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딜리버리 vol.3 
안녕하세요? 인간동물님들!*

 2022. 7. 1. 

친애하는 인간동물 여러분,

여러분께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해수의 온도를 높여주어 제가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들어주셨거든요.

저는 얕은 바다와 심해를 오고가며 플랑크톤이나 작은 물고기를 잡아 먹어요.

가끔 상어, 펭귄, 거북이가 저를 위협하기도 하지만, 여러분이 저의 포식자의 개체 수를 줄여주신 덕분에 제 삶은 좀 편해졌답니다.

인간동물님들은 이제 어떡하죠?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고 빙하가 녹아 높아지는 해수면은 여섯 번째 대멸종의 징후일 거래요.

이번 호의 제목*은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남종영, 북트리거, 2022)에서 빌려왔어요. 남종영 환경기자는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동물과 인간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과 동물을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person로 보고,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제안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의 공진화에 대해 주목하고자 합니다. 서두의 바다 동물 이야기처럼 인간동물이 우려하고 있는 온난화는 다른 누군가에게 기여한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멸종시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연에서 나는 남을 잡아먹거나 잡아 먹히기도 하고, 남이 버린 것을 내가 취하거나, 먹이를 얻기 위해 남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내가 혐오하거나 싫어하는 이들이 나를 윤택하게 해주기도 해요.


이러한 우리들이 지구라는 별에서 공존하기 위해 어떻게 연대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아래 준비한 이야기를 통해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그동안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했었던 비인간동물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천천히 생태적 감수성을 깨워볼 수 있는 시간을 함께하고자 합니다.

"피드백 설문" 링크를 통해 답을 제출하면 응모 완료!

추첨을 통해 "스토조 실리콘 텀블러"를 선물로 드립니다!


- 이벤트 기간: ~ 2022. 7. 14 (목)

- 당첨자 발표: 2022. 7. 15 (금)
(당첨자 개별 연락 예정)


 "피드백 설문" 링크는 이번 호 하단에 있습니다!

*c-lab 6.0 랩메이트 6월 활동

*c-lab의 연구 동반자, 랩메이트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c-lab 6.0 프로젝트 X 홍이현숙

*c-lab 6.0 프로젝트의 세 번째 순서로 퍼포먼스,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홍이현숙을 초청하여 관객이 주체적 수행자가 되는 집체 퍼포먼스 《12m 아래, 종(種)들의 스펙터클》7월 8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합니다. 홍이현숙은 인간-비인간의 연대와 협업, 공생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며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감각적 퍼포먼스를 통해 공진화에 대한 은유적 이야기를 펼칠 예정입니다.


지상으로부터 12m 아래, 암흑 속 70분간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c-lab 6.0 프로젝트 X 조예은

 *c-lab 6.0의 네 번째 프로젝트, 소설가 조예은의 『핑거팁 메모리』가 리서치 딜리버리에서 3개월간 연재됩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한 고민으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조예은은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2019), 『칵테일 러브 좀비』(2020), 『스노볼 드라이브』(2021) 등의 이야기를 집필했습니다. *c-lab 6.0에서 조예은은 공진화의 한 종류인 변태 공생Metabiosis을 주제로 죽은 자의 단면이 깃든 물질들과 공생하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번 리서치 딜리버리에서는 1부 「나쁜 손가락」이 공개됩니다. 앞으로 연재될 조예은의 『핑거팁 메모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날 우리는 왜 지구적 위기를 고민하고, 생태계를 다시금 상상하며, 비인간동물과의 공존 방식을 모색하도록 독려받을까요? 더 이상 ‘인간적인 것’ 안에서 인간이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없는데,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에두아르도 콘이 『숲은 생각한다』에서 '인간적인 것을 넘어선 인류학'을 제시하며 아마존 숲속에 사는 루나족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루나족은 숲속의 무수한 존재들, 동물과 식물은 물론 죽은 자와 영(靈, soul)과 같은 모든 생명-형식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들 각각의 자기성selfhood을 인지하고 감각합니다. 이들이 모든 존재가 살아있고 사고하는 자기들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즉 다른 자기들의 혼을 인식하지 않으면 그들은 숲이라는 관계망 안에서 다른 존재를 사냥할 수도, 그것들과 관계할 수도 없는 무능력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저자는 이를 '혼맹Soul Blindness' 이라고 칭하는데요. 책을 읽다 보면 아직은 인간적인 인식과 감각에 갇혀 혼맹의 상태에 놓인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외톨이가 된 듯한 느낌은 곧 '살아남음'에 대한 위기감으로 전환되어 내 감각의 변화가 절실해지기도 합니다.

