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리2의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돌고 돌고 돌고》의 마지막 레터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생각하고 만들어온 것들을 한 곳에 모여 나누고 경험했던 시간들을 독자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어서 정리해보았습니다. 6월 하짓날 가졌던 ‘잔치’를 비롯해 7월 첫 날 팩토리2를 채운 <도는 날>의 퍼레이드까지. <돌고돌고돌고> 전시는 오는 7월 15일(금)까지이니 이 흥미진진한 여정의 마지막 이야기를 놓치지 마세요.

잔치, 함께 둥글게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2022.6.21)

사진. 정해민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프로젝트 안과 밖의 사람들을 초대하여, 땅의 기운을 나누고 작은 수확의 기쁨도 나눴습니다. 프로젝트는 일단락하지만, 온실과 텃밭의 시작을 알리며 다 함께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며 땅과 식물, 음식, 사람과의 관계를 세우고 허물었습니다. 
지난 일 년의 긴 여정을 정리하고 소개하며 프로젝트의 확장과 발전의 가능성을 펼쳐 보았습니다.

날씨의 집

사진. 정해민, 홍보라
《돌고 돌고 돌고》의 일환으로 설치된 온실 <날씨의 집>은 크리스티나 킴과 중간공간연구소의 협업으로 제작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이 온실 설치물은 폐유리 조각을 재사용하였으며, 그 위의 캐노피는 보자기처럼 패치워크하고, 덧대고, 이어 붙인 수선의 디자인 사고를 바탕으로 제작했지요. 온실 옆 텃밭에는 DMZ 자생식물 50여 종의 씨앗을 심고 돌보며 시간과 노동, 공간의 변화, 우리의 손을 사용하여 자연과 관계할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땅의 멤버십’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온실과 텃밭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험실로서의 온실 안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기능을 넘어 땅과 식물, 미생물, 음식, 염색, 발효 등을 둘러싼 다양한 경험을 이어가길 기대합니다.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와의 협업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는 《돌고 돌고 돌고》 프로젝트의 긴밀한 협업 파트너입니다. PaTI 옆 유휴공간에 설치한 온실과 텃밭은 배우미(학생)들의 오랜 참여와 관심이 있었기에 더욱 풍성한 가능성을 품게 되었습니다. 《돌고 돌고 돌고》 안에서의 연계 프로그램 및 전시에도 참여한 배우미는 크리스티나 작가와의 워크숍을 통해 프로젝트의 중심 테마 중 하나인 ‘Learning by doing (행함에 의한 학습)’도 실천할 수 있었지요. 
약속했던 프로젝트 기간 이후에도 PaTI 배우미와 ‘땅의 멤버십’ 참여인 및 파주 지역주민의 자생적인 참여와 돌봄은 온실과 텃밭이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입맛이 돌고, 술이 돌고, 이야기가 도는 <도는 날 Turning Day>
: 전시 <돌고돌고돌고 Turn Turn Turn> 연계 프로그램 @factory2 (2022.7.1)

사진. 허인
ㅇ 줍줍바 by 강은경 
스몰바치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식경험디자이너 강은경은 《돌고 돌고 돌고》 프로젝트에서 <줍줍주의 순환적 생애> 워크숍을 진행하며 채집한 것들로 담금주를 만들었고, 이때 만든 담금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 바를 팝업 오픈했습니다. 채집의 감각과 함께, 먹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의 개념을 떠올리며 흥과 시간이 담긴 줍줍주는 전시를 비롯해 <도는 날> 프로그램 곳곳을 순환했습니다.

사진. 정해민
ㅇ 본능노리 워크숍 by 김송수 
런던을 베이스 활동하는 요리가이자 음식문화활동가인 김송수는 <본능노리>를 통해 음식의 재료를 오감으로 감각하고,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의 텃밭에서 기른 채소들을 재료 삼은 음식을 ‘본능적’으로 느껴보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쌀 하나로도 어린 시절의 추억과 명상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준 본능에 충실했던 시간.

사진. 이지연
ㅇ <식물과 발톱> 스크리닝 by 정동구 
영상작업자 정동구는 《돌고 돌고 돌고》 프로젝트 전반을 기록하며 다큐멘터리 영상 <식물과 발톱>에서 식물이 말로써, 실물로써 회자되고 돌보아지며 자라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40분의 영상 안에서 어떻게 담기고, 이후 이어진 토크에서 감독님의 다큐멘터리와 다큐멘테이션 간의 고민, 기록 작업을 계기로 매발톱을 직접 구입하여 빈 온실에 심은 이야기, 많은 이들을 한 곳에 담으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끝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함께 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전합니다. 각각의 크고작은 프로젝트는 파주 PaTI 옆 작은 땅과 하늘에, 그리고 팩토리 웹사이트, 뉴스레터, 유튜브,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남아 있지만 그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함께 한 이들의 경험과 기억에 남아 있답니다. 퍼블릭아트의 새로운 시도와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셔서, 또한 뉴스레터를 통해 본 프로젝트에 함께 해주신 구독자 여러분께도 감사합니다.
“온실을 만들고 DMZ 자생식물을 심고 텃밭을 가꾸자는 기획의 말이 구체화되고 그 형태가 생겼습니다. 처음부터 프로젝트 안에서 공공이 무엇인지 그 정의를 규정하지 않았지만, 참여자 모두는 각자의 경험과 활동 범위 안에서 그 모호함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시도하며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일 년 만에 온실과 텃밭이 생겼고 사람들이 모여 땅과 식물, 맛과 기억, 예술의 경험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잡다한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던 땅에 흙을 덮고 씨앗을 뿌리고 물과 퇴비를 주고 돌보고 살피는 동안 나의 것도 아닌,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그 작은 땅에 어느새 애정이 생겼습니다. 서울과 파주에 오가며 땀을 흘리고 땅, 식물, 파주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마음입니다.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시점이지만, 이상하게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땅의 새로운 멤버를 모집하고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며 다시 또 다른 순환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온실과 텃밭을 우리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봅니다.” – 이지연
“제로 웨이스트, <산가요록>, DMZ 자생식물, 디아스포라, 커뮤니티 자수, 안녕(安寧), 웰빙(wellbeing), 온실, 정성, 재활용과 재사용, 효율적이고 우아한 수선, 실험실, 시간의 순환, 재료의 순환, 커뮤니티 테이블, 공동의 기억, 행함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 흙, 씨앗, 손과 노동, 텃밭 등등…… 
일견 서로 연결된 것 같으면서도 상이하기도 한 단어와 개념이 파편인 채로 부유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 좀처럼 보이지 않던 긴 ‘불확실성’의 시간을 지나며 따로 또 같이 의논하고, 상상하고, 개별적 또는 공동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다 보니 그리 매끈한 길은 아니었지만, 시작과 끝이 어느 사이 마주하고 있는 구불구불한 원이 생겼다.” - 홍보라, ‘기획의 글’ 중에서
전시명 돌고돌고돌고 Turn Turn Turn 
장소 factory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기간 2022.6.18(토)-7.15(금) 11:00-19:00 (매주 월요일 휴무) 
전시기획 노윤희, 여혜진 
만든 사람들 크리스티나 킴, 강은경, 김송수, 김수, 자리합시다(김다움, 노윤희, 여혜진), 정동구, 중간공간연구소(김건태, 김보람), 하미현, factory2(김보경, 이지연, 홍보라). (feat. 안상수) 
그래픽 디자인 김보경

주최 주관 factory2 
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 팩토리2 
에디터 뫄리아
진행 김보경, 이지연
디자인 김유나 (유나킴씨)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