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라돈사태'…생활 속 방사능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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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방사능 공화국②]라돈 침대 600개 수거 중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이 발발하면서 일본 후쿠시마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대규모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일본 관측사상 최대규모의 지진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과거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은 7등급 원자력 사고가 됐고, 여전히 사고 수습은 진행 중이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시식하고 사탕으로 입가심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사히신문 캡처

대한민국에서 방사능은 언제나 민감한 문제다. 방폐장 안전관리부터 라돈침대 등 생활방사능에 이르기 까지 우리는 방사능의 위험 속에 살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와 핵폭탄에 국한돼있던 방사능이 이제 우리 생활로 침투하며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라돈 침대, 방사능 위협이 생활로 들어오다

올해 한국을 뒤흔든 라돈침대 사태는 우리 생활 속에 방사능에 대한 위협을 일깨워주는 하나의 지표가 됐다. 우리가 매일 자고 일어나는 침대 속에 생각지도 못했던 방사성 물질이 있었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다.
 
지난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에 사실상 적합판정을 내렸다가 5일 만에 대진침대 제품의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를 최대 9배까지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원안위가 1주일도 안 돼 이를 뒤집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원안위가 중간 조사 발표 5일 만에 상반된 결과를 내놓은 것은 방사선 피폭에 대한 안전 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다.

라돈은 WHO(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무색무취의 기체 형태 방사성물질이다. 원안위의 검사를 통해 우리가 쓰고 있는 침대 매트리스와 스펀지에서 방사성물질이 다량으로 검출된 것이 확인됐다.

라돈 침대 파동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고통은 길어지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발표한 환경성 질환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라돈 침대의 실제 건강피해가 우려되는 위험인구가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라돈침대 수거 아직도…끝나지 않은 라돈사태

라돈침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추석 연휴 전까지 ‘라돈침대’ 전량 수거를 약속했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약속과 달리 아직도 라돈침대 600여개를 수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집단소송 청구액이 520억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만, 이렇다할 피해자 구제 방안도 없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김성태(비례대표)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원안위의 라돈침대 수거 현황에 따르면 수거 대상 약 6만8000여개 중 미수거량이 600여개(지난 1일 기준)에 이른다. 미수거량은 대진침대·까사미아 제품 각각 500여개, 90여개 등이다.
지난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열린 ‘생활방사능 119 전국 캠페인’ 발족 기자회견. 이재문 기자

특히 원안위의 미수거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원안위는 지난 8월 초 7000여개라고 했던 미수거량은 8월 말 9000여개로 늘었고, 9월 중순에는 다시 2만여개라고 정정했다.

또 피해자들의 총 청구액은 5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체적 피해 소송건수와 환불 소송건수는 각각 600여건, 5000여건이다.현재 피해자들은 피해 질병 인정 범위를 폐암뿐 아니라 폐질환과 백혈병, 갑상선, 피부질환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활 속 방사능…정부 대응은 ‘지지부진’

원안위 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7년까지 40~60t의 방사성물질인 ‘모나자이트’가 수입됐다. 이 물질은 66개 업체의 95개 제품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 자료에 따르면, 방석·베개·소금·입욕제·정수용 맥반석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생활용품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침대 매트리스 이후 방사성물질을 사용한 베개와 친환경 업체 제품 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지난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라돈 검출 침대 2차 조사 결과 발표. 연합뉴스

특히 라돈사태로 인해 원안위의 관리 소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07년 방사능 온열매트 사태를 계기로 2012년 ‘생활 주변 방사능 안전관리법’이 제정됐지만, 방사능 원료물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나자이트 수입업체는 한 곳이고, 납품한 회사는 50여개에 불과하다. 모자나이트는 라돈침대에서 검출된 1급 발암물진인 음이온 파우더의 원료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6월 논평을 내고 원안위가 모나자이트의 수입과 유통 현황을 관리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부장은 “원안위는 단순히 대진침대에 사용한 모나자이트 양만 발표했다. 국내로 수입된 양이 얼마나 되고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 알 권리와 제2의 '라돈 침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수입업체와 모나자이트 유통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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