발 플럼우드 Val Plumwood의 카누, 1985

1985년, 호주의 생태학자이자 활동가 발 플럼우드는 산림 보호와 연구를 위해 카카두 국립 공원을 찾았습니다. 플럼우드는 국립 공원 레인저의 부탁으로 야영하면서 새로운 산책로 개발하던 중이었습니다. 혼자 카누를 타고 강을 건너는 중, 그녀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곧 폭우 속에서 자신을 노리는 악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여기에 옮기진 않겠습니다만, 그녀는 끔찍한 죽음의 공포를 겪었고 심각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발 플럼우드가 악어의 습격을 받았을 때 타고 있었던 카누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철학이 악어의 습격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합니다. 악어에게 인간은, 그 인간이 얼마나 똑똑하든 그저 먹잇감에 불과합니다. 이 사건을 통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인간이 아니라 몸집이 작고, 언제든 잡아먹힐 수 있는 소동물로서 인간을 깨닫게 된 것이죠. 그녀는 "우리(인간)가 상호적이고 평등한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죽음을 상상하는 것이 중요한 열쇠"라고 언급합니다. 막연하고 애매한 공생이 아니라 그 위치를 다시 상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극곰, 벵갈 호랑이, 코끼리, 범고래의 먹이가 된 나, 아니 먹이가 된 나의 친구들과 가족을 상상할 수 있나요? 인간을 생태계 안에 위치시킨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재조정의 과정을 동반할 것입니다. 정말로 우리가 연대와 공존을 원한다면 말입니다.

《파리는 노란색을 좋아해 Flies Prefer Yellow》, KADIST 샌프란시스코, 2014

《파리는 노란색을 좋아해》는 파리와 무척이나 친밀해 보이는 제목, 그리고 노란 배경 앞 다채로운 채집기들의 변주로 즐겁고 유쾌한 감상을 자아냅니다. 전시장의 다른 한쪽에서 관람객은 각각의 유리병에 담긴 수많은 곤충의 사체를 발견하게 되는데, 한편에서 느낀 시각적 즐거움은 금새 불편하고 찝찝한 감정으로 변하게 됩니다.


"과연, 노란색을 좋아하는 주체는 파리가 맞을까요?", "파리는 정말 노란색을 좋아할까요?", "인간이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다양한 덫은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할까요?", "해충과 익충, 혐오는 누가, 왜 만들어낸 것이죠?"


곤충이 빛이나 특정 색, 소리 등에 이끌리는 것은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습성은 오늘날 인간과의 공존 속에서 죽음을 부르는 생존 방식이 되었습니다. 날벌레는 곤충 살해(?) 의도가 없이 만들어진 가로등 불빛에 타 죽기도 하고요! 만일 인간 및 인간이 만든 환경에서 공진화한 벌레들이 자신의 오랜 습성을 버리고 새로운 생존방식을 찾게 된다면, 지구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우리는 이들과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게 될까요?

<씨스피라시 Seaspiracy>, 2021


씨스피라시는 바다sea와 음모conspiracy의 합성어로 해양 생태계가 직면한 위기와 위협 요인을 다루고 있는 환경 다큐멘터리에요. 해양 쓰레기로 발견되는 플라스틱의 대부분이 어망과 어업 도구인 것을 알고 계시나요? 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은 바다를 통해 지구의 최남극단 빙하에서도 발견됩니다. 또한 어류의 포획량을 늘리기 위해 상위 먹이사슬인 상어와 고래를 대량 학살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인간이 먹을 어류의 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인간 동물을 죽이는 게 과연 맞는 걸까요? 우리는 비인간동물들과 함께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나누고 공진화하면서 살아가야 할까요?

  이미지 출처 👀 

에두아르도 콘, 『숲은 생각한다』 표지 이미지, 알라딘 홈페이지: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5518386
② 발 플럼우드의 카누 사진, Jason McCarthy, National Museum of Australia 공식 홈페이지: www.nma.gov.au/explore/collection/highlights/val-plumwood-canoe
《파리는 노란색을 좋아해》 전시 이미지, ICZ (Institute of Criticcal Zoologists) 공식 홈페이지: www.criticalzoologists.org/flies/index.html
④ <씨스피라시> 표지 이미지, 넷플릭스 홈페이지: www.netflix.com/kr/title/81014008

읽기 자료 👀 


① Val Plumwood, 『The Eye of the Crocodile』, 2013 (링크)

② 《파리는 노란색을 좋아해》 전시 상세 정보, KADIST 공식 홈페이지 (링크)

🍋 : 인류가 급속도로 변화시킨 지금의 생태계와 우리가 다시 공진화 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겠지?)

🍎 :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손가락이 있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만져보고 싶나요? 

🍯 : 우리는 너무 디즈니적 감수성에 길들여 졌어. 라따뚜이가 해 준 요리, 정말 먹을 수 있어?

🔊 : 자기 중심적인 인간동물들 때문에 고통받는 비인간 존재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 : 지상으로부터 12m 아래, 암흑 속 퍼포먼스를 통해 혼맹의 상태에서 벗어나 보세요!

👀 : 플렉시테리언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날이 올지도?!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에는 코리아나미술관의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합니다. 저희와 함께 나누고 싶은 자료를 c.lab.coreana@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자료는 이후 발송될 리서치 딜리버리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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