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홍보, 형식보다 임팩트를 낳는 게 중요하죠

이승환
㈜대기업 대표 · ㅍㅍㅅㅅ 발행인
충주시가 돼 봐라, 고양시가 돼 봐라, 가능한 일일까?
제가 사회생활을 소셜미디어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시작한 덕에 공공 영역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공공기관 SNS 하면 떠오르는 곳들이 몇 군데 있죠. 5년 전에 유명했던 고양시청과, 2년 전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충주시인데요. 이들처럼 유명한 사례를 보고 똑같이 해보라고들 하지만, 그게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그들은 예외적인 케이스니까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정규분포를 띠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홍보 역시 예산과 인력을 쓴 만큼의 성과를 얻는 게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인기 유튜버들의 사례를 놓고 보면, 그들도 무명 생활을 길게 가졌던 것을 보고 비슷한 콘셉트로 하면 누구든 인기를 얻을 수 있겠다 싶겠지만, 실제로 그건 불가능한 일이죠.
그러니 공공기관들도 몇몇 성공적인 채널들의 사례를 무작정 따라서 B급 콘셉트로 '존버'하면... 우선 잘 된다는 보장이 없거니와, 공공기관으로서 신뢰도가 떨어질 수가 있으니 굉장한 도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공기관의 홍보를 두고 재미없다는 평가가 많은데, 사실 재미만 추구하다가 사고가 터진다면 민간기업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니 과감한 시도를 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실제 사례: MB정부 정책공감 블로그의 추억
10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블로그인 '정책공감'을 운영했었습니다. 초기에는 하루에 4건의 포스트를 올렸는데요. 주당 KPI(핵심성과지표)가 블로그 포스팅 20건이었거든요. 주당 4건 정도는 다른 기관의 콘텐츠를 퍼오기도 했고요. 지금의 SNS 마케팅에 비하면 널럴한 수준이지만 수치로 평가되는 기준은 여전히 엄격했습니다. 연간 보고를 했을 때에 페이지가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아서, 당시 블로그에 달린 모든 댓글을 캡처해 130페이지짜리 PPT를 만들어 통과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SNS 플랫폼들이 유행하면서 SNS 홍보를 위해 운영해야 하는 채널들도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2010년에 트위터, 2011년에 페이스북이 추가되었고, 이후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에 이어 이제는 중국계 SNS인 위챗, 웨이보, 페이스북 미국판까지... 아마 조만간에는 틱톡도 추가될 듯한데요. 이토록 관리해야 할 채널이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홍보에 투입되는 예산은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지급받는 월 1600만 원의 예산으로는 최저임금 노동자 8명을 고용하는 것이 고작인데, 중문과 영문 채널도 운영해야 하다 보니 고급 인력을 채용해야 하게 된 아이러니. 더구나 52시간 근무제를 지키자면 더 어려운 일이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생 인턴들을 '갈아넣'게 됩니다. 당연히 콘텐츠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고요.

정량 평가의 함정 - KPI의 늪
공공기관 홍보에서는 보통 팔로워 수, 방문자 수를 KPI로 삼아서 그 성과를 측정합니다. 홍보 실적을 쌓는답시고 그 수를 늘릴 수야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기관 홍보 담당자들은 각 플랫폼별로 두자리수의 게시물들을 올리고, 팔로워도 많이 늘려서 이제는 수만 명씩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만큼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팔로워나 구독자 수를 늘릴 수야 있지만 경품을 받으면 그것으로 끝, 그렇게 늘어난 팔로워들이 막상 홍보하려는 콘텐츠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했음에도 트윗별 평균 리트윗 회수는 0.5~1회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중요한 것은 전체 블로그 방문자 수, 전체 팔로워 수나 구독자 수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가 만들어지느냐입니다. 제가 10년 전 정책공감 블로그를 운영할 때 포스트 개수를 맞추기 위해 전국 맛집 소개 포스트도 썼는데요, 이것이 블로그의 진짜 목표는 아니잖아요? 방송국에서 방송국 전체 시청률보다 각 프로그램별 시청률에 신경쓰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공공기관이 알리고자 하는 정보에 관심이 없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볼 거리가 정말 많죠. 유튜브만 들어가도 자극적인 콘텐츠가 얼마나 많습니까. 공공기관의 콘텐츠가 경쟁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것들입니다. 담당자들 눈에야 공공기관 콘텐츠가 유익하고 좋겠지만, 사람들이 추구하는 건 더 재미있는 다른 자극들입니다. 팔로우를 하고 구독을 했대도 국민은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관심 있는 것, 보던 종류의 것들만 계속 볼 것입니다. 여기에 다양한 채널에 물량 공세를 한 콘텐츠들을 보내 봤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죠.
이제는 콘텐츠에 투자할 때입니다. 소수의 콘텐츠를 공들여 만들고, 여기에 광고 예산을 투자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는 형식으로 해야 합니다. SNS 운영으로 인해 노리는 것이 국민과의 소통이라고들 하는데, 단순히 댓글을 많이 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 아닐까요?
