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1 :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재난 극복 아이디어

꼭 필요한 것들을 이웃과 함께! "나눔" 아이디어
나만의 아이디어를 확산하고, 더 멀리 연결되는 연대의 물결

첫 번째 섹션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들이 보여주었던 다양한 '재난 극복 아이디어'들을 나눠보았어요.

자원봉사 활동가 네트워크인 '자원봉사이음'의 박윤애 대표는 자원봉사자들과 가장 가깝게 호흡하는 분답게 다양한 사례를 언급해주었습니다. 한 단체에서는 빨아 쓰는 종이타올로 만든 마스크에 필터를 넣는 간단한 방법을 고안하고,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유튜브 영상으로 배포했는데요. 처음에는 자기 가족 마스크는 자기가 만들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것이었는데, 나중에는 한번 만들 때 다섯 배를 만들어서 다문화 가정처럼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도움을 주자는 운동이 되었죠. 

또한 한 고구마 농부 분이 남은 고구마를 대구에 보내고 싶다고 해서, 그 지인들이 택배비를 모아 모두 대구로 보낸 일도 있었다고 해요. 이렇듯 자기만이 생각할 수 있는 고유의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동료 시민과 내 곁의 이웃을 가리지 않고,
유형의 자원과 무형의 자원을 가리지 않고 나누었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개인 대 개인의 문제였다면, 지역사회와의 상생 역시 코로나19 재난을 타파하는 데에 중요한 주제가 되었죠. 마치  평소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 소상공인들을 도와주자는 '돈쭐내자!' 캠페인처럼요.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계층들에게 재난지원금 신청을 도와주는 워크숍도 있었고요. 

SNS를 통한 코로나19 대응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자면 개학과 등원이 늦춰지면서 대폭 늘어난 가정 보육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보조MC를 맡았던 라이프라인코리아의 김동훈 대표는 본인의 사례를 곁들여 체험담을 소개해 주었어요. 개학이 미뤄지면서 아이들이 집에 있다 보니 놀아 줄 아이디어도 떨어지고, 일하던 부모님들은 뭐를 해야 할지 더더욱 모르겠는 상황에 나온 #아무놀이챌린지, 기억하시나요? 다양한 놀이를 하는 것들을 인터넷으로 공유하고 서로서로 따라함으로써 부모님들의 놀이 아이디어 고갈을 막아주었답니다. 

또한 다양한 재능 기부들도 돌봄의 공백을 잘 채워주었죠. 한 NGO에서는 문을 못 연 대구경북의 지역아동센터 대신 아이들의 방과후를 책임지기 위해 '방방학교'를 만들었다고 해요. 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했지만 방과 후 학교를 위한 온라인 콘텐츠가 부족한 것에 착안해, 여러 프리랜서들과 전문가들이 자기 재능을 활용해 짧은 유튜브 영상들을 공개한 것이죠. 10명의 선생님이 10개의 영상을 만들어서요. 재난 전문가인 김동훈 대표는 아들과 함께 재난 안전에 관련된 영상을 찍어서 참여했다고 해요. 소화기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재난 상황에서 추위가 닥치면 어떻게 보온하는지 등의 방법을 공유했다니, 정말 시의 적절한 콘텐츠였을 것 같네요.

새로운 방식의 언택트,
사회적인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도 함께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아야

동네공원에서 3m 간격을 두고 돗자리를 깔아 주민들이 모여 앉은 '제자리마을운동회'처럼, 사회적 거리는 유지하는 가운데 사람과 사람 간의 교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도 있었어요. 언택트라고 하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활동만 생각하기 일쑤지만, 이제는 안전한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채로 접촉해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고안해야 할 때인 거죠.

 문화·예술과 관련된 체험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호흡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지 못해서 관련 업계들이 꽤 어려움을 겪고 있죠. 박도빈 공동대표는 포스트코로나가 아니라, 위드코로나를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요. 문화예술업계의 불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심지어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아트 서커스인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공연사가 코로나19 악재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었죠.

 박도빈 대표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간과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몸과 몸이 떨어진 상태로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일까요?"라면서요. '동네형들'이 하는 활동들은 주로 지역의 1인가구 청년들을 커뮤니티로 모으는 것이라고 합니다. 함께 요리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프로젝트들인데,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동네친구 한 사람이 훨씬 더 유의미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해요.

실제로 미국에서 억만장자 한 사람이 코로나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증)로 인해 자살했다고 하니, 정서적인 안전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한국수자원공사블로그 
1:29:300 하인리히의 법칙
한 개의 큰 재난 이전에 
한 개의 경미한 사고를 막는 안전 감수성이 절실한 때

그렇다면 이처럼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해를 끼치게되는 재난은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정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요. 재난 전문가인 김동훈 대표는, 의외로, 그러나 실제로 정부에서 다양한 유형의 재난들을 세부적으로 분류하여 이에 대응할 시나리오를 만들어 놨다고 해요. 심지어는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준비한 시나리오도 있다고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백두산>과 같은 백두산의 분화 상황을 실제로 대비하는 부서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대응들은, 사실 시민들에게는 잘 안 와닿지 않죠. 다 같은 재난이고, 같은 위험이죠.

미국의 보험회사에서 일하던 허버트 하인리히는 1931년 출간한 책에서 하인리히의 법칙, 1:29:300의 법칙을 제안했어요. 산업재해의 통계를 분석하다가 발견한 것인데요. 한 번의 큰 사건이 있기 위해서는 29개의 작은 사건들이 있고, 그 전에 300번의 경미한 사건들이 있었다는 것이죠. 반대로 생각한다면,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 거대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경미한 사건들 300개 중에 한 개만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예요. 평상시에 안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하고, 재난 교육과 훈련을 받는 등등으로요. 재난이 되기 전에 안전을 지키자는 거죠. 안전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안전에 한해서는 예민해져야 해요. 

안전에 예민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과
이를 지원하는 행정의 방안이 함께한다면

이러한 안전 감수성이 예민한 분들이, 실제 우리 일상의 안전 지키미로 활동하고들 있으시죠. 자원봉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지역 사회에 관심 많은 분들은 일상적으로 모니터링을 하잖아요. 

박윤애 대표는 그 예로, 빗물받이에 낙엽이나 쓰레기가 쌓였을 때 직접 치우거나 행정에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시는 분들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빗물받이가 막혀 있으면 홍수가 났을 때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시민들이 일상에서 모두 파수꾼이 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19 덕분에 우리 개개인이 방역의 주체임을 인지하게 된 것처럼, 모두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크고작은 재난에 대한 셀프 방비를 시작하는 거예요.

이번 포럼 참여자들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일상을 위험하게 하는 것 1위로 위험 상황의 대처법을 전혀 모르는 것, 우리의 안전 불감증이 꼽혔습니다. 그리고 재난이 일상이 된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할 3위로 일상생활에서 조심하고 공부해야 할 우리 개개인을 꼽아주셨고요.

코로나19와 같은 큰 재난을 맞딱뜨리고 보니,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딱히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이런건 한국전쟁 이후 처음이래요. ㅎㅎ;; 이런 큰 재난에는 정부 시스템이 고도화되었더라도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개개인이, 마을이나 공동체가 스스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체계를 도와주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섹션에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