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다고 적자가 메꿔지겠니?

지난 6월 27일, 3분기 전기 요금 인상이 발표되었습니다. 7월분부터 9월분 전기요금에 연료비조정단가는 5원/kWh가 적용되며, 4인 가구 기준 월 전기요금은 1,535원 정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지속되는 적자로 인해 전기요금이 인상되었고 일각에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전기요금이 저렴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이번 글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좋은지 나쁜지는 다루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건이 기후위기 측면에서 어떻게 나온 결과인지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전의 적자에 대해서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만 2021년 2분기부터 이어진 영업 적자의 주원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입니다. 2021년부터 시행된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원자재 값의 상승을 전기 요금에 반영하게 되었습니다. 유연탄과 천연가스 등이 이전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고 지금도 그 상승 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전기 요금 인상 역시 원자재 값의 상승이 원인이죠. 

일부에서는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하지만, 탈원전 정책은 수면 만료 원전의 가동 중지일 뿐 정책 자체가 전기 요금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싼 편이라고 많이 말합니다. 그래서 이번 건에 대해서도 전기요금의 정상화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번 요금 상승은 단순히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행동이 아닙니다. 원자재 값이 상승함에 따라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만, 한전은 발전 비중의 60%를 석탄,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합니다. 한전 적자는 원자재 값의 상승이 맞지만 그 속에는 처음부터 지나치게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구조가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한전의 적자 원인에 원료비 상승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전은 기후위기 흐름에 역행하는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로 자산 손실의 위험을 높였습니다. 대표적으로 호주의 석탄 탄광 개발사업에 투자했지만 해당 사업이 무산되며 8,000억 원 이상의 좌초자산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전기요금 상승을 통해 일부 적자를 메꿀 수 있겠지만, 그래봤자 1.3조 정도입니다. 한전의 올 1분기 적자는 7.8조, 올 말까지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화석연료는 더 이상 값싼 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에 화석연료의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화석연료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요금 부담을 높이는 것이 정상화라 불릴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1/N 하자고 한 사람 손 들어 (🔫탕!) 또 있니?

사실 지난 레터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복지의 영역에서 적자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 바가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야 실적은 중요한 지표이지만 그와 별개로 에너지는 기본권의 영역입니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함이 분명합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는 취약계층의 복지할인을 적용한다고 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방안입니다. 에너지는 기본권의 영역입니다.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 이를테면 에너지, 교통, 의료 등은 경영의 효율성이나 수익성을 따져서는 안 됩니다. 

한전에서 많은 적자를 만드는 원인으로 민간 발전사에서 사 오는 전력구입비가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가격을 제일 비싼 전기*를 기준으로 잡기 때문에 한전은 적자지만 민간 발전사는 흑자인 아이러니를 발생시킵니다. 위의 상승기류에서 설명한 대로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다양한데, 그 해결책이 오롯이 요금 상승으로 돌아오는 건 절대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전기요금은 모든 분야에서 똑같이 5원이 올랐습니다. 단순히 물가 상승에 따른 영향이 아닙니다. 한전의 적자가 계속된다면 시민들의 부담이 커진다고 하는데 전기요금이 오른다고 해서 그 부담이 사라질까요? 지금까지의 문제는 전부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부분 민영화와 이상한 시장구조에 있었습니다. 이번 전기요금 상승은 에너지 공공성을 헤치고 적자의 원인을 흐리게 하며, 기후위기의 책임 소재 역시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지 물가가 오르고 원자재 값이 올랐으니 수긍하라는 것은 이 모든 문제에서 눈을 돌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전기요금 상승이 있던 나라를 살펴보면 모든 분야에서 동일하게 값을 올리지는 않았습니다. 대만의 경우 평균 8.4% 인상으로 4.6%**인 우리나라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료의 인상 폭은 15%입니다. 전기요금이 올라도 그 책임을 똑같이 감당하는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입니다.

구조상 지출이 큰 부분은 개편이 필요합니다. 전기를 더 많이 쓰는 분야에는 더 비싼 값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단순히 요금을 올리는 것으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막을 수도, 한전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적자의 원인을 분명하게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별로 생산 단가가 다르지만 가장 비싼 LNG(또는 유류)를 기준으로 합니다. 발전소를 가동하는 순서는 연료비가 가장 싼 것부터 시작해 가장 비싼 LNG(또는 유류) 순인데 입니다. 이때 시간별, 수요공급을 충족하는 가장 비싼 발전기의 비용을 지불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4인 가구 평균 요금 기준.

현대자동차가 드디어 울산공장 LNG 발전소의 환경영향평가* 초안 접수를 자진 취하했습니다. 당장 울산 공장의 LNG 발전소 자체는 일단 계획이 중단되었습니다. 기행러가 함께 메일을 보내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이번 그린워싱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직 완전하게 LNG 건설 발전이 취소된 것이 아니며 현대차에서도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업은 중단했지만 얼마든지 재개될 가능성이 남아 있어 불안한 건 사실입니다. 또, 발전소 건설 말고도 다양하고 창의력 넘치는 그린워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청기행은 앞으로도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기업의 행보를 지켜볼 예정입니다. 이번 그린워싱을 기억하며 기행러도 함께해주세요. 

[뽀득뽀득 녹색을 닦아보자] - 현대자동차 편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 행동에서 만나요!

*울산공장 LNG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법을 따라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초안 접수를 자진 취하했다는 것은 일단 현재로선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