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시작은 바로 그 '재미'입니다

김영훈
㈜대학내일 대표
국민을 위한 정책 홍보, 재미보다 국민
정책 홍보는 재미가 아니라 정책 수혜자를 우선으로 접근해야 할 텐데요. 공무원들이 성과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다 보니 재미에 치중하여 본질을 잃게 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MBTI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더불어 여전히 심리 테스트가 대유행하고 있고요. 대학내일에서도 올해 꼰대테스트와 '트능', 즉 트렌드 능력고사를 진행했는데, 트능의 경우 오픈한 지 하루만에 이용자가 100만에 달했습니다. 지금까지 18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트능을 이용했고요. 놀라운 것은 저희가 아무런 외부 홍보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매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대학내일 안에서만 홍보했는데도 하루만에 100만 명이 다녀가는 성과를 이룬 것입니다. 이것을 보면 디지털 시대에는 확산 속도가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아마 재미있고, 공감이 가고, 그래서 자기 SNS 채널을 통해 공유하고 싶고.. 이런 프로세스이지 않았나 싶어요. 
'트능'이 성공한 이후로 15곳 정도에 달하는 정부 부처에서 자신들도 이런 것을 진행하고 싶다는 요청이 왔습니다. 그리고 그중 몇 군데서 온 제안은 거절했습니다. 단순히 반응이 좋으니까 사업을 하고 싶다는 건데, 그 부처와 사업의 특성상 재미라는 코드를 넣으면 안 될 거라 판단했거든요. 
모든 정책에 '재미'가 있을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일례로 인사혁신처 유튜브에서 재미를 주겠다고 펭수를 따라한 캐릭터 펑수를 론칭한 바가 있는데요. 펭수가 자기다움을 추구하는 캐릭터라는 것을 생각하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었고, 때문에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습니다. '재미'를 추구한답시고 과도하게 욕심부린 사례라고 할 수 있겠죠.

첫째도 수요자, 둘째도 수요자, 셋째도 수요자
우선 공공기관이 하고 싶은 말과, 정책 수혜자가 듣고 싶은 말 중 듣고 싶은 말 해야 합니다. 여전히 정보를 제공할 때에 정보의 수요자가 아닌 생산자 중심으로 생각하고들 있는데, 이것이 문제입니다. 
LH 행복주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한 인터넷 기사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대학내일에서 만든 콘텐츠. 어느 콘텐츠를 더 많이 클릭할까요?
위의 사례처럼 LH행복주택에서 뿌린 동일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했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와닿는 것은 기사보다도 그를 재가공한 카드뉴스일 것입니다. 수요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잘 와닿는 소재들을 활용했으니 말이에요.
종이 신문이나 공중파 방송에만 의존했던 채널 독과점 시대처럼 레거시 미디어가 주일 때에야 생산자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해도 대안이 없으니 비난받을 일이 없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다르죠.  지금 같은 채널 평등권 시대에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에 똑같은 보도자료로 뿌리고서 수요자들에게 가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안일한 판단일 것입니다. 정책의 수혜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어떤 포인트에 반응할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번째로 생산자의 가치보다는 시대의 감수성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요즘 가장 중요시되는 것을 꼽으라면 바로 젠더 감수성일 텐데요.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노담 캠페인'은 여학생이 화장하는 걸 좋아한다는 성차별적 편견을 활용하여 논란이 된 반면, 경찰청의 마스코트인 포순이는 최근 포돌이와 마찬가지로 바지를 입는 변화를 줌으로써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시대적인 감수성에 귀 기울여 수혜자의 입장에서 정책을 만들고 홍보하는 것이 그 성과에 큰 차이를 낼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의 #담배는_노답 #나는_노담 캠페인 포스터
올해 21년 만에 변경된 포순이 캐릭터 디자인
마지막으로 그들의 언어로 말을 거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 한국관광공사가 국악을 활용한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와 협업을 하면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는데요.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워크넷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사업 소개를 했다가 세금 아깝다고 비난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극단적인 변화입니다. 국민도 세금이 아깝지 않다고 극찬하고, 외국인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포인트는 단순히 재미있다가 아닙니다. 마치 올 초에 '1일1깡'이 유행했던 것처럼 '1일2이날치'처럼 '힙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자극하여 트렌드로 만든 어떤 코드가 있었던 것입니다. 전통적인 것과 팝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것이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대를 샀으며, 동시에 지금까지처럼 스포츠스타나 유명인을 활용하는 관행을 따르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죠. 자기다움을 추구하는 뮤지션들과 만든 콘텐츠니까요. 때문에 정책 수혜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지점을 이해하고 그것을 공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단순히 재미는 아닐 거예요.

