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도서관 재개관 기념 특별호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들어가면서
두 달 동안 닫혀있던 동네 도서관이 드디어 열렸어요. 그래서 이번주 가장 기뻤던 일은 오랜만에 도서관에 방문한 일이었습니다. 이미 인스타에 한번, 브런치에 한번 호들갑을 떨었고 마무리로 이번주 문장줍기도 도서관에 대한 문장입니다.
첫 번째 문장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가장 크게 와닿았던 말은 도서관은 책이 쌓여 있는 네모난 상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말이었어요. 어떤 책을 어떻게 수서하고 어떻게 배가하는가에 따라서 이용자에게 보낼 수 있는 말의 질과 양이 완벽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거든요.
수서와 배가는 대충 구매와 진열로 대치해서 읽어주시면 되는데요, 많이 공감했던 문장이었습니다. 저 또한 가끔 서가를 헤매다보면 책과 함께 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은 23번째 편지-사서는 맥시멀리스트다-라는 문장으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제가 사서가 되려고 문정과를 갔을때 어떤 선생님이 "사서는 책을 많이 보는 직업이 아니라 책 등을 가장 많이 보는 직업이다"라는 말을 해주셨었어요. 저는 그럼에도 "책등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하는 일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자는 이럴 경우 이용자에게 "저 대신 읽어주세요"라고 요청하기도 한답니다.
두 번째 문장
나를 기꺼이 맞이해주는 장소
도서관은 언제나 사유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 주었고, 내가 방문한다기보다 나를 맞이해 준다 는 기분이 드는 유일한 장소였다. 이 환대가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도서관에 갈 때마다 떠올린다.

나는 서가에서 가져온 책들을 제자리에 꽂았다. 내게 필요한 문장, 나를 위한 문장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다시 서가를 천천히 거닐었다. 이 책에 담은 글들은 그렇게 시작됐다
저자의 전작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실무였습니다. 사서직 준비를 고민하는 친구에게 빌려줬는데 돌려받았나 가물가물합니다. 도서관에 대한 말들과 에세이를 모아둔 책을 작성했습니다. (언젠가 제가 도서관의 말들을 가장 좋아한다고 이야기했었죠?)
다른 문장도 좋았지만 책에서 말하는 "환대"받는 느낌에 공감하기에 이 문장을 골랐습니다. 공간을 사용하면 돈을 내야만 하는 곳에서, 유일하게 걱정 없이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아요.
세 번째 문장
시도해보는 장소
도서관은 아이들이 마치 음식을 맛보듯 모든 것을 시도해보고 체험해볼 수 있는 장소이다. 여기에서 연수생처럼 독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을 차츰 알아간다. 
프랑스의 어린이책 사서였던 빠뜨가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음식을 맛보듯" 무언가 시도해볼 수 있다는 비유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떤 책이 좋을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천천히 생각해볼 수 있는 연습 공간이란 사실이 기뻐지네요.
발행인의 문장
해답을 찾는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점점 답이 없는 문제가 많아 막막할 때마다 필요한 서가를 헤맸다. 여행이 간절했을때는 980번대를. 대기업이 아닌 다른 삶이 있을까? 싶었을때는 325번대를, 도서관에 대한 책이 궁금할때는 020번대를. 사용자 경험 대학원 진학을 고민할 때는 005번 대를. 일본 수필을 좋아했을 때는 834부터 838까지를. 분류 수업때 외웠던 한국십진분류법(KDC)의 제목들이 내 삶의 해답을 찾는 길잡이가 되어주었다(나는 많이 잊어버려서, 자주 가는 카테고리 외에는 대분류만 기억하는 편이다). 나는 그렇게 서가에 서서 멍하니 제목을 응시하는 것이 좋았다. 언제가 되었건, 누워있는 책들에 비해 책 표지를 볼 일은 적지만, 빼곡히 꽂힌 책등 제목과 함께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이번주에 기쁜 마음을 담아 글을 쓰다보니 글이 길어지더라구요. 첫 번째 문장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서가 되고 싶게 만들어주었던,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지금도 제가 사랑하는 동네도서관인 남산도서관 이야기입니다.
문장술사
"요즘은 멀어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한 명 한 명이 소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멀어지게 되는 관계들이 생기더라고요. 저에게 이롭지 않은 관계임에도 그간 쌓아온 정 때문에 놓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 저는 아직 이십대 초반이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보내게 될 텐데 어떻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멀어지는 인간관계에 대처할 수 있는 문장들을 추천받고 싶어요."
내가 사랑하는 그 누군가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좋은 인연을 만나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관계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지금까지처럼 내 삶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면 되지 않을까. 
-신소영,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놔주기’가 있다. 인간관계는 저마다의 생로병사 운명이 있어서 절친한 관계였다가 도중에 별다른 일이 없었음에도 자연 소멸하거나 서먹해질 수가 있다. 이때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애매한 채로 놔둘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관계의 상실을 인정할 용기가 있다면 어느덧 관계는 재생되어있기도 하다. 이러한 관계의 자연스러운 생로병사를 나는 긍정한다.
