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꼼수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인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고문으로 월 2900, 전관예우 아니라고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연합뉴스]
  눈치 빠르고 일 처리 깔끔한 검사가 승진합니다. 고분고분한 맛도 좀 있어야 합니다. 권력자의 ‘국정 철학’을 잘 따르면 금상첨화입니다. 권력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 돈을 줄 수도, 땅을 떼어 줄 수도 없습니다. 대신 자리를 줍니다. 검사장, 고검장, 민정수석, 법무부 차관, 검찰총장.

 자리가 돈이 됩니다. 퇴임 후 로펌에 가거나 변호사 사무실 열었을 때 현직에서의 위세가 수입을 좌우합니다. 수임료 뒷자리에 0이 하나 더 붙는 게 예사입니다. ‘전관예우’ 기제가 그렇게 작동합니다. 돈 내는 사람 바보 아닙니다. 그만큼 효용이 있음이 오랜 시간을 거쳐 입증됐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었다고 해서 큰돈 버는 게 아니라면 검사들이 자리에 덜 연연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히 권력 눈치 덜 보게 됩니다. 결국 검찰 독립성이 커집니다. 많은 사람이 목놓아 외치는 ‘검찰 개혁’의 한 부분이 해결됩니다.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그는 법무법인 화현에서 고문 역할을 하며 지난 1∼4월에는 2900만원씩, 지난해 9월∼12월까지는 1900만원씩 받았습니다. 김 후보자 측은 “고문 업무 수행에 따른 급여”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후보자 정도의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은 3년 동안 대형(한 해 매출 100억원 이상) 로펌에 취업할 수 없습니다. 퇴직 후 1년 동안은 자신이 일한 곳과 업무적 관계가 있는 사건은 수임할 수 없습니다. 김 후보자가 취업할 때 화현은 매출 100억원 미만으로 분류돼 있었습니다(지금은 100억원 이상입니다). 고문 역할만 했다면 사건 수임을 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김 후보자는 법을 어긴 게 없다고 청문회장에서 해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문 급여 월 2900만원. 연봉으로 계산하면 3억4800만원입니다. 잘 나가는 변호사 소득에 비하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 눈에는 매우 많은 돈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안대희 전 대법관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변호사로 16억원을 번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그때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민들은 그저 아득하고 어지럽고 다리에서 맥이 빠집니다. 참으로 국민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 인사입니다.” 김 전 차관이 취업 제한 시기에 받은 월 2900만원에는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로펌에서 15개월 동안 매달 수천만원의 자문료를 받아 온 사실을 놓고 지금의 여권 인사들이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전현희 당시 민주당 대변인(현 국민권익위원장)은 “구체적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구차한 변명이다. 사건과 무관하게 돈을 받았으면 그건 고위직으로 복귀할 경우에 대비한 투자용 뇌물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결국 낙마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법무부가 고위 판ㆍ검사 출신의 수임 제한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만드는 데 앞장섰습니다. 전관예우를 철저히 막겠다면서요. 법과 제도만 자꾸 만들고 고친다고 될 일인가 싶습니다. 김 후보자처럼 절묘하게 피하면 그만인데요.

 그리고요, 과연 김 후보자가 화현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를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화현이 수임한 사건과는 무관한, 일반적인 조언만 했을까요? 요즘 변호사 업계에서 돈이 되는 건은 민ㆍ형사 사건이 아닙니다. 사모펀드, 국제적 자금 거래 등 자본시장과 관련된 일이 수익성 좋은 건입니다. 이런 것은 김 후보자가 차관으로 있었던 법무부 업무와 연관성이 있습니다. 냉정한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9월 주변에 이렇게 밝혔습니다. “지난 4월 27일 법무부 차관을 끝으로 31년 공직생활을 마친 후 지난 4개월 동안 저를 돌아보고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종합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20년 전통의 중견 법무법인 화현에서 소박하게 변호사 업무를 시작합니다. 엄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이라 개업 행사는 생략하며 사무실이 협소해 축하란, 화환 등도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제가 받아온 배려와 후의에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 의뢰인에게 정성을 다하고 우리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변호사가 되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했는데도 고문 역할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자가 자신이 검찰총장 후보자가 될 줄 알았다면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돈에 미래를 위태롭게 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그런 욕심을 냈다면 하나는 포기했어야죠.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가요?

 중앙일보에 김 후보자 전관예우 논란을 조명한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더 모닝's Pick
1. 임혜숙ㆍ박준영 중 최소 한 명은 낙마?
  더불어민주당에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와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중 최소 한 명은 낙마가 불가피하는 얘기가 나옵니다. 둘 다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회가 난항으로 예상됨에 따라 장관 후보자들 임명 강행이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고민하는 여권의 움직임을 살핀 기사를 보시죠. 😳
2. '백신 여행' 유치에 나선 미국
 미국 여러 지역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겸한 미국 여행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경제 회복을 위한 것입니다. 백신이 남아돌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268만원짜리 열흘 관광 상품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 국민 중에도 ‘가볼까?’라고 생각하는 분 제법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백신이 부족하니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는 분은 미국에 가서 맞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네요. 😮
3.  인천시, 북한 공항에 4.4조 투입 계획
  인천시가 북한 지역 9곳에서 공항을 보수하거나 새로 짓는 데 4조4000억원을 지원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런 시설에 우리가 돈을 대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위반입니다. 북한과의 협력, 궁극적으로는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이 그런 국면입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를 모르겠습니다. 😠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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