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북 뉴스레터
코로나19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도전이라며 우리보다 한 발 늦게 혼돈에 빠진 이웃나라들을 바라보는 심경이 착잡합니다. 각자도생에 빠진 듯 화장지 한 롤에 목숨을 거는 저들의 모습도 참담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재난 속에서 사람들은 때로 숭고하게 빛나기도 한다는 것을요. 재난사회학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상실과 박탈감 속에서 서로를 돕고 보살피며, 개인과 집단이 서로 얽혀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고 말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사IN>은 매주 금요일 '주말에 뭐 읽지'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세상과 연결된 감각을 되살리는 데 소개된 책들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여자에게는 가마솥이 따로 필요 없다.
지역사회에 퍼뜨릴 독약을 자기 몸속에서 제조하는 까닭이다."
타코마 타임스, 1915년 4월 6일자 

위험한 요리사 메리

수전 캠벨 바톨레티 음 / 곽명단 옮김
돌베개 펴냄

지난 2년간 김승섭 교수(고려대 보건과학대학)와 아홉 차례 긴 글을 ‘섞었다’. 그가 첫 원고를 보내며 내게 한 당부는 하나였다. “교수라는 직업이 무서운 게 사람들이 저한테 틀렸다는 지적을 잘 안 해요. 그러니까 마구마구 말해주셔야 해요.” 그는 무자비한 수정 요청을 받고도 “글이 훨씬 예뻐졌어요!”라고 감탄하곤 했다.  

〈위험한 요리사 메리〉는 ‘차별당하는 몸’을 주제로 쓴 김 교수의 마지막 원고(〈시사IN〉 제652호 ‘당신은 정상인입니까, 그럼 특권층입니다’ 기사 참조)를 논의하는 동안 언급됐던 책 중 하나다. “바이러스가 정말 평등한가요? 이민 여성만 격리당하고 낙인찍히고 고립돼서 죽게 되는 역사를 다룬 책이 있어요.” 글을 쌓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며 다듬는 동안 메리 이야기는 결국 빠졌다.

아일랜드계 이민자인 메리 맬런은 20세기 초 미국 뉴욕 상류층 가정에서 인정받던 가사 노동자였다. 그의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자꾸만 아팠다. 조사 결과 메리는 미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건강 보균자’였다. 그 자신은 건강했지만 24명에게 장티푸스를 옮겼다. 메리는 공중보건과 인권이 충돌하는 틈새로 미끄러진다. 여성이자 저임금 노동을 담당하는 이민자로서 중첩된 차별을 경험한다. 변복과 가명을 사용하며 격렬히 저항했지만, 결국 26년간 격리병동 생활 끝에 숨진다.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의 메리들’이 떠올랐다.

김 교수는 이번 학기 수업 중 코로나19가 드러낸 인종·장애·지역 낙인에 대해 한 번은 다루고 싶다고 했다. 나는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그 내용으로 인터뷰를 하자고 부추겼다. 연재를 수락할 때와 마찬가지로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 대중을 상대로 한 사회역학자의 말과 글이 필요할 때 그가 〈시사IN〉을 찾으리라는 것도 안다.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혼자 살기는 싫습니다.
친구와 함께 살더라도 결혼을 할 때 누리는 주거, 대출, 의료보장 등 
최소한의 기본 권리를 누리고 싶습니다.
더이상 외롭지 않고 싶습니다.
같이 사는 즐거움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황두영 지음 /  시사IN북 펴냄

시사IN북 신간 <외롭지 않을 권리>에서 소개한 생활동반자법의 핵심을 씨리얼 C-Real 에서 영상으로 다루어주었습니다.

"제가 읽고 싶은 책이 세상에 없으면, 본인이 써야 한다고... 기다리다가, 내가 하자, 이렇게 된 거죠. 하하하"

황두영 작가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진선미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며 생활동반자법, 투표시간 연장법안, 소라넷 폐지 등을 기획했습니다. 그는 국회에서 처음으로 생활동반자 명칭을 만들어 제안하고, 생활동반자법 법안을 구상했습니다.

