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는 1656년 에스파냐의 왕 펠리페 4세의 죽은 왕자 발타사 카로스의 침실이었던 알카사르 궁전입니다. 당시 궁정 화가였던 벨라스케스는 죽은 왕자의 방을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주위의 벽엔 벨라스케스가 그린 여러 작품들이 걸려 있습니다.🖼

작품 속에선 어린 공주의 양 옆에 자리 잡은 귀족 신분인 시녀 2명을 포함해 궁정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모여 있습니다. 오른쪽에 위치한 성인의 얼굴을 한 키 작은 여성 둘은 난쟁이 마리 바볼라와 니콜라또 페르투사토입니다. 이를 통해 당시 궁정에는 어린 공주나 왕자와 함께 놀아주거나 그들이 잘못을 하면 대신 혼도 나는 유모 난쟁이들을 두었단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그 뒤로 수녀와 함께 이야기 중인 관리인, 열린 뒷문에 기댄 왕비의 하수인도 보여요.

그림의 중간쯤, 뒷문 왼쪽에 위치한 작은 거울이 보이나요? 거울 속에 2명의 형체가 보이는데요. 바로 공주의 부모 펠리페 4세와 그의 부인 마리아나입니다. 이를 통해 벨라스케스는 작업실에서 왕실 부부의 초상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고, 부모를 보러 온 어린 공주와 궁정 직원들이 함께 그들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을 알 수 있습니다.

거울에 비친 이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지표이기도 합니다. 절대적 권력을 가진 국왕을 보이는 대상으로 그리고, 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자로 위치시켰어요. 게다가 이 장면을 보는 관객은 왕의 시선으로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게 됩니다.👀 거울이라는 장치를 통한 독특한 시선의 구도는 얀 반 에이크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비록 이 그림이 왕실 내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 그림은 왕실 그림이 아닙니다. 왕실의 초상화는 전통적으로 피사체, 즉 왕족이 단독으로 그려진 형식을 갖추어야 해요. 하지만 이 그림은 시녀들과 하인들이 어린 공주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입니다. 요즘 말로 B컷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조금 더 비유하자면 주연 배우를 찍은 메인 영화 포스터가 아니라, 조연 배우들이 찍힌 포스터라고 할까요?👥

벨라스케스가 작품 속에 자신을 그린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왕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취업한 곳에서 자화상을 그리다니요! 그것도 왼쪽에 붓을 들고 있는 화가인 자신의 모습 그대로 그려 넣었습니다.👨🏻‍🎨  벨라스케스가 이렇게 배짱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펠리페 4세 왕과 각별한 친분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