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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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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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2017년 5월 5~6일 밤 미국의 철새 이동
ㆍ영 옥스퍼드대·미 코넬대 연구진
ㆍ미 전체 감시하는 레이더망 통해 23년간의 철새 이동 데이터 분석
ㆍ시기·경로 70% 이상 예측 가능

2017년 5월5일과 6일 밤 미국의 철새 이동 경향. 색깔이 빨간색에 가까울수록 많은 수의 철새가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오른쪽은 1년의 대부분을 열대지방에서 보내고, 봄과 가을에만 미국을 지나가는 매그놀리아솔새. 사이언스 제공


지구 북반구와 남반구, 대륙과 대륙을 오가는 철새들의 이동경로는 출발지와 기착지, 번식이나 월동을 위한 목적지 외에는 많은 부분이 알려져 있지 않다. 매년 수십억마리의 철새가 오가는 경로와 세계 각국의 상공을 날아다니는 항공기들의 비행 루트가 우연히 겹치는 경우 철새는 물론 승객들의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유입 감시, 생태 파악 등을 위해 위성항법장치(GPS)를 기반으로 한 위치추적연구가 실시되고 있지만 일부 종의 이동경로만이 확인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과학자들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레이더망으로 축적된 철새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철새의 기존 이동 경로 파악은 물론 철새 이동 예보까지 가능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미국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망 ‘NEXRAD’를 통해 23년간 축적된 철새 이동 데이터를 통해 파악한 미국 전체의 철새 이동 패턴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13일 발표했다.

NEXRAD는 미국의 항공 관제시스템 중 하나로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방식의 레이더망이다. 도플러 효과란 물체나 관측자의 이동에 따라 파동이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멀어져갈 때는 파동의 주파수가 길고 낮게 관측되며, 다가올 때는 짧고 높게 관측된다. 구급차가 빠르게 다가올 때는 음높이가 점점 높아지다 멀어지면서 음높이가 낮아지는 것이 도플러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연구진은 1995년부터 2017년 사이 봄철에 축적된 데이터와 기상 조건을 분석한 결과 수십억마리에 달하는 철새들의 이동시기와 경향의 81%가량을 밝혀내는 것에 성공했다. 특히 철새들의 이동이 가장 활발해지는 시기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5월 상순 철새들의 이동이 가장 활발해지는 시기에는 밤마다 약 5억마리에 달하는 철새가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하루에서 최대 7일 앞의 철새 이동 경향에 대한 예보 모델도 만들어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모델을 통해 약 3000m 고도까지의 전체 철새 이동 경로 가운데 약 62~76%에 대한 예보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만약 가장 철새 이동이 활발해지는 시기를 특정할 수 있다면 비행기, 풍력발전 프로펠러 등으로 인해 수백만 단위의 조류가 죽는 것을 막는 것과 동시에 항공교통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새들의 이동이 잦은 시기에는 풍력발전기의 회전 속도를 일시적으로 낮추고,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비행기의 경로를 미리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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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환경, 생태, 기후변화, 동물권, 과학 분야의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에서 열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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