼럼 ‘도서정가제 논란을 둘러싼 팩트체크’에서 김명환 교수(서울대·영문학)가 던진 질문을 님께도 다시 던지고 싶습니다. 책은 ‘저렴한 가격’에 팔려야 할까요, 아니면 ‘적정한 가격’에 팔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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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by Pixabay


한국도 미국처럼 너무 하얗다  

   예롱 글·그림/뿌리와이파리 펴냄      

얼마 전 한국계 미국인 배우 산드라 오와 〈기생충〉 통역가 샤론 최의 인터뷰 영상을 봤다. 〈킬링 이브〉 시즌 3의 주연 산드라 오는 인종차별적인 업계 분위기에 대해 한마디로 말한다. “우리는 이미 인종차별이 뭔지 안다.” 그에게 봉준호 감독의 태도는 충격이었다. “무대 위의 감독님 모습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 한번도 소수인종으로서 인종차별적인 사회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의 자유로움 그 자체를 봤다.”
 
전 세계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오스카 소 화이트(#OscarsSoWhite)’로 대표되는 영화계는 물론이고, 코로나19로 노골적인 혐오 대상이 된 아시아인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산드라 오는 같은 인터뷰에서 묻는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이해하는지 궁금하다고. 그의 질문을 들으며 지난해 읽은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가 떠올랐다. 가나에서 온 흑인 남자친구 만니와 만화가 예롱 커플의 일상을 그린 만화다.

두 사람이 길을 걷기만 해도 사람들이 쳐다본다. 몇 분씩 빤히 보거나 소리 지르는 사람도 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쑥덕거리는 유형도 있는데 최악인 건 ‘저 여자는 이제 못 돌아오겠네’ 같은 말처럼 성희롱과 인종차별이 한데 뒤섞인 경우다. 만니는 미국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한국인 친구에게 연락을 차단당하기도 하고 혼자 주얼리 숍에 들어갔다가 직원에게 ‘여기 좀 비싼데’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남자친구가 외국인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백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가나 사람이라고 하면 영어는 할 줄 아느냐고 묻거나 반대로 ‘흑인이라니 멋지다’고 칭찬을 한다. 작가는 칭찬이나 동경도 인종차별의 일종이고, 몰라서 하는 차별도 차별이라고 말한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그 이후를 지켜보며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임지영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홉스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지음, 진석용 옮김, 
교양인 펴냄  

“홉스의 일생 중 상당 기간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애덤 스미스 하면? 보이지 않는 손! 토머스 홉스 하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공교육 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우리는 거의 조건반사로 내뱉을 수 있다. 그러고는 이 위대한 사상가들이 어떤 문제와 씨름하고 어떻게 위대해졌는지 거의 생각할 일 없이 살아간다.
이럴 때 훌륭한 해결책이 있다. 전기다. 사상가들이 살았던 시대, 그들이 해결하려 했던 당대의 과제, 그리고 이들의 인간적 기질과 약점까지 이해하게 해주는 전기는 위대한 사상으로 가는 좋은 입구다. 미국의 철학 교수인 저자 마티니치는 겸손하면서도 꼼꼼한 필치로 홉스의 삶을 오늘에 되살린다. 근대 서구 정치철학의 뿌리로 인정받는 홉스가 궁금했지만 고전의 벽이 너무 높았다면, 마침맞은 대안이 드디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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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배신  
이광석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취향을 납작하게 만든다.” 

초창기만 해도 유튜브는 새로운 영상 미디어 감각을 배양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구글에 인수되면서 구글식 알고리즘 기술 체계가 장착되었다. 유튜브는 개인 동영상 소비패턴을 계산하고 가입자의 누적 기록을 분석해 ‘관련, 추천, 맞춤’ 등 개별 취향의 콘텐츠 목록을 보여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는 치명적 약점이기도 하다. 이용자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이나 취향을 공유하는 유튜브 채널이 뱅뱅 돌고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용자 취향 바깥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변화를 관찰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 책은 이 같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부메랑 효과들을 여러 분야에서 살피고 경고한다.
 
 
 

사랑이 아닌 것은 별 
사이하테 타히 지음, 정수윤 옮김, 
마음산책 펴냄  

“100년이 지나면, 어차피 다들 누구도 사랑하지 않게 된다.”  

일본어는 한국어처럼 주어, 목적어, 동사 순이다. 일본의 시인 사이하테 타히는 행동보다 대상을 먼저 서술하는 이 어순에 대해 ‘신체보다도 세계를 우선적으로 의식하는 방식’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른 언어로 시가 번역되는 건 시인에게 ‘매우 기묘한 경험’일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쓰다가 첫 번째 시집 〈굿모닝〉으로 만 21세에 제13회 나카하라 주야 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작가의 시집이 번역되어 나왔다. 그는 비디오 아트를 활용해 시 전시회를 열고 호텔과 연계해 ‘시 숙박’을 기획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사이하테 타히’라는 장르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3부작의 첫 번째 시집이다.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 〈사랑의 솔기는 여기〉가 동시에 출간됐다.  
 

세계경제가 만만해지는 책    
랜디 찰스 에핑 지음, 이가영 옮김, 
어크로스 펴냄  
 
“정치인들이 미사여구로 대중을 조종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오늘날의 경제를 ‘융합경제 (fusion economy)’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핵융합 과정에서 수소 원자들이 합쳐지며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듯, 세계경제 역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에너지와 예기치 않은 사건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선언이나 이탈리아의 정권교체는 어떻게 세계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칠까? 미국 증시가 폭락하는데 달러 가격은 왜 오를까? 외국 자본이 어떻게 나의 대출이자를 좌우하는 걸까?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오늘날의 세계경제다.
환율과 무역협정 등 세계경제 기초 지식부터 그린 뉴딜 같은 미래 경제 트렌드까지, 꼭 알아야 할 세계경제의 핵심을 명쾌하고 생생한 사례로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한다.  
 
감염병 시대 함께 읽어요
 
다시,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팬데믹 시기를 살아내는 일은 역시 쉽지 않네요😭
 
이 쉽지 않은 시간을 침착하게 견뎌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 랜선 읽기모임을 시작합니다.🌱
 
혼자 책 읽을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 분,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고 싶은 분, 
코로나19 시대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은 분,
모두모두 환영합니다.
 
√ 기간:8월25일~9월4일(주말 제외)
√ 방식:카카오 오픈채팅방에서 매일 한 장씩 총 9일간 함께 읽기
*참가 신청자에게는 8월24일 오후 6시 채팅방 링크를 알려드립니다.
√ 참가 비용:무료
√ 모집기한: ~ 8월24일 오후 2시까지
   *5인✋ 이상 신청시 개설합니다.

 
 

"나는 의뢰받은 손님에게 수수료 대신 책을 찾고 있는 사연을 받는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흥미로운 이유가 책에 얽혀 있으면 그것을 찾아준다...자, 이렇게 해서 나는 헌책방을 꾸리는 한편 책과 사람에 얽힌 기묘한 사연을 수집하는 이상한 직업을 갖게 됐다. 이제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재미있을 수도, 슬플 수도 있다. 때론 무서운 이야기, 황당한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만 밝혀두자. 우리 주변엔 의외로 기묘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윤성근 '한 가지 밝혀두자면, 이건 소설이 아니다'

<시사IN>이 전국의 동네책방🏡 35곳과 함께 책 읽는 독앤독🐶(독립언론×독립서점) 콜라보 프로젝트 페이지를 클릭해보세요. <시사IN> 지면에 번갈아 새로 연재되기 시작한 '책방에서 만난 사람' '책방에서 생긴 일'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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