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26일_40번째 다카포 페이퍼

2020년 11월 26일 목요일

글: 유니쓰 / 편집: 루바토와 유니쓰

당신의 감성을 찾아 줄

클래식 음악 페이퍼, 다카포입니다.

교향곡 1번(Symphony no.1)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

안녕하세요. 유니쓰입니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수도권은 얼마 전부터 거리 두기 2단계에 들어갔는데요. 이 여파로 이번 주말 예정이었던 조성진 앙코르 공연을 포함해 크고 작은 음악회들이 취소되면서 클래식 음악계도 다시 한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상심이 크실 연주자분들과 클래식의 팬분들께 저라도 대신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얼른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거쳐 가는 관문과도 같은 곡을 소개하고 싶어요. 일명 ‘OO리안’이라는 별명 아래 이 작곡가의 음악을 지독히 앓으셨던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선곡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의 교향곡 1번(Symphony no.1)’입니다.

말러 추종자: 말러리안(Mahlerian)...?

사진: wikipedia

말러의 교향곡은 그 내용이 너무 심오해서, 그리고 단순하게는 그 길이가 너무 길어서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그런데도 그의 음악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마니아층이 생겼고, 그 층은 아주 견고하고 두텁게 형성되어있어요. 그러나 생전에 말러는 그다지 인정받는 작곡가가 아니었답니다. 특히나 오늘날 엄청난 추앙을 받는 교향곡들에서는 더욱더 당대 사람들의 맹렬한 비난을 받았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1번 역시 초연하자마자 실패하며 온갖 조롱을 받았던 곡이랍니다.

그런데 말러가 오늘날 이렇게 정반대의 대우를 받게 된 이유는 뭘까요? 첫 번째로 이전의 다른 작곡가들이 그랬듯 몇백 년이 흐르면서 낯선 것들에 대한 대중의 의식이 서서히 익숙함으로 변화한 것에 있습니다. 처음 듣는 소리, 처음 듣는 진행 방식, 처음 듣는 구성 등이 듣자마자 환영을 받기엔 그 당시가 지금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사회였을 테니까요. 두 번째 이유는 그의 삶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경제적으로 불우하진 않았지만,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형제들의 죽음을 잇달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는 그리 풍요롭지 못하게 살았어요.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주로 죽음과 생명을 소재로 쓰였고, 이러한 소재가 그의 철학과 맞물려 사람들의 내면을 충족 시켜 준거죠.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이유는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이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며 그의 음악을 대중화시킨 것에 있습니다. 번스타인은 말러의 교향곡 전집을 3번이나 녹음할 정도로 말러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어요.

이 곡은요...

말러가 라이프치히 오페라 극장에서 지휘자로 일하던 때인 1887년에서 1888년 사이에 작곡된 곡이에요. 1889년에 부다페스트에서 직접 지휘를 하며 초연했지만, 사람들에게 혹평을 받았고, 그 이후에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쳤으나 인정받지는 못했어요.

1악장은 느린 서주를 포함한 소나타 형식으로 꽤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구성이랍니다. 소나타 형식에는 주로 2개의 주제가 등장하는데 여기선 단 1개의 주제만이 등장하며, 발전해야할 부분에서는 돌연 느린 서주 부분이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에요.

2악장은 박자만 들으면 ‘쿵짝짝’하는 3박자의 왈츠 같기도 하지만 왈츠라고 하기엔 뭔가 너무 요란스럽지 않나요? 맞아요. 이 곡은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의 왈츠가 아닌 렌틀러라는 왈츠가 변형된 춤의 형식이에요. 교향곡에서 이 형식이 도입된 건 처음이라고 하네요.

다음은 문제의 3악장인데요. 비장감이 도는 선율로 시작해서 갑자기 무슨 카바레에 나올 법한 선율이 등장하죠. 교향곡이라는 보수적인 장르에서 지금 들어도 적응 안 되는 이 선율은 낯 뜨겁게 들리다가도 음악과 너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어요. 그래서 이 곡에서 특히 이 악장이 초연됐을 때의 상황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만 이 곡의 묘미 또한 이 악장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악장은 폭풍같이 몰아치는 주제와 긴 음가의 서정적인 주제가 상반되게 등장해요. 그리고는 다시 폭풍 같았던 주제로 돌아오고, 잠잠해져요. 그러더니 결국은 1악장에서 강조했던 4도 음정이 다시 나타나면서 호른의 힘찬 연주와 함께 강력하게 끝난답니다.

당신이 조금 더 알고 싶은 TMI는요..

말러와 화가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는 서로의 예술 세계를 존경하는 사이였어요.

그런데 말러의 아내는 클림트와 이전에 그렇고 그런 관계였다고 하네요.🤫

🎧 감상 포인트 ?

전 악장에 걸쳐 비슷한 소재가 불쑥불쑥 등장해요. 그중에서도 특히 4도 음정이 눈에 띄게 등장하는데, 먼저 1악장에서 이 소리를 최대한 찾아보세요. 가장 귀에 잘 들리는 부분의 힌트를 드리자면 느린 서주에서 마치 뻐꾸기 소리처럼 선명하게 연주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다음 악장부터는 마치 귀로 숨은그림찾기를 하듯이 이 소리에 주목해보면서 이 소리가 각 악장에서 얼마나 다르게 등장하고 있는가를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시 감상하기 🎧

🙋 유니쓰의 감상평: 심한 말로 초연이 왜 망했는지 알 거 같은 악장 구성과 진행 방식이에요. 그러면서도 너무 완벽하게 맞춰진 통일감과 균형이 감탄을 안 할 수가 없게 합니다. 그래서 어떨 때 들으면 너무 완벽하다가도, 어떨 때 들으면 너무 별로인 거 같기도 해요. 결론은 새로움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청중의 마음 상태에 달린 거 같네요.

🙋 루바토의 감상평: 말러는 다 좋은데 너무 길어요...

✏️ 오늘의 이론: '4도'가 뭔가요?

음악에서는 음정 간격을 말할 때 ‘-도’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예를 들어 도에서 같은 도까지는 1도,

도에서 그다음 레까지는 2도,

도에서 그다음, 다음 미까지는 3도,

도에서 그다음, 다음, 다음 파까지는 4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이 이상은 말 안 해도 아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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