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65년간 대치했던 고지, 긴장 넘친 지뢰제거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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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03. 오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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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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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유해발굴 합의한 철원 화살머리고지 현장
2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군인들이 지뢰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일 오전 11시.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는 10월인데도 어지럽게 자라난 잡풀과 나무들로 녹음이 짙었다. 남북의 감시초소(GP)가 숨을 죽이고 대치하고 있는 이 곳에서 “부웅”하는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군 장병들이 예초기를 돌리는 소리였다. 예초기를 돌리는 장병들 주위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수색대원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국방부가 화살머리고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뢰제거 작전 현장을 2일 언론에 공개했다. 남북은 지난달 평양에서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군사 긴장완화구역 설정을 골자로 한 군사합의를 도출했다. 이 중에는 남북이 내년 4월부터 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공동유해발굴을 한다는 합의도 포함됐다. 지뢰제거 작업은 유해발굴 작업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사전 조치인 셈이다.

취재진은 화살머리고지로 향하는 GOP(일반전초) 소초에서 육군 소형전술차량으로 갈아타고 DMZ 통문을 통과했다. 약 10분 정도 비포장도로를 달려 지뢰제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화살머리고지에 도착했다. 산세가 화살의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이 같은 이름이 붙은 이 고지는 정전협정 체결 직전이었던 1953년 6월 29일부터 7월 11일까지 국군 제2사단과 중공군 제73사단 간 격전이 펼쳐졌던 곳이다.

GP 철책 바깥에서는 각종 장비를 든 장병들이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땅속 깊이 3m에 있는 금속물질 탐지가 가능한 숀스테이드 장비로 먼저 지뢰탐지를 한 뒤 예초기를 투입해 잡풀을 제거했다. 이어 지뢰탐지기 2대로 정밀 탐지를 한 뒤 바람을 품어 내는 공기압축기를 이용해 재차 확인하는 4단계 작업이었다.

작업은 화살머리고지의 2개 구역에서 진행 중이다. GP 앞에서 북쪽으로 나 있는 800m 길이의 수색로를 기존 폭 2~3m에서 4m로 확장하며 지뢰를 제거하는 한편 500m 길이의 과거 교통호(交通壕) 구간의 폭을 넓히면서 이 곳 지뢰도 제거할 계획이다.

이 같은 작업을 위해 공병만 80명이 투입됐다. 또 이들을 경호하기 위한 수색대대 24명과 국방부 유해발굴팀 13명, 폭발물처리반(EOD) 4명 등 총 136명이 이번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뢰제거 작업에 유해발굴팀까지 동원된 것은 지뢰제거 작업 중 유해가 곧바로 발견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또 만에 하나 작업 중 폭발물이 터질 경우를 대비해 의무대 역시 항시 대기하고 있었다. 말이 지뢰제거 작업이지 무장병력과 공병, 유해발굴 인원까지 투입된 입체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군도 지뢰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입장에선 작업 시작점이 고지 후사면이어서 여기서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 정신과 최근 이뤄진 남북 간 포괄적인 합의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지뢰제거 작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가 3일 보도했다. 유엔사는 “북한과 한국의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을 여전히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철원=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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