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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잘하고 싶어요  by.무니
매일 점심시간이면 창밖을 보며 근심에 잠깁니다. 말없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 입을 엽니다. "점심 뭐 먹을까요?" 답하는 이가 없어 공허해진 질문이 공기 중으로 흩어집니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메뉴를 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시간 남짓의 즐거운 시간이지만 동시에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이죠. 점심 메뉴를 쉽게 고르시는 편이라고요? 제게도 그 팁을 공유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은 점심 메뉴를 고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습니다. 점심 메뉴를 정할 때의 무궁무진스튜디오 멤버들만 봐도 그렇죠. 누구는 정말 아무 경향이 없어서, 누구는 먹고 싶은 게 많아서, 누구는 선택에 필요한 데이터를 아직 충분히 수집하지 못해서 (어떤 식당에 어떤 메뉴가 맛있다더라..) 메뉴를 결정하지 못합니다. 제 경우에는 모두가 만족할만한 보기를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제 선택에 한 명이라도 불만을 느낀다면 제 마음이 불편할 것 같거든요. 당연하게도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은 저에게는 답이 없는 문제나 마찬가지라서 결국 생각을 멈춰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제게 메뉴를 물어본다면 하염없이 선택지만 늘어뜨려 놓습니다. 이 중에 상대방이 마음에 드는 게 하나는 있겠지 싶어서요.
이런 우유부단한 성격은 겉으로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는 네가 좋은 게 좋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기적인 태도라는 생각도 듭니다. 선택을 위해 심사숙고하는 노력을 떠넘기고 나아가서는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기 때문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종종 책임이라는 단어를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책임을 진다고 하면 비난을 들어가며 상황을 역전시켜내는 것으로 생각할때가 많으니까요. 저는 거기에서 거창함을 조금 덜어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힘을 들여가며 무언가를 억지로 바꾸는 것 말고,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이미 책임을 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후회 없는 선택은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 선택을 피하지 않고도 책임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 같지 않나요?
요즘 무궁무진스튜디오 멤버들은 점심 메뉴 선정에 난항을 겪을 때면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메뉴를 고를 사람을 정하는 건데요, 꼴찌가 아닌 2등에게 그 영예를 수여 합니다. 애매한 순위가 애매한 메뉴를 정하면 모두 흡족해하며 길을 나섭니다. 쓰고 보니 별것 아니네요. 한편, 쓰고 보니 제가 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쓴 것 같습니다. 책임을 맹목적으로 두려워하지 않고 선택을 즐기는 순간이 오기를 희망하며 점심 메뉴를 열심히 골라보도록 하겠습니다.
p.s.
점심시간, 점심 메뉴 등의 키워드로 음악을 검색해보다가 발견했습니다. 평소 산울림과 김창완 님의 음악을 좋아했는데 처음 들어본 곡이었어요. 무궁무진스튜디오 멤버 숨이 자주 찾는 메뉴인 칼국수가 등장해서 더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근처 식당가의 점심시간 풍경을 떠올리며 들어보세요!
김창완 2집 <Postscript> 중 '점심시간 칼국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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