안녕하세요, 저도 사실 인간관계에 서툰 사람이라 참 조언하기 조심스럽네요.  다만, 제가 도움을 받았던 문장을 골라 보내봅니다.
위 문장은 사실 나와 맞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에 알맞는 이야기라 생각하지만, 문장이 좋아서 보내봅니다.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관계안에서 유영한다는 말이 좋더라구요.
아래 문장은 관계에는 끝이 있지, 이라고 생각했는데 관계가 재생될수도 있다는 말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문장술사 사연을 고를땐 이 문장이 꼭 맞는걸까 고민이 많이 되기도 해요. 인간관계는 제가 자신없는 분야라 더더욱 그렇네요. 그럼에도 한 단어라도 고민하시는 바에 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독자 후기
지난 번 편지와 마찬가지로, 피드백 중 게재를 허락해주신 분들 이야기를 골라왔습니다. 읽는 분들도 후기를 남기고 싶으면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능숙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는다는 말, 계속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라는 말이 너무 큰 위로로 다가왔어요. 해외 기숙사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면서 고3을 보내고 있고, 혼자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코로나 탓에 매일이 같은 일상이고, 공부도 그다지 잘하지 않는데 벌써 고3에 여기저기 애매한 재능 뿐이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보다 뒤쳐지는 것 같아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저 작은 문장들이 저한테는 너무도 크더라고요. 기숙사 특성상 항상 사람들과 붙어있다 보니 맘편히 혼자 울 수 있는 시간도 없었어요. 자꾸만 우울해지는 제 자신을 보고 난 정말 미숙하다, 남들은 안 이러는데. 나 어떡하냐. 이런 생각이 들던 찰나에 저 문장들을 보게 되어 마음이 좋았어요. 그래요, 우리 모두 처음부터 능숙한 인간이지는 않죠? 제가 답답하게 보내면서 뭐라도 해보려고 애쓰는 이 꾸역꾸역의 나날들은 필요한 거고, 제 마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대로 없어져 버리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꾸역꾸역으로 느껴지더라도, 저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 볼게요. 사실 오늘 처음 문장 줍기를 받아본 거였는데 보자마자 너무 좋았어요. 따로 다이어리에 써두려고 복사해두기까지 했어요. 이렇게 독자들의 마음에 좋은 일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요즘처럼 국경이 닫히는 시기에 타국에 있는 친구들이 문득 걱정이 될때가 있어요. 타국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스스로를 챙길 시간이 없이 이런저런 도전을 하신다니 대견합니다. 제 고3생활은 꼼짝없이 진학 준비만 하고있었는데, 프로젝트까지 하고 계시다니 마음이 바쁘시겠어요. 외롭고도 멋진 순간을 보내고 계신 분이 제게 이런 피드백을 주시다니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여담으로 그 시절 저를 돌이켜보면 저는 도전하기보단 움츠러든 사람이었어요. 제가 절대 못한다, 라고 생각해 내심 포기했던게 오히려 지금보니 사실 잘할 수 있었던 일인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독자님이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던 경험이 자신감 밑천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모쪼록 타국에 있는 스스로와 건강을 잘 챙기실 수 있길 바랍니다.
그 어느 때 보다 요즘의 저에게 힘이 되는 글뭉치였습니다. 제 다이어리에 옮겨둔 글 중에, "우리가 오늘을 살면서 하루하루의 가치가 형편없다고 생각되는 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병률, 끌림) 라는 문장이 있어요. 이 문장을 옮겨 적으며 힘을 얻었던 것처럼, 이번 문장줍기도 큰 응원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
사실 저는 끌림을 아주 예전에 읽었는지라 저런 문장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예전엔 책을 읽고 자주 잊어버렸거든요. 제가 요즘 수면시간이 아주 형편없는데, 이루지 못한 일들을 생각하느라 그랬나 싶네요. 제가 잊고 있던 문장을 전달해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마감 후기
  • 이번주 마감송은 finding hope의 플레이리스트입니다. 노래 선정으로 반려인과 신경전이 있는데 이걸 틀어두니 집이 평화롭네요.
  • 카페 재개장할때 동네 카페에서 좋아하는 메뉴를 먹는 순간을 고대했는데, 정작 그 메뉴는 없어졌대요. 좋은 건 영원하지 않을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이번주 가장 슬펐던 일이에요.)
  • 몇몇 분들은 경험해보셨겠지만, 저는 문장줍기 리뷰를 해발견하면 반드시 반응을 합니다. 하루에 한 번씩 주요 SNS를 검색하거든요. 전체공개된 포스팅이라면 제가 반드시 출몰하니, 놀라지 마세요.
  • 지난 한 주간 100분의 구독자가 새로 들어오셔서 의아하고 기쁘네요. 짐작가는 바가 전혀 없어서 어리둥절해요. 다들 어떻게 알고 조용히 들어오시는건가요? 혹시 피드백에 귀뜸해주시면 반갑게 인사드릴게요.
이번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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