팔로워나 구독자 수를 많이 모았다는 데에 만족하지 말고, 그들의 피드에는 다른 재미있는 것들에 묻혀 우리 콘텐츠가 뜨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해야 할 것입니다. 시민들과 소통이 안 된다고 수적으로 더 많은 홍보를 요구할 수 있지만, 피드에 뜨지 않으면 실제로 시민들은 어떤 정보가 제공되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업로드 개수 말고 콘텐츠의 질로 승부하자
여기서 제가 제안하는 것은 검색어 쿼리 분석입니다. 홍보 영상을 제작하거나 수많은 플랫폼을 일시에 운영하는 것에 비하면 그 비용 또한 저렴할 텐데요. 사람들이 홈페이지에서 많이 검색한 것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것이니, 이를 활용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면 효과적일 것입니다. 또한 네이버 등의 검색 포털에서 시민들이 검색한 내용도 분석하면 좋은 자료가 될 거고요.
또한 SNS 운영에만 치중하지 말고 자체 홈페이지에 공을 들이기를 제안합니다. 지자체 업체를 우선한다거나 에산을 낮추면 그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이 역시 예산을 높여서 민간 기업 수준의 완성도를 추구한다면 시민들에게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기가 더 좋지 않을까요?
낮은 예산으로 많은 콘텐츠를 찍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루에 하나의 메시지만 보낸다는 생각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면 더 임팩트 있는 소통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들과 친근감을 대폭 상승시키는 '짤'들을 엮어 발표를 이어나간 이승환 대표의 발제 때에는 채팅창에 공감을 표현하는 다수의 의견과 질문들이 마구 올라왔었는데요. 이승환 대표의 사이다 발제처럼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국민의 질문이 이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나 관련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실질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을 많이 주셨어요. 
무엇으로 실적을 평가할지, 도대체 '소통'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홍보를 누가 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답변을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실시간 질문 게시글 수, 좋아요 수 이런 수치 외에 정책 홍보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나요? 
발제자 답변    KPI(핵심성과지표) 기준을 바꾼다면 '검색어 쿼리에 잘 대응하고 있는가?'라는 질적인 대응이 있을 것입니다. 한데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는 숫자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한 바가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기업이다 보니 숫자를 많이 분석할 텐데도 말이에요. 그가 강조한 것은 오히려 담당자의 감에 의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일선에 있는 담당자는 어떤 게 중요하고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나름대로 생각하여 실천하고 있는데, 그것을 정량화된 KPI에 맞추는 순간 어그러지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우선순위를 어떤 숫자를 내라는 데에 두지 말고, 어떤 것을 전달하는지, 그래서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에 둬야 할 것입니다.
💬사전 질문   정책 홍보, 일방적인 외침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홍보를 위해 쓰는 보도자료는 딱딱하기만 하고 허공에 흩어지는 느낌이고, 그렇다고 유행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자니 모든 연령대의 시민들에게 닿지 못할 것 같고, 정보 전달만 정확히 하자니 재미가 없어 국민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고... 게다가 홍보할 내용이 생활 밀착형 정책이 아닐 경우 더더욱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워요. 공무원만의 외침이 아닌 국민과의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홍보, 어떻게 하나요?
발제자 답변    저는 오히려 재미나 쌍방향 소통이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전달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재난알림문자처럼 개개인에게 필요한 정보가 푸시 메시지로 들어가는 체계를 만들고, 이를 위해 국민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송을 위한 동의권을 얻고요. 더불어 궁금한 것을 검색했을 때 필요한 정보가 잘 노출될 수 있도록 검색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현재는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이 폐쇄적이어서 검색엔진이 막힌 경우가 많거든요. 즉 국민의 정보를 잘 수집해서 맞춤형으로 알림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고, 반대로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검색했을 때 원하는 정보가 바로 나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재미나 소통은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의견     정부가 진정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려고 한다면, 무조건 유행하는 재미나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진정성 있는 정보 전달을 고민했으면 합니다. 딱딱한 보도자료로 전달되는 정보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재미'를 위주로 진행되는 지금의 홍보 방식도 전달 대상을 획일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사전 질문 뉴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너도나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정책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다 감각있는 크리에이터는 아닌걸요. '유튜브 각' 나올 수 있는 영상 제작 포인트, 관심을 끄는 썸네일 제작 방법과 같이 온라인 정책 홍보로 효과를 빵빵 터뜨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실용적인 내용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배우기라도 해야 할까요? 전문가 아닌 공무원이 하는게 맞긴 한 걸까요?
발제자 답변  국내 디지털 홍보 에이전시 업계에서 항상 나오는 말이, 이 바닥에서 5년만 경험을 쌓으면 어디든 좋은 회사에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에이전시들은 근무환경이 고되고 야근도 많지만, 그만큼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어서 경력자들의 업무 능력이 굉장히 좋다는 것이죠. 그래서 민간의 경력자들을 계약직으로라도 채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대기업들도 홍보팀 전체를 인하우스로 운영하지는 않더라도 내부에 담당자들을 다 갖춰 놓고 있습니다. 공무원도 이처럼 각 부처마다 민간 에이전시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을 스카웃해 와서 권한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의견     홍보 업무는 전문가, 전문업체와 함께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여러번 나왔지만 전문가와 일을 하더라도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변화는 요원합니다. 전문가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도 필요하고, 질적 평가가 아닌 최저가격 입찰 등의 방식으로 전문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도 꼭 변화가 필요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