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맛을 발견해봅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요즘 저는 요리를 해먹고 있습니다. 재료를 이곳저곳에서 받다보니 냉장고에 채소가 한가득인데요, 요즘 그래서 저의 현재 모토는 인터넷 밈이기도 한 "소연아 채소먹자(네, 소연이 저의 본명입니다)"입니다. 카톡사진 귀퉁이에 살포시 써두기도 했어요. 오늘은 채소를 요리해먹는 재미에 대한 문장들을 가져와봤습니다.
첫 번째 문장
맛에는 제철이 있습니다
특정 식재료가 한 해 중 가장 맛있는 철과 그 재료를 최고의 품질로 재배하는 농장을 알아두고, 적시에 적소에 문의해 최고의 맛을 누리는 것. 언제 방문해도 같은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 음식점에서는 누릴 수 없는 궁극의 맛이 채소로 차린 집밥에는 있다.
-전혜연, 궁극의 사치 제철 집밥: 강청국장과 호박잎쌈
19번째 편지에도 소개한 전혜연 저자의 글입니다. 리디셀렉트에서 이 시리즈를 참 아끼지만 따라하기엔 레시피 재료들이 집에 없어 글로만 열심히 읽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건 할 수 있겠다 싶네요, 호박잎만 있으면. 여담으로 호박잎쌈은 저에겐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맛이기도 합니다. 할머니가 마당에 있는 호박잎을 따서 쪄주셨거든요.
제철 채소는 확실히 싱싱하고 맛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같이 읽은 이나가키 에미코의 요리에세이에서도 제철 채소로 요리하는 즐거움을 이야기하거든요. 싸고 저렴하고 맛있다고. 두 저자의 레시피가 제겐 많이 어렵지만, 제철 채소 먹는 것만큼은 따라해볼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문장
발견하는 재미
흥미로운 걸 죄다 입으로 가져가고 보는 아가처럼 나는 처음보는 식물들, 안먹어본 야채들을 일단 다 입으로 가져가 집어넣어보았다. 맛있는 건 맛있는대로(고들배기, 민들레나물, 연근), 맛없는 건 없는대로 (샐러리, 미나리) 재미있었다.
주간 배짱이라는 뉴스레터는 음식문화에 대한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0월 호에는 요조의 글이 소개되었습니다. 글의 주제의식인 묽은 채식, 이란 단어가 새로웠지만 저는 "새로운 야채를 먹어본"경험이 인상깊었습니다. 처음보는 채소를 먹어보는 경험이 맛의 세계를 늘려주었다고요.
세 번째 문장
초록이 아니어도 초록
파프리카, 가지, 콜리플라워, 보라 양파,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양송이 버섯, 라디치오, 샬롯, 펜넬, 엔다이브도 내겐 '초록'이다. 왜냐하면 그것들 어딘 가에서 초록색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 표피의 색이 초록이 아니더라도 초록의 기운이 느껴진달까.
이 책은 요리하는 소설가의 요리 에세이입니다. 아직 저자의 소설은 읽어보지 않았는데 같이 요리를 하고 있는듯한, 눈앞에 초록색이 아른아른한 느낌이었습니다. 따라하고 싶은 레시피도 많았답니다.
여담으로 세 번째 문장으로 마지막까지 소개하려고 고민했던 문장은 "누가 콜리플라워와 아티초크를 꽃다발처럼 주었으면 좋겠다"입니다. 콜리플라워는 하얀 브로콜리같고, 아티초크는 구워먹으면 맛있는데 정작 구하긴 힘들거든요. 저라도 행복해질듯 하네요.
발행인의 문장
새로운 발견하는 재미
상자를 처음 받았던 충격이 가시고, 요리를 해먹다보니 점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새로운 발견을 하고 있으니 기뻤다. 그냥 내가 마트에서 "필요한" 것만 샀더라면 영원히 몰랐겠지. 양송이가 쫄깃쫄깃하다는 것을. 근데 다듬긴 정말 힘들다는 것을. 가을무가 이렇게 달큰하다는 것도. 오이가 이렇게 상큼해질수도 있다는 것도. 아, 국과 수프가 맛있어지려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무국과 수프는 오래 끓일수록 좋으니까.
지난주에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 요즘 제 근황이 "요리"라는 말을 한 게 기억나서, 그에 대한 에세이를 써두었습니다. 버려진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받아먹는 꾸러미인데, 그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사실 채식에는, 특히 버려진 농산물 꾸러미를 받아먹는 것엔 많은 함의가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꾸러미"에 걸어둔 해당 사이트 링크에서 공부해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순수하게 쓸모없어진 채소를 먹는 의미와 재미만을 언급해보았습니다. 저의 플레이팅 신경 안쓴 집밥 사진도 중간에 나오니 놀라지 마시길.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오늘의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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