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추억이 담긴 극장이 있나요? 🎞<국도극장>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3 〈국도극장〉 🎞

오늘의 큐 💡

Q. 추억이 담긴 극장이 있나요? 🎞

요새는 '극장'이란 말보다 '영화관'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어쩔 땐 '극장'의 어감을 괜스레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런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전지희 감독의 <국도극장>입니다. 만년 고시생 '기태'는 서울을 떠나 고향 벌교로 그야말로 터덜터덜 돌아옵니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기분을 느끼며, 돈벌이를 위해 낡은 재개봉 영화관 ‘국도극장’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요. 이곳의 느린 시간은 서울살이로 무뎌졌던 기태의 감각들을 조금씩 조금씩 건드립니다.

영화 속 국도극장은 '영화'보다는 '공간'으로서 기태의 삶에 다가옵니다. 작고 낯선 곳의 소중한 공간을 다룬 유명한 영화, <카모메 식당>을 다룬 인디즈의 글도 보내드릴게요. 효율적이지 않아도 오랜 손길이 묻어있는 작고 소중한 공간들을 떠올려볼 수 있을 거예요.

극장은 참 일상적이면서도 신기한 공간인데요. 요새는 영화관 가기 쉽지 않지만, 곱씹어보면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해 소중히 간직한 추억이 하나쯤 있으실 것 같아요. 저희 인디즈 큐한테 나누어주실 수 있나요? 여러분의 극장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추첨을 통해 선물도 드린다는 사실! 요번 레터를 마지막까지 보아주세요!

💡 인디스페이스에서는 <국도극장 :감독판>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국도극장〉 리뷰 :

우리가 만나는 영화관

서울의 시간과 서울 바깥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우리나라에서 대처라고 할 만한 도시 어디를 가도 서울 같은 곳은 없다. 언젠가 읽은 '서울이 만인의 타향'이라는 말이 마음을 예리하게 가르고 들어온 일이 있다. 아마 이 영화의 주인공 기태(이동휘)에게도 그러했을 것이다. 서울은 왜이리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모든 것이 고되고, 이런 마음조차 나만 느끼는 것 같은지.

모든 것이 변하듯 사법고시라는 반듯한 시스템도 변했다. 03학번 법대 졸업생, 어느 하나 매끄럽게 들리는 단어가 없다. 성공은 고사하고 성공을 노리는 자리에서조차 박탈당해 터덜터덜 돌아온 고향에서, 그의 자존심은 삐걱거리며 이리저리 밀리고 치인다. 토박이로 살면서 자리 잡은 친구에게도, 객관적으로 현실을 보라며 자기연민을 꾸짖는 형에게도.

오래된 영화를 그림 간판 걸어가며 재개봉하는 상영관, 국도극장에서 그는 시간 떼우듯 일을 시작한다. 아무리 최신으로 쳐줘도 90년대 정도의 시간이 아련하게 배어있는 공간에서. 가끔 들락거리는 관광객에게 표를 팔고, 적당적당히 청소를 하고... 그러면서 그는 하루하루 주변 사람들과 가까워져 간다.

아니, 가까워져 간다는 단어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서울과 서울 아닌 곳의 시계가 다르게 흐르듯, 관계 맺는 방식도 다르다. 서로간의 적당한 거리를 찾고 그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곳이 서울이라면, 서울 아닌 곳은 뭐라 규정하기 어렵게 적당히 얽힌 사이가 미지근하게 유지되어 간다. 서울에서는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고, 서울이 아닌 곳에서는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는 일이 더 많다. 이 영화 속 인물들처럼.

(...)계절이 바뀌고, 극장에 내건 영화 간판도 바뀌고, 기태도 조금씩 변해간다. 대단한 성장의 계기 같은 건 없다. 극장이 배경이지만 영화에서 힘을 얻는 그런 전환의 순간도 없다. 그저 담배 태우듯 조금씩 더 알아갈 뿐이다. 자기뿐 아니라 남들의 삶에도 무거운 것들이 많이 얹혀 있었다는 걸.

이 영화는 잔잔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비집고 파고드는 힘이 있다. 극장의 의미와 역할을 새삼 크게 느끼는 지금 같은 때에 조용한 극장에 앉아 보고 싶은 영화이며,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이라는 인디스페이스의 소개말을 새록새록 다시 보게 하는 영화다. 지난 세기를 떠올리게 하는 색감과 느낌이지만, 그 시절 그 곳의 우리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가 만나야 할 영화다.

-인디즈 14기 정유선

리뷰 전문 보기

또다른 세계에서, 숨고르기

때로는 의도치 않게 당도해버린 곳이 마치 또다른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곳에서는 지금까지 숨가쁘게 견뎌온 날들이 새삼스러워지기도 하고요. 기태에게 '국도극장'이 그랬듯 사치에에게는 헬싱키의 '카모메 식당'이 그런 공간입니다. 작은 공간에 대한 애정, 그리고 숨고르기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은 또 하나의 작품입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2006년 작품 <카모메 식당>을 만나보세요.

<카모메 식당> 리뷰: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흘러가는 지금을 살아가며

<카모메 식당>은 주인공 사치에가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작은 일식당을 열며 시작한다. 흘러가는 일상 속 생겨나는 이야기들, 펼쳐지는 장면들은 <국도극장>과 비슷한 결들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만화 주제가의 가사를 묻고 답하며, 커피와 오니기리를 대접하며,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치에는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간다. 같은 듯 다른 듯 그녀가 살아가는 일상을 따라가며 서사는 차근히 진행된다. 그리고 마주하는 장면들은 따뜻함과 울림을 자아내고, 이는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영화 속 카메라는 섬세하다. 사치에와 미도리, 그리고 손님들의 모습들까지, 카메라는 카모메 식당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순간들을 찬찬하게 담고 있다. 특별한 공간이 나오지 않아도. 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곳곳을 세밀하게 비추며, 영화는 흘러가는 지금을 그리고 있다.

<국도극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만날 수 있는 왠지 모를 따스함을 <카모메 식당>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배꼽을 잡을만큼 재미있는 영화는 아닐 지도 모르지만, 평온함을, 따뜻함을, 우리네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인디즈 14기 김지원

💡 <카모메 식당>은 왓챠플레이 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극장에서의 추억을 나누어주세요!

인디즈들의 영화 이야기를 꾸준히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번엔 여러분의 이야기가 듣고싶어요. 영화관에서 마주한 순간들, 하나씩은 마음 속에 품고 계실 것 같은데요. 극장에 담긴 추억이 있다면 인디즈 큐에게 나누어주시겠어요?💙

아주 소소하더라도 좋아요. 이야기를 나누어주신 분 중 추첨을 통해 인디스페이스의 여름 굿즈, 미니 유리컵을 드립니다!

예시) 지금은 사라진 '아카데미 극장'!😭 주말 아침마다 토스트 하나 사서 4000원을 내고 조조영화를 보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그곳에서 처음 본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황산벌>!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봤어요. 그리고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본 영화도 이준익 감독의 <동주>랍니다. 괜히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우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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