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임팩트투자 컨퍼런스 SOCAP 이야기

매주 체인지메이커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128호
#리서치
깨어 있는 자본주의의 길

매년 가을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전세계의 임팩트 생태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임팩트 투자 컨퍼런스, SOCAP이 열려요. 세계 각지에서 참여한 체인지메이커들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컨퍼런스를 비롯, 임팩트 투자자, 사회적 기업가 등과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킹이 SOCAP의 큰 성과이기도 한데요, 아쉽게도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컨퍼런스로 진행되었어요. 이번 매거진 루트임팩트에서는 2021년 SOCAP에 참여하고 나눈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ESG에 대한 높은 관심과 소셜벤처/사회적기업의 성장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움직임이 아닌 전 세계의 대대적인 흐름인 것을 SOCAP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 SOCAP에서는 100개가 넘는 세션이 진행 되었는데요, 이 중 메인스테이지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 5개의 세션을 선정하여 여러분께 이야기를 전합니다. 상하편으로 나누어 이번 뉴스레터와 루트임팩트 웹사이트를 통해 전해드릴 예정이에요.

SOCAP을 통해 본 전 세계 임팩트 생태계 이야기, 상(上)편 시작합니다

 - 다현 드림
자본주의의 방향을 바꾸는 사회적 기업의 노력
<오징어게임> 열기가 세계를 달궜습니다. 예상치도 못한 열풍에 감독 스스로도 무척 놀랐다고 하죠.  영화는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그리고 지금 작동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혹시 우리 사회는 수많은 사람을 루저 만들고 선택된 자들만 승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설계되어 있는 아닐까요?

실제로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은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잔인한 게임을 만든 이유에 대해 그는우리는 매우 불평등한 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세계 경제 질서는 불평등하고, 국민의 90% 정도는 불공정을 겪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가난한 나라는 국민들에게 백신을 제공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어가고 있다. 나는 이러한 현대 자본주의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말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SOCAP에서는 바로 이러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논의되었습니다. 현재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짚어 보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s)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또한 이들을 지원하는 기관들은 어떻게 사회적 기업을 도와야 할까요?

이번달 매거진 루트임팩트에서는 차례에 걸쳐 SOCAP 세션에서 다뤄진 쟁점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상편에서는 사회적 기업들이 자본주의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하편에서는 그러한 사회적 기업들을 돕는 기관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제도적, 시스템적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살펴볼 예정입니다.
깨어 있는 자본주의
자본주의 모델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를 재편하도록 주류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이 오갔습니다.
 
‘깨어 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라는 용어를 만든 라지 시소디아(Raj Sisodia) 교수는 비즈니스의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포괄적인 목적은 나누고 성장(give and grow)하는 것이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빼앗고 가버리는 것(grab and go)이 목적이 되어버렸습니다."라고 전하며, 기업이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자본주의로 인해 200년 전 90%에 달했던 빈곤 수준이 오늘날 10% 이하로 줄었다는 사실은 다행이지만, 전문가들은 자본주의가 더 진화하지 않는다면 사회주의처럼 소멸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다행히 2019년을 기점으로 눈에 띄는 변화가 보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업의 변화를 돕는 일입니다. '깨어 있는 자본주의' 를 통해 서로를 보듬는 문화를 창출하는 '깨어 있는 리더십'이 필요할 때 입니다. 수익이 아니라 더 높은 가치를 바라보는 것, 결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것이 핵심이죠. 
마인드셋 전환과 리더십
중요한 점은 이 모든 변화를 위한 걸음이 물질주의적 목적에서 비롯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리더들이 정말로 옳은 일이라 생각해서 행동해야만 하죠. 단순히 이익을 위해 깨어 있는 자본주의를 추구한다면 오히려 해가 된다고 라지 시소디아는 말합니다.
 
