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 24편에서는 물개가 강습반에서 만난 사람, 상황, 감정의 이야기를, 또 호흡법을 고민하던 인어가 발견한 실전 이론 유튜브 이야기를 담았어요. 

오늘은 강습 수영, 평소보다 일찍 수영장에 도착했어요. 잠시 물속에 들어가 자유형 몇 바퀴 도니까 금세 쉬는 시간이 되었죠. 쉬는 시간이 되면 테두리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어요. 수영장 안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주로 멍을 때리거나, 아는 사람을 만나면 대화를 하며 쉬는 시간을 달래더라고요. 저는 샤워실에 들어가 수경에 안티 포그를 바르면서 강습을 준비했습니다.

강습 시간이 되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오랜만에 오신 같은 반 분도 만나게 돼 덜컥 아는 척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물에 들어가기 전에 체조부터 시작하는데, 레인 맞은편에서 옆반 선생님이 체조 시간을 담당합니다. 항상 공손하고 차분하게 진행하셔서 그런지 체조의 집중도가 아주 높아요. 늘 똑같은 동작, 팔 벌려 숨쉬기를 끝으로 체조는 이내 마무리됩니다.

저는 중급반이에요. 우리 반은 레인을 3개를 씁니다. 초창기에는 2개를 쓰다가, 사람도 많아지고 반 내의 수영 실력이 각기 달라서 3개를 쓰기로 했습니다. 우리 반 선생님은 이 수영장에서 15년째 근무를 하고 있는 터줏대감이에요. 수영장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아주 잘 알고 있고, 그도 이 수영장의 모든 것들을 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주로 장 코치로 불리는데, 저도 편의상 '장코치'라고 지칭하겠습니다.

장코치는 일단 좀 재밌는 사람이에요. 그와는 수영장 바깥에서 사적인 대화를 나눈 경험이 거의 없어요. 오로지 물에서만 대화를 나누는데, 저는 그의 수중 유머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최근 그는 익명의 회원으로부터 컴플레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강습 시간에 딴 얘기를 너무 많이 한다고요. 저는 그 얘기를 듣고 데스크에 그런 컴플레인을 걸 수도 있구나 하며 재미난 프로세스에 대해 알게 됐죠.

그렇지만 그는 관록의 수영 강사답게 웬만한 컴플레인에는 익숙한 듯, "여러분들 계속 훈련시키면 힘들어하시니까, 중간중간 이야기를 섞으면서 쉬게끔 하는 거다"하고 너스레를 떱니다. 사실 저는 그의 딴 얘기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그의 너스레를 속으로 지지했습니다.

오늘의 딴 얘기는 자신이 강원도가 고향인데 청국장에 주로 김치를 넣어서 먹는다고 하면서, 그것을 '뜸북장'이라고 한다는 것이었어요. 강원도에서 먹던 어릴 때의 맛이 여태 안 나다가, 다시다를 넣으니까 그 맛이 난다는 얘기를 천진난만하게 하는 거예요. 유독 우리 반 사람들 중에 제가 제일 반응이 좋은 편인데, 그도 그것을 아는 듯 딴 얘기를 할 때는 저를 쳐다보는 시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딴 애기가 유독 더 들렸던 까닭은 오늘은 훈련량이 많은 날이었어요. 수영할 때 가민 스윔2 시계를 착용하는데, 강습 수영 때에는 시계에 1000m까지 뜰 일이 잘 없는데, 오늘은 1000m를 돌파했습니다. 1000m라고 하면 25m 레인 기준으로 20바퀴를 돈 셈이죠. 그것도 자유형만 한 것도 아니고, 접영, 배영, 평형을 번갈아 합니다.

저는 평영이 유독 어려워요. 다른 영법에 비해 도통 늘지도 않고, 속도도 현격히 떨어집니다. 특히 평영 발차기는 왜 이리 늘지 않는지, 바닥으로 발을 차야 하는데 오늘도 애먼 레인을 발로 차고서 아파했습니다. 장코치와 같은 레인 사람들이 평영 발차기 연습하는 법을 열심히 알려줬으니, 이후 자유 수영 시간에 체득해 보기로 다짐합니다.

밤에 있는 월, 수, 금 강습 수영일에는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재미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곤 해요.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이제 수모와 수경을 낀 얼굴은 누구보다 잘 알게 된 레인 사람들, 그리고 장코치까지 앞으로도 물개의 진짜로 다니는 수영 이야기는 비정기적으로 불쑥 등장해 볼까 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15만명 회원이 모인 커뮤니티 '수영인들의 놀이터, 수미사'의 도움을 얻어 레터를 홍보 중입니다. 남도스포츠 홈페이지 메인에도 레터 홍보 배너가 올라가 있어요. 2023년을 앞두고는 더 많은 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홍보에 박차를 가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