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지구를 ‘가이아 2.0’으로 진화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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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14. 오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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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구를 거대한 ‘자기조절 유기체’로 보는 가이아 가설

40여년 만에 업그레이드 버전 <사이언스>에 실려

“인간에 의해 의식적 자기조절 가능한 새 단계로”



아폴로 17호에서 본 지구. 미항공우주국(NASA) 제공
생물과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스스로 조절되는 유기체로서의 지구 ‘가이아’가 인간에 의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는 주장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영국의 화학자이자 발명가인 제임스 러브록이 1970년대 ‘가이아 가설’을 제안한 지 40여년 만에 다른 연구자에 의해 업그레이드 버전이 제안된 셈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이름을 딴 ‘가이아 가설’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들과 대기권, 대양, 토양 등 무생물까지 모두 포함한 전체 지구를 자기조절 기능을 갖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본다. 이 가설에서 인간은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생물과 함께 지구를 35억년 동안 생명체 존속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시켜 온 자기조절 시스템의 일부인 셈이다.

영국 엑서터대학 지구시스템연구소 소장인 팀 렌턴 교수와 과학인문학의 창시자로 유명한 과학사회학자 브뤼노 라투르 파리정치학교 교수는 사이언스에 공동 발표한 글에서 지구를 인간세(Anthropocen)로 불리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게 만든 인간과 기술의 진화가 가이아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이아의 자기조절 기능은 지금까지 스스로 예측이나 계획함이 없이 작동해 왔으나 인간이 기후변화와 같은 자신의 행동이 지구에 끼치는 결과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의도적 자기조절이 언제든 가능해졌거나 이미 진행중인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렌턴 교수 등은 이런 변화가 근본적으로 새로운 상태의 가이아를 구성한다고 주장하며, 그런 상태를 ‘가이아2.0’으로 명명했다.

이들은 지구가 인간에 의해 새로운 종류의 자기조절이 가능한 단계로 진입한 것이 궁극적으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면서도 그 미래를 밝게만 보지는 않았다. 인류 대부분이 여전히 인류세 진입에 무관심하고 심지어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런 이유다.

렌턴 교수는 엑서터대학이 낸 설명자료에서 “우리가 증가하는 인류를 위해 더 나은 세계를 창조하려 한다면,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의존하는 더욱 순환적인 경제를 만들며 우리 삶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에 끼치는 인간의 영향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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