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을 처음으로 쓸기 시작한다. 장마 기간에 흐르는 물을 따라 낙엽이 배수구를 막을 것이 염려되어 부지런히 하다 보니 이내 습관이 되어버렸다. 하루가 지나면 죽은 벌레와 거미 그리고 번데기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단단한 껍질 속 은신처에서 성장 후 버려진 껍질들은 곧 나의 지난 챕터. 어딘가로 날아간 생명체들의 다음 챕터를 응원하며 생각난 재료는 ‘거즈’. 거즈는 연약해진 피부 위에 얹힌다. 거즈는 보호막이지만, 단절이 아닌 정제된 연결을 의미한다.” (최경주, 작가노트 중에서)

사진. 이지연
팩토리와는 이미 다양한 역할과 관계 안에서 함께 해 온 최경주 작가가 팩토리2에서 개인전 <점점이 비치는 붉음>을 엽니다. 작가는 평소 일상 속 작은 사건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다층적인 내면의 구조를 중첩한 레이어에 정제된 기호를 포개어 표현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지요.
이번 전시에는 최근 작가가 서로 다른 곳에 위치했던 작업실과 주거공간을 한 공간에 모아 재구성하면서 느낀 것을 담담하지만 치열하게 다양한 매체로 기록한 것을 선보입니다. 
최경주 작가는 미취학 아동 시절, 즉 모국어가 자리 잡히기도 전에 가족이 영국으로 이주하며 보냈던 몇 년, 그리고 20대 초반 갓 성인이 되어 미국이라는 낯선 곳에서의 몇 년의 시간을 가진 바 있습니다. 매우 이질적인 문화를 중요한 성장 시기에 보내는 시간을 반복하며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에서 언제나 이방인을 봅니다. 이번 전시는 ‘이사’라는 사건을 기점으로 마주한 낯선 공간에서 자신만의 (작업)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새로운 도약을 마주한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를 살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 전시
팩토리2의 1층에는 수십 장의 드로잉으로 구성한 애니메이션 영상 <mind map>, 낯선 공간에서 마주한 강박을 표현한 <그리드 드로잉> 30점, 적응을 위한 새로운 행동과 관점을 대입하며 제작한 오브제 <포자>, 그리고 공간 속 작가의 물리적/정신적 소통방식을 '거즈'로 표현한 <반투명 벽> 6점 등이 전시됩니다.

✉️ AP 팝업스토어 오픈!
2층에서는 최경주 작가의 프린팅 레이블인 아티스트프루프(Artist Proof) 팝업스토어가 2022.9.16(금) ~ 9.25(일) 동안 열립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전시에 선보이는 작업을 비롯해 프린팅 프로덕션 스튜디오 SAA와의 협업을 통한 팩토리 에디션, 현재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아티스트프루프의 작업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사진. artistproof 인스타그램
✉️ 연계 기획 공연 
이번 전시를 위해 초대한 밴드 ‘만동’은 <점점이 비치는 붉음> 공연을 엽니다! 본 공연은 동명의 최경주 개인전 <점점이 비치는 붉음> 전시공간에서 진행됩니다. 전시된 작품과 밴드 연주의 중첩은 그 자체만으로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사진. 만동 제공
일시  2022.9.17(토) 저녁 8시 
장소  factory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예매  2만원, 30명 한정 (팩토리2 인스타그램으로 예매 오픈 예정)
* 꽉찬 움직임이란 뜻의 ‘만동’은 기타, 드럼, 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된 장르적 경계와 구분을 넘나드는 밴드이다. 2022년 초 발표한 정규 2집 앨범 [BIG SUN]은 장르적 문법을 드러내고 감추며, 규칙과 무규칙 사이에서 대화한다. 듣기 편하면서도 흥미로운 작품으로 완성된 이번 앨범을 통해 만동의 추상화적 작법이 즐비한 색채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최근 나는 스스로를 낯선 환경에 놓으며 마주한 양가적인 심상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들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보면 베케트의 고백처럼 투명하게 드러나 버린 나의 정체성을 보는 듯했다. 이번 전시는 낯선 환경 속에서 나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나만의 언어, 잠재되어 있던 새로운 나의 모습들이 켜켜이 올라오면서 느낀 당혹감과 반성, 그리고 그 정체성의 주변을 살펴온 여정과 각 단편을 모아 기록한 것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사진. 정해민
최경주
최경주는 일상 속 작은 사건에 반응하는 과정 속에서 다층적인 내면의 구조를 중첩한 레이어에 정제된 기호를 포개어 표현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아티스트프루프(Artist Proof)는 작가가 2014년 론칭한 프린팅 레이블로 다양한 장르, 작가,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전시명  점점이 비치는 붉음 
작가  최경주 
장소  factory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기간  2022.9.2(금) 오후6시- 9.25(일), 화 - 일요일. 11 - 19시 (월요일 휴관) 
진행 김보경, 이경희, 이지연 
그래픽디자인  김보경 
설치도움 손정민
주최 팩토리2(factory2)

지난봄 작은 씨앗을 받았습니다. 씨앗이 마르지 않도록 이따금 수분만을 보충한 거즈 위의 씨앗은 금방 떡잎을 내놓았고, 이내 작은 화분에 옮겨주어도 될 만큼 새싹이 올라왔습니다. 여름 내내 이 작은 화분에서 우리 가족은 셀 수 없이 많은 바질잎을 수확했지요. 이 화분을 보며 최경주 작가를 떠올렸습니다. 자신만의 (작업) 언어를 찾기 위해 쉼 없이 바깥의 것들을 한껏 흡수하고 참으로도 착실하게 그 결과를 내어놓는 작가의 사이클이 이 화분가 닮았거든요.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하며 최경주 작가가 새로이 심은 씨앗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그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로,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궁금하신 분은 팩토리2로 걸음해주세요!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보경, 이지연
디자인 김보경
에디터 뫄리아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