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82cook'이라는 웹사이트를 아니?

기나긴 육아터널을 지나고 네 오빠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해에 정보가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검색해서 들어간 곳이란다. 너희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가입했는데, 실상은 사는 이야기, 장터, 경제 정치 생활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었지.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다 들어있더라고. 그 흔한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고 신났어. 10년 간의 북경 생활에서도 82cook에서 정보를 얻곤 했으니 내 인생의 일부와 다름이 없다. 음... 세어 보니 25년 다 되어가네.

코로나19가 한창인 어느 날 82cook에서도 계속 우울한 이야기가 넘쳐날 때 누군가가 "우리 단톡방 만들어서 주식 공부해요"라는 글을 올린 후, 단톡방이 개설되고 1500명의 스터디 인원이 만들어졌어. 소개해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공부하며 토론하는 동안, 따로 방 만들어 나가는 사람, 공부 재미 없다고 나가는 사람 등등 걸러져서 600여 명이 남았는데, 그 중 열심인 사람은 한 30여명, 나도 그 중의 하나야 ㅎㅎ

전국, 그리고 해외 아지매들, 심지어 아저씨도 있었으니 정보가 무궁무진하지. 갓 결혼해서 애기 낳으신 분도 있는데 그 분의 아기 발가락 사진만 올라와도 환호성이 터졌어. 덕분에 기나긴 코로나 시대가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았다.

이제 3년 되어가니 수다도 떨고 주식으로 돈 벌면 선물도 쏘고, 각종 생활용품 저렴하게 구입도 하고, 난 공짜에는 운이 없어서 당첨된 적이 없지만 징징거리면 누군가가 선물(바나나우유)을 보내주기도 해.

사는 매일매일이 반복적이고 재미없는 줄 알았는데, 네가 보내준 편지 제목을 보니 조그마한 것이라도 매일 즐거움은 있었던 것 같아. "소확행"이라고 하지. 오늘은 블랙데이라고 행운뽑기가 올라왔는데 역시 꽝이야. 무려 짜파게티 컵라면인데.. 홍콩반점에서 4월 14일에 한정해서 반값에 자장면 준다는데 설마 이것도 내 앞에서 마감되지는 않겠지?

지금 내 소망은 내가 2년 전에 사놓은 주식이 좀 올라서 단톡방에 자랑삼아 선물 한 번 쏘는 거야. 넘 소박하니? 이런것도 순간순간의 행복인것 같아.

사는 게 재미없다고 툴툴거리지 말고, 이렇게 소소한 재미를 즐기며 보내야겠어.

오늘은 3천원짜리 자장면 꼭 성공하길 바래!

주식투자는 거들떠도 안보던 엄마가 어느새 나보다 더한 타짜가 되어버렸지.

코로나시대에 할 일이 없어서 종목 300개를 통째로 외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어. 역시 엄마는 뭘 해도 할 사람이야...

옛날 옛날 원시인들은 호랑이나 곰같이 언제 찾아올지 모를 위협에 대비해야 했으니까, 몸이 보내는 경고에 더 예민하게 반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거야. 어떻게 보면 부정적인 신호를 잘 감지하는 사람이 더 탁월한 사람인 거지.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더이상 호랑이가 찾아오지 않는데도, 인체는 그만큼 진화하지 못했기에 사람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계속해서 생존의 위협에 버금가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대. 심지어 호랑이는 왔다가 사라지기라도 하지, 요즘은 스트레스는 24시간 우리와 함께 하잖아? 그러니까 요즘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는 호랑이와 매순간 함께 하는 거나 다름없는 거야.

부정적인 생각에 너무 꽂혀있다는 판단이 들면 의식적으로 그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감사하고 좋은 것들을 떠올리는 거야.

요가하러 발리를 가는 이 시점에 오른쪽 햄스트링도 오른쪽 발가락도 다쳐서 너무 속상하지만, 오히려 두 부상이 한 다리에만 생겨서 멀쩡한 왼 다리로는 운동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해. 더이상 월급이 들어오지 않지만, 수입이 없는 나를 생각해서 프리랜서 일을 의뢰해주는 많은 분들께 감사해. 엄마가 할머니를 보살피시면서 마음아파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는게 속상하지만, 엄마가 마냥 괜찮다고 혼자 속썩이는 게 아니라 힘들다고 모두 털어놔줘서, 내가 그걸 들어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

사람의 뇌는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드는 데 딱 21일 걸린대. 부정적인 생각만 하면 부정적인 사고회로가 강해지지만, 21일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연습하면 사고회로도 긍정적으로 갖춰진다는 거야. 21일간 매일은 못하더라도, 잊을만하면 나타나서 엄마가 소확행을 더 느낄 수 있게 알람을 울려줄게.

요즘 고민도 많고 절망감도 슬픔도 많이 느끼지는 않는지 모르겠어.

그래도 엄마 말처럼 순간순간의 기쁨으로 또 열심히 한 주 지내보자!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