"지금은 모두가 '지는' 시스템이지만 모두가 '이기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들 스스로가 자신을 성장시켜야 하고요. 깨어 있는 조직은 리더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리더가 변하지 않으면 모두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비즈니스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What More Can Business Do to Tackle Social Inequality?)’ 세션에서 메리디스 섬터 (Meredith Sumpter) 또한 이러한 과정으로 가는데 있어 리더의 역할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포괄적 비즈니스 관행을 만드는 과정에서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분야에서 적극적인 회사의 리더는 두 가지 분야에 탁월한 리더십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 기존의 관성을 부수고 비즈니스를 다르게 대하는 것, 둘째, 이사진을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리더는 직원, 이해 관계자, 주주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이를 증명해내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용기와 비전, 창의성, 실수를 극복하는 능력, 배움에 대한 의지, 이 모든 변화를 참고 견뎌내는 투지가 필요합니다.”
영리 유지하면서 성장과 선행, 마리 토끼 잡기
이처럼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투지와 의지를 가진 사회적 기업인(Social Entrepreneurs)들은 세계 곳곳에 존재합니다. 
 
메리디스와 같은 세션에서 안사르 매니지먼트 컴퍼니(Ansaar Management Company , AMC)를 이끄는 자와드 아슬람(Jawad Aslam) 대표는 포괄적 비즈니스(inclusive business)를 구축하는 과정에서의 경험담과 어려움을 공유했습니다.
 
미국에서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하다가 회의감을 느끼고 파키스탄으로 돌아간 그는 저소득층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비영리단체 사이반(Saiban)에서 일을 하다가 비영리 모델로는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주택과 커뮤니티를 함께 만드는 모델에 영감을 받아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이 분야에서 영웅이 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내 더 크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을 바꿨죠.

파키스탄의 주택 부족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주택은 수요를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민간 부문의 주택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데 급급했죠. 자와드는 처음엔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만 갇혀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넓은 시야로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 주류 개발자들을 이 사업에 참여시킬 수 있는지 말이죠.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주택 개발자들과 대화하는 데 쏟습니다. 그들이 가져가는 수익을 50~60%에서 15%로 낮추고 대신 어려운 사람들에게 집을 제공하자고, 그렇게 하면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득하면서요. 더 세밀하고 균형 잡힌 방식을 택하자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고, 이는 성장하는 데 훨씬 더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저렴한 주택을 개발하는 유일한 민간부분 조직이자 사회적 기업인 AMC (출처 : AMC 홈페이지)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례는 헹크 얀 벨트만(Henk Jan Beltman)이 이끄는 TONY'S CHOCOLONELY 입니다.

그는 ‘포괄적 경제를 만들기 위한 비즈니스의 역할(Forging an Inclusive Economy: The Role of Business)’  세션에서 자신이 이끄는 초콜릿 회사가 코코아 생산 가치사슬에서 발생시키는 가난과 불법 노동력 착취를 근절하기 위해 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성가신 한 마리의 모기가 되어서 거대한 초콜릿 생산자들을 바꾸고 싶습니다. 모기는 매우 작은 존재이지만, 한 마리라도 방에 있으면 굉장히 성가시죠. 또한 우리는 확장 가능한 사례이고 싶습니다. 우리가 성공적이어야 다른 초콜릿 회사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불법 노동을 근절하는 데 동참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코코아 생산 가치사슬에서는 소비자가 3유로의 초콜릿을 사면 그 코코아를 생산한 농부는 0.16유로밖에 가져가지 못 합니다. 중간 단계의 많은 이해 관계자들은 저마다 협상으로 가격을 높이거나 내리는데, 유일하게 협상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생산자, 농부들입니다. 이게 바로 가난이자 불평등인 것이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산/유통하는 10개의 큰 초콜릿 회사들이 바뀌는 것입니다. “가치사슬의 끝에서만 부를 가져가는 것이 아닌, 전체 사슬에서 부가 적절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고, 이 가치사슬에서 불법 노동을 단절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입니다.” 라고 헹크 얀은 말합니다.
초콜릿 가치사슬에서의 부의 불평등을 시사하기 위해 TONY'S CHOCOLONELY의 초콜릿바는 일률적인 크기가 아닌 제각기 다른 크기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TONY'S CHOCOLONELY는 2005년 네덜란드의 터운 반 더 커우쿤(Teun van de Keuken) 기자가 초콜릿 생산지의 아동 착취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이며, 그의 이름을 변형한 TONY'S와 불공정한 초콜릿 생산에 대응해 외로운 싸움을 한다는 의미에서 회사 이름을 CHOCOLONELY라고 지었습니다. )

