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을 위한 나라는 없다

vol. 36
🧚피터팬을 위한 나라는 없다

<소공녀>

그런 친구 있죠.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천진난만하면서도 보고 있자니 답답한 친구.

이 친구가 갑자기 찾아와 한 달만 재워달라고 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 것 같으세요?

다시 만난 20대의 추억

주인공 미소는 가사도우미입니다. 일찍 부모님을 여읜 그녀는 단칸방 난방비가 없어 집에서도 외투를 껴입고 살죠. 그래서 모처럼 집에 온 남자친구와도 스킨십 한번 못해요. 옷을 벗기엔 너무 춥거든요. 가끔 바에서 마시는 위스키 한잔과 담배가 유일한 낙인 미소에게, 집주인은 월세를 올린다고 말합니다. 결국 미소는 집을 포기하기로 하죠. 이미 그녀에겐 매일매일이 적자거든요.

집을 나온 그녀는 대학 시절 밴드부 친구들을 찾아갑니다. 보증금을 모을 때까지 잠시만 재워달라고요. 베이스를 연주하던 친구는 반쯤 성공한 커리어우먼이 되었고, 키보드를 기막히게 치던 친구는 시부모 집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네요. 그녀가 찾아갈 때마다 미소와 친구들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즐거웠지만 현재와 다른,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면서요.

'힘들었지?'라는 한마디

영화를 보다 보면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게 됩니다. ‘월세 낼 돈도 없으면서 비싼 위스키랑 담배 좀 끊으면 안 되나?’ 보고 있자니 답답해요. 개선될 의지도 없어 보이고 바보 같은 미소나, 웹툰 작가가 꿈이라는 남자 친구를 보면 소리라도 치고 싶어요. 제발 정신 차리라고요. 지금 상황이 정상은 아니라며 은근히 미소를 무시하는 친구 또한 보는 사람을 화가 나게 만들죠.

하지만 감독은 그저 묵묵히 지켜볼 뿐입니다. 어디서도 제대로 지내지 못하는 미소를 응원하지도 않고, 짜증 나는 친구를 비난하지도 않아요. 그렇기에 엔딩은 더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어쩌면 미소에게 필요했던 건 단지 위스키, 담배, 남자 친구처럼 작은 위안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게 살면 안 돼’라는 꼰대 같은 조언이 아니라.

'틀려도 괜찮아요'라는 위로

이 영화는 씁쓸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취직하면 집과 차를 사야 하고, 언젠가부터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 우리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요. 보고서 글자 하나라도 틀리면 큰일 난 줄 아는 부장님에게 익숙해진 나머지, 우리는 어느새 잊어버렸는지도 몰라요. 인생은 퀘스트 깨듯 정답만 고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요.

영화를 보면서 저는 짧았던 고시원 생활이 생각났어요. 고시원 옥상에서 높은 서울 빌딩들을 올려보며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미소의 씁쓸한 표정을 볼 때마다 떠올렸습니다. ‘오늘도 아등바등 살았구나’하는 안도감, 우울함과 ‘저 중에 내가 지낼 곳은 있을까?’ 하는 허무함을요. 뉴스에서 백날 떠들어대는 3포세대니, 주택난이니 하는 말보다 마음 아프게.

그러다 어느새 미소를 응원하고 있더라고요. 너라도 행복했으면, 그리고 언젠가 나도 행복해졌으면 하고.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위안을 준 미소처럼, 어쩌면 영화 자체도 미소를 닮아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오늘은, 미소와 함께 하는 저녁 되세요.

<소공녀>입니다.

#넷플릭스#왓챠플레이#드라마장르

💡관람 Tips

◆ 자취 경험이 있다면 집 구하러 다니는 장면같이 특별하게 다가올 순간들이 많아요.

◆ 짧은 엔딩이 아쉽다면, <🎬Zion.T-눈> 뮤직비디오도 관람해 보세요.

(감독 피셜로 영화와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라지만, 엔딩 후가 궁금하시면 클릭!)

◆ 영화와 잘 어울리는 노래, <🎵이하이-한숨>도 추천드립니다.

바 로 보 기

구 독 하 기

*비디오쟈-키는 순수한 덕심으로만 운영됩니다*

WRITTEN BY
리니어. 욜로. 서퍼

Copyright © Video-Jockey
All rights reserved

editor@video-jockey.com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