👉이날치와 함께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보러 가기 
20대 수요자, 30대 담당자, 50대 결재자…20대 타깃 홍보의 가장 큰 적은 팀장님
정책 홍보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이 문제일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에게 잘 와닿는 정책 홍보란 요원한 일이죠. 공공기관 SNS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충주시청의 본질은 결재를 받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더불어 SBS 인기 채널 중 하나인 <문명특급>의 경우에도 회의 시간에 젊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더 많이 내고, 팀장은 잘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대학내일의 경우에도 만우절 표지 모델을 선정하는데 팀장들과 사원들의 '픽'이 전혀 달랐습니다. 그래서 사원들이 선택한 버전으로 갔더니 반응이 매우 좋았죠.
이처럼 사업에 입찰하는 과정, 결재하는 과정에서도 정책 수요자들, 그들과 같은 집단의 반응이 반영돼야 합니다. 명품 브랜드 구찌의 경우에도 MZ세대로 구성된 경영자 위원회가 있어서, 경영진이 결정한 바를 이 위원회에서 다시 검토한 뒤에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를 구축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고요.
이런 사례들은 수요자, 정책의 수혜자가 20대인데 의사결정을 50대가 한다면 좋은 결정을 내리기가 정말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전환일 것입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겠습니다만, 꼭 필요한 전환입니다.

재미가 아니라 관찰과 공감
정책 수혜자를 깊이 살피고, 채널 평등권 시대에 알맞은 홍보 방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채널 평등권 시대에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자체도 미디어가 되기에 채널과 콘텐츠뿐 아니라 '인플루언서'까지 잘 살펴서 홍보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청년 정책을 세울 때에 50대끼리 결정하면 좋은 정책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정책 수혜자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홍보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가 형성된다면 정책 홍보의 질은 자연히 향상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보다 '젊은 소통'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김영훈 대표의 발제 때에는 실제로 실시간 채팅토론방에서 20대 수요자와 30대 담당자와 50대 팀장님이 서로의 입장을 어필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졌는데요,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시도'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는 모두 공감하셨던 것 같아요. 
김영훈 대표에게도 '재미의 접점'을 찾는 일이나, 홍보의 실행과 관련하여 실시간 질문이 많이 들어왔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아래에서 확인해주세요! 
💬실시간 댓글 질문 수요자의 포인트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어떤 유머나 사건에 대해서 같은 세대라면 다 비슷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정말 천차만별이더라고요. 어디에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발제자 답변    사실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습니다. 얼마전에 청와대 비서관실에 가서 청년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채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모니터링하는지 알려주고 왔는데요. 사실 모니터 그룹을 만들어서 어떤 채널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지 미리 논의가 되면 좋겠지만 예산 문제로 힘든 것 같고, 대신 어떤 채널을 통해서 수요자들의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의견을 많이 드렸습니다. 이에 대해서 구조화된 계획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시간 댓글 질문 통일부나 법제처, 국방부처럼 국민 생활과 직접적인 접점이 없는 기관에서는 정책을 어떻게 알리면 좋을까요? 아무래도 생활과 관련이 없으면 국민의 관심을 사기가 어려울 텐데요. 
발제자 답변     정책을 만든 뒤에 정책이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쌍방향 소통이야 사실 다 수단일 뿐이니 여기에 방점을 둘 필요도 없고요. 그런데 국민이 해당 정책에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담당자의 선입관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일 정책이라면, 통일과 개개인의 삶이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그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행정자치부에서 가임기 여성 지도를 만들어서 크게 비난받은 적이 있는데요, 이는 결혼과 출산을 당위, 의무의 관점에서 바라봐서 생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일 역시 통일부에서는 당위적인 문제로 보고 있지만 국민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통일을 했을 경우와 하지 않았을 경우 각각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통일과 생활 사이의 접점을 찾는다면 홍보 계획을 세우는 데에 도움이 될 겁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청자 굿즈를 만들어서 젊은 층들 사이에서 굉장한 호응을 얻었고, 국립산림과학원의 경우에는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면서 다람쥐처럼 귀여운 동물들의 사진으로 트위터 주 사용층인 청소년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정책이라도 선입견을 갖지 말고 국민의 삶과의 접점을 잘 찾아서 홍보하면 될 것입니다.
💬사전 질문   홍보가 중요하다고 늘 압박 받는데, 홍보 예산은 어김없이 삭감 1순위입니다. 그렇지만 홍보 효과가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예산 투입은 필요하잖아요? 홍보 예산의 필요성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공감하고, 적정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조직 내에서 홍보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발제자 답변  예산 문제가 바로 정책 홍보 문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의결하는 걸 보면 실제 정책 집행에 쓰이는 예산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평가하면서, 홍보 관련된 예산에는 굉장히 인색하더라고요. 그 정책이 수혜자에게 알려지고 공감을 얻어내는 일인데도요. 그 예산으로 집행하자면 해당 분야 대행사나 홍보업체들의 근무 환경은 나빠지고 근로자들도 최저임금에 준하는 임금밖에 받지 못하거든요. 이는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가 정책을 통해 보여준 방향성에 어긋나는 것인데 국회가 이 간극을 조장한 셈이에요. 안 그래도 우리나라가 콘텐츠로 한류를 일구고 있는데, 콘텐츠 창작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시스템이 예산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죠. 지금 당장에야 예산을 줄여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로 인해 창출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것을 생각하면 청년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더불어 예산 문제 때문에 실제로 많은 에이전시들이 정부와의 협업을 꺼리다 보니, 홍보 성과가 떨어지고...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창작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국회의 인식이 개선되어 홍보 예산에 대해 덜 엄격해지면 점차 예산 문제가 풀릴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