TONY'S CHOCOLONELY 초콜릿의 다양한 모양 (출처: TONY'S CHOCOLONELY 홈페이지)
협업과 확장: 시야를 넓게 갖기
위의 자와드와 헹크 얀의 사례에서 보듯, 사회적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세계 경제의 구조를 바꿔나가기 어렵습니다. 주류 플레이어들과 거대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야 더 큰 변화를 더 빠르게 일으킬 수 있는 것이죠. 협업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협업은 곧 사회적 기업의 성장과 영향력의 확장으로 이어집니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비즈니스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What More Can Business Do to Tackle Social Inequality?)’ 세션에서 SAP의 알렉산드라 밴더플뢰그(Alexandra van der Ploeg)는 SAP와 같은 거대 기업이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합니다.
“결코 SAP 혼자 생각해낸 결과물이 아닙니다. 우리와 협력하는 사회적 기업들과 함께 만든 변화입니다. 변화와 혁신, 노력은 사회적 기업 분야에서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루어졌어요.”
 
초기에 SAP는 사회공헌의 방식으로 아이티 지진 이후에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터를 직접 투자 형식으로 설립합니다. 이후 사내에 사회적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지한 직원들이 생겼고,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사회적 기업들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SAP가 지속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어떻게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지 증명하였습니다. SAP는 사회적 기업과 손잡는 것이 우리의 가치 사슬을 더 책임감 있고, 포괄적이며, 덜 취약하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SAP는 회사의 기존 가치사슬에 사회적 기업들을 공급자, 서비스 제공자로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기업들을 제품/서비스 제공자로 직접 참여시킴으로써 전통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행 방식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사회적 임팩트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비즈니스: 희망은 소매를 걷어붙인 동사이다 (Business of Building a Better World: Hope is a Verb with its Sleeves Rolled Up)’세션에서 질리안 마르셀 (Jillian Marcelle) 박사는 팬데믹이 우리에게 주류의 방식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했습니다. 백신을 생산하고 전세계로 공급하는데 실패했고 이것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고 지적했죠.
 
그래서 더욱 기업 간의 협업이 필요하고 또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마르셀 박사는 회사의 수익 방향성에 대해 새로운 시사점을 던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흑자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흑자가 가지는 의미는 달라집니다. 사회와 개인을 보듬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데 수익을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상황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미시적으로는 개인의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거시적으로는 원활하고 탄탄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의 중요성까지 생각하게 되었죠. 가치사슬 어딘가에서 공급의 문제가 생기면 우리 모두의 삶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얽히고 설킨 세계의 가치사슬 속에서 사회적 기업들은 어떻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루트임팩트 홈페이지에 연재 될 하편을 기대해주세요! 
님, 올 한 해 어떠셨어요?

한달 남짓 남은 2021년, 체인지메이커 이 생각하는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는 어떠했나요?  
2분도 안 걸리는 짧은 설문에 여러분의 소중한 생각을 
남겨주시면 12월 중 따뜻한 커피 한잔 선물할게요.  
100분 한정으로 준비했으니 서둘러주세요!  

에디터 윤서영
코리아타임즈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디자인씽킹'을 기반으로한 전략적 디자인 경영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컨설턴트 및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획 루트임팩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
 
NEWS 소식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소식
  • [읽을거리] 이전 편의 임팩트얼라이언스 전일주 팀장님이 언급하신 "소셜벤처x과학기술업계 "의 만남이 진행되었어요. 과학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들이 기술계의 R&D 협력을 통해 더 발전하기를 기기대해 봅니다. (더 알아보기)
  • [읽을거리]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기술보증기금에서 운영하는 '알찬소식' 블로그에서는 다양한 소셜벤처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알찬 소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임팩트 생태계 입문자라면 한눈에 생태계 플레이어들과 담론을 찾아볼 수 있네요. 한번 들러보세요!  (더 알아보기)
 

이번주 매거진 루트임팩트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어땠나요?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나요?
같이봐요!

루트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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