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4 : 디지털 약자를 위한 정부 디지털 정책의 변화

김연주 ㈜슬로워크 Chief Digital Officer
소통하는 디지털 정부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우선 기본적인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설계 방향에 대해 논의해 봐야 할 것입니다. 

전자 정부와 디지털 정부 뭐가 다를까? 
우리가 디지털 정부의 서비스 방향에 대해 논의하려면, 우선 디지털 정부가 그 이전의 전자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우선 살펴봐야 합니다. 
전자정부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둔 개념입니다.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업무를 전자화하여 행정기관들 간의 업무나 대국민 행정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정부를 뜻하는 것이었죠. 디지털 정부는 조금 더 나아가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입니다. 대국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을 하고 있죠.  
그렇다면 이 국면에서 우리는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요?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우리의 생활을 비대면으로 전환해야 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모바일과 PC를 켜서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았는데... 모두가 저처럼 할 수 있었을까요?
제가 일하는 슬로워크의 경우에는 원래 자율 원격근무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발생했을 때 자연스럽게 의무 재택근무를 진행하고 메신저를 이용해 서로 연락하고 사내 데이터 저장소를 활용해 공유할 수 있었는데... 모두가 저희처럼 잘 대응했을까요?
실제로 슬로워크도 비대면 시대의 업무에 잘 적응했다고는 해도, 필요한 서류를 받기 위해 공공기관에 방문할 때, 공공기관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해야 할 때마다 장벽을 느꼈어요. 특히 exe 확장자 파일을 제공하는 사이트가 많은데, MAC 환경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사용하는 인터넷 환경이나 기기의 종류에 따라 디지털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정부가 포용적 디지털 경제라는 과제를 설정하고 디지털 평준화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래서 전 국민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찾아가서 배울 수 있는 센터를 개설하거나, 센터에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일대일 방문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교육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고요. 더불어 동영상 교육을 지원하는 플랫폼도 다양한 조직에서 기획되고, 또 다양한 서비스들이 신기술을 활용해서 여러 방면으로 적용 중이죠. 
그런데 이렇게 온라인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술의 혜택을, 모두가 다 누릴 수 있는 걸까요?  
이런 문제의식에서 우리가 왜 관공서나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지 진단해 보았습니다. 
1. 진입의 어려움입니다. 다양한 플러그인이나 보안 솔루션 설치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에 설치해야 하고, 그 설치과정 또한 복잡하기 때문에 진입에 어려움이 있죠. 
 2. 개인정보 보호나 내부정책 등의 문제로 검색이 어려웠습니다. 
3. 한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제공되는 정보가 워낙에 많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느 메뉴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4. UI(사용자 인터페이스)나 UX(사용자 경험)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5.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사용되는 용어가 너무 어렵습니다. 물론 이는 공공기관 플랫폼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기업도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아는 용어를 남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일어나는 문제인데, 이에 대한 가이드를 별도로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6. 통합 아이디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놓고도 매번 개별적으로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또한 회원 가입 정책이 사이트마다 달라서 사이트마다 비밀번호를 재설정해야 한다거나요. 
7. 5번과 통하는 문제일 텐데요, 정부에서 PDF나 한글 파일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를 열어보기 위한 '공공서식 한글' 등의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안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국민들이 파일 열람과 호환에서 문제를 겪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공공기관 플랫폼 이용 경험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2019년 행안부에서 시행한 '2019 전자정부 서비스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족도 자체는 97.8%로 굉장히 높게 나왔습니다.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 가장 큰 만족 사유였고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을 살펴보면 적절한 안내나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어려웠다는 평가가 있어서 앞서 진단한 문제점들이 실제로 국민들의 사용에 불편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통하는 디지털 정부 서비스를 설계하려면 기본적으로 타깃과 목적이 정확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설계 목적과 성과는 무엇인지, 전달하려는 것은 무엇인지, 사용자가 접속해서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인지, 주요 방문자는 누구일지, 이 서비스를 왜 설계하고 있는지... 이 고민들을 분명히 정리하여 화면에 녹이면 사용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기술과 경험 모두 고려한 설계를 해야 합니다. 체계적으로 정보를 분리하고 설계한다거나, 목적과 타깃에 맞도록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 인터페이스를 설계해야겠죠. 또한 서비스 제공자들만 알고 있는 용어를 쓰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가이드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통합회원 체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려해야 하고요. 더불어 개인정보 보호와 공유의 범위나 권한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이 사용자의 긍정적인 경험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바람직하겠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불편했던 경험들을 신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해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치 예전에는 문을 하나씩 걸어잠가야 했지만 이제는 도어락이 통용되면서 문단속조차 자동으로 되는 것처럼요.

디지털은 도구, 격차를 만들지 않도록 잘 활용해야
디지털 정부 서비스를 구축함에 있어서 기술적인 설계, 개선방안, 정책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디지털 격차가 발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소득, 연령, 학력, 지역에 따라 디지털 격차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데이터를 정리해서, 정보 평등을 위한 정책도 마련돼야겠고요. 
디지털 격차가 사실 개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에도 인터넷에 접근에 대한 어려움이 발생하거든요. 이들을 위한 교육, 컨설팅, 기술 노하우 전수 등도 고려해야 하고,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스마트폰 보급, 공공 와이파이 설치, 통신료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하여 디지털 격차와 정보의 불균형을 완화해야 합니다. 
디지털은 정보 격차를 늘리수도, 줄일수도 있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을 통해 나가는 많은 정보가 개인에게 온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격차가 될 것이고, 개개인들에게 골고루 분포되어 전달된다면 격차를 없애는 데 사용되는 것이죠. 
이 도구를 잘 사용하려면 디지털 안의 역기능, 예를 들어 윤리 문제나 저작권, 사이버 폭력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가이드도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개개인이 정보의 바다에서 어떤 데이터를 신뢰해야 하는지, 편중되지 않고 고른 정보를 얻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면, 디지털 격차가 줄어들어 디지털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