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호
(통권 32호) 2021. 3. 25


틸진실 시대의 진실연대자들의 야단법석



🤘 열린 세미나 🤘

다음 주 목요일 (4/1, pm.7:30) 세미나의 주제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시민 봉기에 대해>입니다.
아래 링크로 접속하시면 주제와 관련한 자료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목요일 (3/18) 저녁 여러 단체에서 함께 주최하는 "미얀마 현지 연결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간담회 참석차 위 주제의 열린 세미나가 다음 주로 (4/1, 목요일 저녁 7시) 순연되었음을 알립니다.
아래 링크로 접속하시면 간담회 후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상의 섬 에란겔, 
그곳에서 함께한 사람들
공공이벤트 에란겔 다크투어 참관기

by 명왕성 (진실연대자 요원)

 


게임 이벤트: 공공 이벤트 에란겔 다크투어
장소: 배틀 그라운드, 에란겔섬
기획: 오영진
섹션 리더 및 퍼포머: 권보연, 이경혁, 이영준, 장병호
조교: 김지윤, 안준형, 염철웅, 임윤혁, 장민호
 

이 이벤트는 <가상 정거장 Virtual Station 2021.3.5.-3.31/ 복합문화예술공간 행화탕/ 감독 김성희http://www.virtualstation2021.com />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됐다.

누구나 이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다. 투어 참가를 신청한 사람들은 약속된 시간에 가상의 섬 에란겔의 지정된 장소까지 각자 찾아갔다.


지난주 320일 토요일 오후 2시 에란겔 섬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날 그 시간 서울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때문에 현실감은 증가했다. 섬은 60년대 구소련의 농촌 마을을 떠올리게 한다. 버려진 폐건물, 텅 빈 들판, 흉물로 변한 발전소와 감시탑들. 물론 나는 60년대 구소련의 농촌 마을에 가본 적이 없다. 그런 풍경은 구소련 농촌 마을이라고 미디어에서 딥 러닝을 해왔을 뿐이다. 투어 참가자들은 낙하산을 타고 무사히 섬에 들어갔다. 투어 가이드가 지정한 곳을 찾아 여기저기 사람들이 다다다닥 뛰어온다. 가이드를 따라 핵발전소였던 곳으로 보이는 한 건물에 들어가 버려진 발전소 시설들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냉각탑을 답사하며 투어는 진행됐다

Battle Ground의 공간인 이 섬은 최대 100명의 플레이어가 서로 싸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승리하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언제나 전쟁과 학살은 제3 지역에서 일어나는 듯이 보인다. 안전한 우리는 집에서 그들의 싸움을 모니터로 보게 된다. 총을 쏘고 살육하며 서로 죽이는 일은 모니터 속 저곳에서 일어난다. 이 섬의 풍경이 60년대 구소련의 농촌 마을로 상정된 것도 이런 우리의 전쟁 스펙터클 소비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저쪽의 피비린내가 우리에겐 게임이다. 연일 미얀마의 살육 소식과 용감한 시민불복종운동을 온라인으로 듣고 있는 우리에게 이 다크투어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안에 있으면서 바깥의 시점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 이 투어는 섬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섬 바깥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보여주었다


투어 참가자들은 모두 무장하고 있었지만, 투어 내내 아무도 총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생중계 참가자 한 명은 저 섬에서 누군가 총으로 투어 가이드를 죽이면 이 이벤트는 끝나는 게 아닐까요? 궁금해했다. 나도 궁금했다. 자극적인 사건을 몰래 바랬다. 그러나 총격 사건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원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이 게임 아니었던가. 그날 그 시간 에란겔 섬사람들은 여럿이 모여 이야기를 하거나 다 함께 달리거나 춤을 추었다. 한 무리의 앞쪽에서 달리고 있던 여성은 뒤돌아보며 우와 정말 멋있네요. 우리 러닝 크루같아요.’라고 말했다. Battle Ground를 사람들이 놀이, 답사 공간으로 바꿔버렸다. 이 섬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해 봤던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놀거나 함께 달리거나 하는 장면은 이 섬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라고 한다. 서로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죽이지 않고 놀다니.

물론 참가자들은 이 투어가 Battle Ground의 에란겔 섬이라는 온라인 공공 공간에 대한 전회(轉回)를 시도한 예술적 기획에 따른 집단 수행성 작업(art Work)이라는 것을 알고 참여했다. 우발적 집단 사건이라기보다는 준비된 의도였다. 그러나 가상공간에서 집단적 행동으로 공간을 비틀어 봤던 이 경험은 소중하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사는 우리에게 이런 실험은 절실하다. 우리의 공공 공간들에서의 삶은 자본으로 흡수되고 우리의 온라인 삶은 정보를 생산하는 노동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에란겔 다크투어>가 진행된 <<가상 정거장>>의 기획 노트를 전한다. “자본의 속도감 속에 침잠된 공공 영역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예술이 공공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러한 공공의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공공의 광장을 열고 다양한 예술가들의 관점과 의제를 제시하여 세계를 더욱 날카롭고 비평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단초들을 제안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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