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같은 남의 집 이야기
여섯 번째
인스타그램이 뭐길래  

아침.

선영은 간밤의 울린 핸드폰 알림을 확인한다.

[Instagram] 좋아요 1,4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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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보다 조금 줄었나? 좋아요가 왜 이렇게 덜 찍혔지. 의아한 마음으로 어제 올린 게시물을 확인했다. 정보를 묻는 수많은 댓글 가운데 선영의 눈에 띈 하나의 댓글이 있었다.

일회용품을 왜 저렇게 많이 씀. 진짜 싫다. 그렇게 영향력 어쩌고 하더니 환경 생각 안 하나.

진짜 싫다. 진짜, 싫다. 진짜. 싫다. 댓글 하나가 눈에 꽂히자 다른 댓글들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시야에서 사라진 대부분의 댓글은 선영을 좋아했다. 동경하고, 애정을 보이고, 호감을 표했다. 도움이 됐다며 고마워했고, 덕분에 좋은 걸 알았다며 감사를 전했다. 과반의 호의적 댓글이 소용이 없게 됐다. 선영의 아침은 ‘싫은’ 아침이 됐다.

3년 전이었다. 인스타그램에 #sun0집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게시글을 올렸던 게. 그때의 선영은 역세권 위치의 투룸이라는 조건을 포기할 수 없어 자금에 맞춰 반지하를 얻었다. 반지하가 별 건가. 사람들 다 사는 곳인데. 선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계약했다. 원래 아침에 해 들어오는 거 싫어하잖아 나. 원래 습해도 예민하지도 않으니까 나. 아무래도 그건 합리화였는지도 모른다.


여름 장마와 함께 첫 몇 달을 보냈다. 환장할 습기가 선영을 망가뜨렸다. 쌓여가는 빨래방 쿠폰을 보며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해가 들지 않는 아침, 낮, 저녁 그러니까 매일은 선영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늘 피곤했다. 피곤해서 창문을 열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거리의 민낯을 마주해야 했다. 선영은 밖에 있었다. 나가야만 했다. 집이 있는데 나가야 했다. 나가서 밥을 먹고 빨래를 하고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영화를 보고 목욕탕에 갔다. 밖에서 살고 돌아와 습기에 절은 집을 보살폈다.


선영은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 선택에 이렇게 괴로워하는 게 맞을까. 선영은 집을 가꾸기로 결심했다. ‘되는 대로’ 살지 말고 ‘되게’ 살아 보자고 생각했다. 집을 다듬고 고치고 꾸몄다. 매일 청소하고 매일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매일 향을 냈다. 전등을 모았고, 오브제를 수집했다. 전보다 화사해진 집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걸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해가 없어도 괜찮다는 의미를 담아, 자기의 이름을 따서, sun0집.


반지하여도, 습하고 해가 들지 않아도, 예쁘게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많은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았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거였다.


지난번 싱크대 하수구가 역류했다. 조금씩 수습하며 써왔는데 그날은 정말 난리가 났다. 설거지하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개고생했으니 설거지가 하기 싫은 것도 당연했다. 설거지가 ‘진짜 싫다’.


선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이마에 올린 팔이 무겁게 느껴졌다. 일회용품이라. 그렇다고 진짜 싫을 것까지 있어? 진짜 싫다, 뭐 그렇게까지 강조하면서 말해야 할 이유가 있냐고. 요리를 뜸하게 하긴 했는데, 배달시켜 먹느라 일회용품 많이 쓴 것도 맞지만… 그걸 그렇게 ‘진짜 싫다’라고 할 정도냐고. 아이디를 눌러 들어가 본 피드는 집 사진으로 가득했다. 선영의 집과 많은 것들이 비슷했다. 선영이 힘들게 알아낸 정보로 산 가구를 선영에게 물어 샀다는 글도 있었다.


이마를 누르던 선영의 팔이 움직였다. 선영은 눈을 뜨고 핸드폰을 들었다. 사진첩에서 하수구 역류 사건을 수습하던 사진을 찾아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이주 전이었나, 설거지하다가 하수구가 역류했어요. 집이 오래된 탓도 있고 제가 하수구 관리를 잘하지 못해서인 탓도 있을 거예요. 집주인에게 연락하고 수리 기사님이 오고, 힘든 날이었고 그러고 나니 통 음식을 해 먹기가 싫은 거 있죠. 설거지에 뭐라도 있는 것처럼 피하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시켜 먹고 사 먹는 게 일상이 됐고요. 오늘 문득 지난 이주간의 사진을 보니 일회용품을 너무 많이 쓰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됐어요. 물론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뜨끔! 하게 된 거예요. 실은 집을 가꾸는 일에는 집의 아픈 곳을 잘 고치고 앞으로는 아프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잖아요? 제가 그걸 잊고 있었더라고요. 요리해서 맛있게 먹고 잘 치우는 것까지도 집의 전부였어요. 앞으로는 주방도 잘 가꾸면서 관리하는 법도 공유할게요.]

하, 내가 미쳤지. 프로 인스타그래머 김선영의 한숨이 반지하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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