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꼭 써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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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른 번째 책한조각 레터입니다.

전혀 모르셨겠지만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합니다.

머릿속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상념, 생각을 포획하여 잘 정제된 글로 풀어내는 그 행위 자체를 좋아해요. 간혹 운 좋게 글감이 퍼뜩 떠올라 거의 일필휘지로 글을 써 내려갈 때의 쾌감은 쉽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을 정말 담백하고 정확하게 담아낸 글은 며칠 동안 열 번도 넘게 반복해 읽으며 흡족해하곤 합니다. 좀 변태 같죠?

글을 쓰는 걸 즐길 뿐만 아니라 중요하다고도 생각하는데요. 글쓰기가 왜 중요할까요? 벌써 오늘 레터는 노잼일 것 같죠. 그래도 닫지 마세요. 제가 매번 온몸으로 느끼는 이유거든요.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행위가 중요한 이유는, 그 과정에서 내 생각이 다듬어지고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잘 정제되어 형태를 갖춘 생각만이 이후에 더 깊고 폭넓은 생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잘 정리된 생각은 내가 똑바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내 생각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내 생각을 오로지 강화하기 위해서만 글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올바른 글쓰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제가 그런 글을 쓰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뜨끔하네요.

아무튼 글쓰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내 생각을 바라보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에 말을 거는, 즉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로소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과정 없이는 절대 나만의 단단한 가치관이나 철학을 세울 수 없고, 이는 곧 나에 대해 깊이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글쓰기는 쉽지 않아요. 빈 백지가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1) 마땅한 글감이 없고, (2) 있어도 그걸 글로 풀어내는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역설적으로 단 한 문단이라도, 아니 단 한 문장이라도 일단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는 어떠한 사람이다"라는 하나의 문장에서 시작한 생각은, 곧 "그 이유는 이러이러하기 때문이다"를 넘어 "그럼 저러저러한 경우엔 그러그러하다고 생각한다"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글의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가령 대학교 2학년 때 들었던 글쓰기 교양 수업에서 저희 교수님은 "한 문단에는 4~5개의 문장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글의 본래 목적을 해치지 않는 이상, 한 문단을 한 문장으로 끝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런 딱딱한 틀 때문에 글쓰기라는 행위의 유연함과 자유로움이 굳어버리는 겁니다.

아 그 점 빼고는 저는 그 교수님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엄마처럼 인자한 분이시기도 했고 인격적으로도 멋진 분이셨고 학생들을 존중해주셨고 수업도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당시 여자친구를 그 교수님 수업에서 만났거든요.

저는 글이 반드시 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의 길이는 표현 방식에 불과하니까요. 이 글은 너무 길어지고 있죠?

뭔가 기-승-전-오리지널스 같지만, 제가 주변 친구들에게 오리지널스를 사용하게 해 본 뒤 가장 많이 한 생각이 바로 "이 친구들이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몰랐네"입니다. 역시 글감이 있고, 쓰는 데에 대한 부담만 적으면 글은 생각보다 쉽게 써지는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스는 책한조각의 갓난아기 동생입니다 많이 예뻐해주세요

아무튼, 결국 나 자신을 더 깊이 성찰하고, 나와 대화를 하다 보면 글은 어떻게든 써집니다. 깔끔하고 유려하지는 않더라도요. 그래서 제 메모장에는 깔끔하고 유려하지 않은 짧은 메모들이 수백 개가 있습니다. 그중 괜찮은 것들은 레터를 통해 차차 공유드리겠습니다. 궁금하지 않아도 읽어주세요.

사실 이 글은 제가 2020년 3월에 쓴 글입니다. 살만 조금 붙였습니다. 그때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게, 어쩌면 지금보다 더 정제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좀 부끄럽기도 하네요.

오래전에 쓴 글, 내 생각을 발견하여 읽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더 짧은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 이번 주에 기록한 책 속 문장들 ✍

📖 "우리는 우리가 한 선택의 결과입니다."

🤔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

📖 "비이성적인 사람은 자기 성찰이나 학습 능력이 없다."

🤔 인간은 비이성적이라는 걸 인정하자

📖 "남자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야망을 저주한다."

🤔 목표를 향해 달려가되,

의견/응원은 늘 저에게 가장 소중합니다!

(나름 대기업에 다니는 닝겐으로써,,,ㅎ) 주니어 때는 보상보다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것에 격하게 동의합니당. 물론 보상은 달콤하지만, 시스템상 '나 없어도 잘만 굴러가야만 하는 조직'이어서... 적극적으로 role을 쟁취하고 빠르게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 같아요.

➡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불안한 저의 생각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는 옛날에는 무조건 빠르게 성장하는 작은 초기 스타트업 만세!!!였는데 역시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장단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습니다. 결국 그 안에서 내가 성장을 위해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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