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홍콩 빈과일보 폐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권력은 언론을 죽일 수 있습니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구치소로 끌려가는 지미 라이. [AP=연합뉴스]  수갑, 사슬 등의 계호 장비는 인권 보호 차원에서 노출시키지 않는 게 중앙일보의 원칙입니다. 하지만 지미 라이가 압송되는 이 장면을 빈과일보가 여과 없이 보도했기에 사진을 그대로 싣습니다. 
 “공포는 가장 싸고 편리하게 사람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수단입니다.” 홍콩 빈과일보(蘋果日報ㆍApple Daily)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지미 라이(黎智英ㆍ72)가 지난 2월에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홍콩 카오룽(九龍)의 집에서 BBC 기자를 만났습니다. 2월 9일 법원의 보석 취소로 다시 수감된 그가 자유의 몸으로 한 마지막 인터뷰였습니다. 그는 두 차례 유죄 판결을 받아 도합 20개월 수감 생활을 해야 합니다. 추가 기소와 재판으로 형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지미 라이는 인터뷰 때 구금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2일에 체포돼 보석 허가가 난 그달 23일까지 구치소에 있었고, 인터뷰 때는 가택 연금 상태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또 겪어야 할 고초에 대해서는 덤덤하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홍콩에서 내가 얻은 것을 돌려줄 때다. 일종의 보은이다.” 그러나 가족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를 괴롭히기 위해 가족들에게 해코지할 게 가장 걱정스럽다”며 울먹였습니다.  

 이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에 있습니다. ‘Jimmy Lai’로 검색할 때 나오는 영상 중 ‘Hong Kong billionaire's last interview as a free man’이라는 제목의 BBC 뉴스 파일입니다.  

 이왕 유튜브로 가셨다면 ‘Jimmy Lai and the fight for the Freedom in Hong Kong’이라는 제목의 영상도 보십시오. 2019년 10월에 미국 ‘후버 연구소’에 초청됐을 때의 모습입니다. 그는 “1989년의 천안문 사태를 보고 정보가 자유를 보장한다고 생각해 미디어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정보를 전달하면 자유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미 라이는 중국 광둥 지역에서 12살에 홍콩으로 밀항했습니다. 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는데 중국 공산당에 재산을 몰수당한 부친이 홍콩으로 간 뒤 연락이 끊겼고, 모친은 강제 노동에 동원돼 6살 때부터 쌍둥이 여동생과 세 살 위 누나와 어렵게 끼니를 해결하며 살았습니다. 기차역에서 승객 짐 옮겨주고 팁 받는 생활을 하다가 홍콩에서 온 사람이 준 초콜릿을 먹고 홍콩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는 홍콩의 옷 공장에서 일을 시작해 매니저 자리에까지 올랐고, 주식 투자로 돈을 벌어 망해가는 의류 업체를 인수했습니다. 이를 키우고 ‘지오다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부자가 됐습니다. 1989년에 잡지사 인수로 미디어 비즈니스에 뛰어들었고 94년에 빈과일보를 만들었습니다. 어제 폐간된 빈과일보는 홍콩에서 유일하게 중국 정부와 홍콩 행정당국을 비판하고 시민들의 저항을 적극적으로 보도한 신문이었습니다.  

 지미 라이는 외세와 공모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죄, 불법 집회에 앞장선 죄로 두 차례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만든 홍콩보안법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지미 라이의 모든 자산은 동결됐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 수 없고, 은행 계좌에 든 돈도 인출할 수 없습니다.   

 후버 연구소 영상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면 (홍콩의) 자유가 보장될 것이라고 믿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 빈과일보를 만든 것을 후회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릇된 권력은 언제든 시민의 자유를 빼앗을 수 있고, 언론의 기능도 마비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권력은 언론사와 언론인을 괴롭힐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을 닫게 할 수도 있습니다. 1980년 한국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금도 입법권과 행정력으로 고분고분하지 않은 언론을 위협합니다. 홍콩 사태는 한 사회의 자유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정도에서 벗어난 막무가내 권력이 얼마나 쉽게 언론을 무력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빈과일보 폐간의 역사를 담은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더 모닝's Pick
1. '쇼 정치' 안 하겠다는 윤석열
 29일에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민심 투어' 등의 정치 쇼를 하지 않겠다고 했답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기는 하겠지만 전국 투어 형식의 세 몰이 작업은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출마 선언 뒤에는 SNS를 통해 직접 언론이나 유권자와 소통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네요. 
2. 저소득층 ‘인강’ 예산 전액 삭감 
 서울시의회가 저소득층 자녀에게 유명 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제공하는 서울시 사업 예산 58억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 공교육 정상화를 방해하고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게 이유입니다. 전에도 이 레터에 쓴 적이 있듯이, 서울시의회 의원과 이 사업에 반대하는 교사 가운데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인터넷 강의도 수강하지 않도록 하는 이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3. 200일 아이도 플라스틱에 포위
 우리가 일상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어느 정도 쓰는지를 중앙일보 취재팀이 실험으로 보여줍니다. 혼자 사는 30세 직장인은 한 주 동안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고 놀랐습니다. 😱 생후 200일 된 아이는 면 이불을 덮고 잘 때 빼고는 하루종일 플라스틱과 접촉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 하루빨리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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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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