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희 기자 #미중패권전쟁 #동네책방

시사IN북 뉴스레터 #12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상치 않습니다. '코로나 신냉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죠. 올 초 화해 무드에 이어 팬데믹을 겪으며 잠시 소강 상태에 빠지는 듯했던 미-중간 갈등이 코로나19 기원과 책임 소재 등을 놓고 다시 불 붙는 형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왜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설을 연일 들고나오는 걸까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돼 말 그대로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 국면으로 가게 될 경우 홍콩과 타이완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아니, 그보다 코로나19 대응만으로도 힘겨운 한국은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요?

사실 미-중간 재충돌은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분기점이 됐다는 게 우연일 뿐이죠. 세계 패권을 향한 중국의 야심, 그리고 이를 용납할 수 없는 미국의 속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책을 추천하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확진자 증가세로 다시 긴장이 감도는 이번 주말, 소개된 책들로 방구석 휴가 계획을 세워 보면 어떨까요? 책 주문과 구매는 가능한 가까운 동네책방을 이용해주시고요😊
                                                                    Image by Pixabay


 워싱턴 분위기를 일거에 바꾼 책


마이클 필스버리 지음, 한정은 옮김, 
영림카디널 펴냄   

 
<백년의 마라톤〉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2015년 10월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 기사를 준비할 때였다.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필스버리 중국전략센터 소장이 지은 책 때문에 워싱턴에 반중 정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 미·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추진해온 남중국해 인공섬 문제로 격렬한 파열음을 낸 채 끝났고, 오바마 정부는 이때부터 대중 강경책으로 돌아섰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워싱턴의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놓았을까? 궁금증을 갖고 있던 차에 마침내 책을 구해 읽었다. 저자에 따르면, 1949년 마오쩌둥의 신중국 건설 이래 역대 중국 정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것은 군부 내 민족주의 초강경파이다. 이들이 공산정권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서방에 당했던 치욕의 역사를 설욕하고 미국을 추월해 패권국의 지위에 오르기 위한 비밀계획을 추진해왔다는 것이다. ‘백년의 마라톤’은 바로 그들이 공유해온 비밀계획의 이름이다.

필스버리 소장이 확인한 백년의 마라톤 전략의 핵심은 인(忍), 세(勢), 패(覇)로 요약된다. 춘추전국시대 이래 전해진 36계와 〈손자병법〉에서 따온 것으로 때를 기다리며 몸을 낮추고, 상대가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고, 강자의 허점을 노려 무너뜨린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고도의 기만술로 미국과 서방을 속여 힘을 기른 뒤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허수아비 온건파를 전면에 내세워 중국이 서방과 같은 사회로 바뀌어갈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준 게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미·중 관계에 대해 언급할 기회가 되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곤 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지금은 더 말할 나위 없다. 2018년 10월4일 펜스 미국 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신냉전 연설을 한 장소가 바로 필스버리가 근무하는 허드슨 연구소였다.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남문희 기자
*이 책 소개는 2019년 1월에 작성된 것입니다.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편견  
고든 올포트 지음, 석기용 옮김, 교양인 펴냄  

“대중은 미리 전향자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정사실이 그들을 바꾼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5월13일 브리핑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학원강사가 직업을 속인 점을 언급했다. “그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확진자에 대한 비난과 차별과 혐오를 멈출 때 더 빨리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1954년 쓰인 〈편견〉은 팬데믹을 숙주 삼아 활개 치는 차별과 혐오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유효한 책이다. 이 ‘벽돌책’은 8부 31장으로 구성돼 있다. 목차를 일별하고 바로 8부로 달려갔다. 입법이 편견에 영향을 끼칠까? 그렇다. 입법은 편견 자체가 아니라 편견을 공공연히 표현하는 행위를 통제하려 할 뿐이지만, 표현이 바뀌면 생각도 따라서 바뀌기 쉽다. 그러니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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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라즈 파텔·제이슨 W. 무어 지음, 백우진·이경숙 옮김, 북돋움 펴냄  

“따라서 1400년대 이후의 역사는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로 명명되어야 한다.”  

인류 문명이 개발되면서 불평등 문제는 심화되고 기후는 ‘비상사태’를 맞았다. 이런 문제들은 금융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역기능이나 부산물쯤으로 이해된다. 반세계화 활동가(라즈 파텔)와 사회학과 교수(제이슨 W. 무어)인 저자들은 “자본주의가 감춰온 비용”을 현 세대의 우리가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류 문명은 값진 것들을 저렴하게 만듦으로써 진보해왔다. 자연, 돈, 노동, 돌봄, 식량, 에너지, 생명 이 일곱 가지 자원이 싸구려로 취급받게 된 역사적인 맥락을 파고든다. 값진 것이 저렴해질 수 있었던 건 군대와 성직자, 회계사, 인쇄물 덕분이었다. 저자는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로 명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600년을 지나온 자본주의 역사를 낯설게 보는 관점을 제공한다.  

기억의 과학
찰스 퍼니휴 지음, 장호연 옮김, 
에이도스 펴냄  

“맨 처음 잡았던 물고기 기억나요?”  

우리의 지각은 과거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의 사고 역시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저장된 정보에 의지한다. 그렇게 우리 마음이 행하는 모든 걸 형성하는 게 기억이다. 기억력 감퇴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기계발 서적들은 기억력 향상을 도울 수 있다고 약속한다. 이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불안과 연결된다. 
문제는 기억이 왜곡되기 쉽다는 점이다. 결코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목격자의 사례를 흔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환각과 환청을 과학적으로 다룬 〈내 머릿속에 누군가 있다〉의 저자가 이번엔 뇌과학이 말하는 기억의 비밀에 천착했다. 기억의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핀다.
 

여자가 운동을 한다는데 
이은경 지음, 클 펴냄  
 
“그리고 자기만의 운동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체육관 화장실의 문고리는 고장 나도 잘 고쳐지지 않았다. 어차피 다 남자라서 굳이 문을 잠글 필요가 없었다. 운동이 끝나면 다들 덥다며 웃통을 까고 돌아다니곤 했다. ‘내가 남의 늘어진 뱃살을 봐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면 운동이 끝나고 치킨 앞에 앉아도 입맛이 떨어졌다. 체육관에 다니는 여자가 나 혼자였을 때 이야기다. 
지금 체육관에 가면 여자가 더 많을 때도 있다. 화장실 문고리는 튼튼하게 새로 달렸고, 자존감이 무척 높은 사람(보통 몇 달 안에 그만둘 확률이 높다)만 자신 있게 웃통을 풀어헤쳤다가 야유를 받는다. 휘파람까지 불어가며 야유를 하는 나는 든든함을 느낀다. ‘운동하는 여자가 운동하는 여자를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느낀 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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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을 통해 궁극적으로 구하려는 것은 판결이라기보다는 역사입니다.”

2020년 5월26일, 김재규 유족은 재심을 청구하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김재규가 민간법정에서 법의 보호를 받으며 공정한 재판을 받았다면,
김재규가 말하고 싶었던 진실을 자유로운 언론이 국민에게 알렸다면,
역사는 지금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김재규의 변호사들이 검증한 
최초의 10·26 정사(正史).
방대한 증언과 비공개 법정 진술로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이 되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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