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우르젠다, 정부 상대로 소송 제기 5년만에 승소

 
2018.10.11/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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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시행된 기후재판에서 환경단체 우르젠다(Urgenda)가 네덜란드 정부를 대상으로 승소했다. 이로써 네덜란드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를 절감해야 한다.

우르젠다와 886명의 시민들은 총리 마르크 뤼터(Mark Rutte)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기존 25%에서 17%로 하향 조정하자 2013년 4월 헤이그(La Haye)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22쪽 분량의 소장에서 이들은 “네덜란드 정부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5~40% 줄이기로 합의한 2007년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 등을 근거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재판을 맡은 헤이그 지방법원은 우르젠다의 손을 들었지만 정부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5년 뒤인 지난 9일(현지시간) 2심 선고 재판이 진행됐다.

우르젠다의 고문인 로저 콕스(Roger Cox)는 “이 같은 정부의 늑장대응은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 교토의정서, 발리로드맵, 코펜하겐 협정, 칸쿤과 더반에서의 협정 모두에 반하는 처사이며, 심지어 유럽인권조약에도 반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2018.10.11/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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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네덜란드 정부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1990년 대비 최소 25% 감축하라는 1심 판결은 타당하다"며 원고인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 규정상 네덜란드 정부는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7% 저감해야 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국제적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개발도상국에서조차 25~40%의 저감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따라서 네덜란드 정부는 1990년부터 2020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어도 25% 감소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당초 “법원이 정부 정책을 강제할 수 없다”며 항소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지 않았다.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한 환경단체 우르젠다측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유럽인권조약을 근간으로 한 결정"이라며 "우리뿐 아니라 세계 모든 이들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을 것”이라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변호사협회 간사이자 원고인 마르잔 미네스마(Marjan Minnesma)는 이날 “유럽인권조약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는 시민들의 삶과 이들 가족의 삶을 지속적으로 보호할 법적 의무를 지닌다”면서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결과들은 이들의 안녕에 위협을 가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환경평가통계연구소(PBL)에 따르면 2020년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네덜란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보다 13%줄어든 1920억㎏에 달한다. 따라서 네덜란드 정부는 앞으로 2년 동안 약 230억㎏(12%)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은 영국, 노르웨이, 뉴질랜드, 우간다 등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인 다른 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율을 상향했다. 올해 확정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배출 예측치 8억5000여만톤을 5억3600만톤으로 줄여 약 3억1480만톤(37%)을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로써 국내 감축량 목표는 2억7650톤으로 조정됐다. 나머지 9590만톤은 해외 배출건거래 등을 통해 국외에서 상쇄하기로 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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