"합리적으로 만나, 헤어질 때에도 둘 사이의 권리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법적인 인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외로움이 사회적 질병으로 떠오른 시대, 돌봄 공백을 메울 사회적 대안으로 생활동반자 관계가 왜 필요한지, 생활동반자법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담은 책. 

지금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도덕경제학
새뮤얼 볼스 지음, 최정규·박용진·전용범 옮김, 흐름출판 펴냄  

“정치적 자유주의가 되살아나려면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합니다.” 

진화게임이론을 접목시켜 경제학의 지평을 넓혀온 대가 새뮤얼 볼스의 신작. 인간이 이기적이고 도덕에 무관심하다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저자는 이걸 ‘호모 이코노미쿠스’라고 부른다)을 뿌리부터 해체하는 시도. 

우리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일 때도 있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도덕이 우리의 선택을 안내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둘 사이의 긴장과 중첩을 직시해야 인간의 선택을 제대로 이해하고, 진정한 경제학의 토대를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는 데 30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학문 여정 초창기부터 관심을 가졌지만, 이 질문에 답하려니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고. 청년 시절부터 품어온 도전 과제에 노대가가 내놓는 답.
 
이끼와 함께
로빈 월 키머러 지음, 하인해 옮김, 눌와 펴냄  

“세상은 이미 아름답지만 가까이 보면 더 아름다울 것이라는 직감이 든 순간이었다.”  

이끼를 보려면, 보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식물생태학자인 저자는 이끼로 덮인 통나무에 다가갈 때마다 원단 가게에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색이 어두운 꼬리이끼속 모직과 금빛 양털이끼속 천과 반짝이는 초롱이끼속 리본도 있다.’ 

그는 이끼를 관찰하는 행위가 시각을 넘어 청각의 영역에 가깝다고 말한다. 멀리 떨어진 소리를 들으려면 집중력을 발휘하고 소음을 걸러내야 하는 이치와 비슷하다. 이끼 잎의 가장자리도 그저 아무렇게나 불규칙한 게 아니다. 커다랗고 거친 이빨 무늬는 ‘이빨형 톱니’, 톱날 무늬는 ‘뾰족한 톱니’, 이빨이 작고 고르면 ‘작은뾰족한 톱니’, 테두리를 따라 술이 달렸다면 ‘가는털 톱니’ 등으로 부른다. 세심하게 바라보면 섬세한 세상이 펼쳐지는 법이다.
 
가짜 뉴스의 고고학
최은창 지음, 동아시아 펴냄  

“더 이상 언론만이 뉴스 정보를 공급하지 않는다.”  

‘가짜 뉴스’ 입장에서 본 미디어 생태계를 분석했다. 그동안 가짜 뉴스라고 하면 소셜 미디어나 언론계 내에서 어떻게 유통되고, 공론장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위주로 조명되었다. 그러나 온라인상의 클릭 미끼부터 음모론, 정치 광고까지 가짜 뉴스는 이미 우리 세계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짜 뉴스에 제대로 대처하고 싶다면 그 뿌리를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고고학’이라는 제목을 붙인 만큼 로마 시대부터 매스미디어 시대를 지나 소셜 미디어 시대를 아우른다. 가짜 뉴스가 트럼프를 당선시켰을까? 광우병 보도는 가짜 뉴스였나? 댓글 조작은 효과적이었을까?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가짜 뉴스가 생존해온 메커니즘을 확인할 수 있다.

SF 작가입니다
배명훈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SF를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전공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국제정치학이다.”  

〈타워〉 〈안녕, 인공존재!〉 등 꾸준히 한국 SF 소설을 발표해온 배명훈 작가의 첫 에세이다. 

SF 작가로 사는 것은 많은 질문을 받는다는 것이다. 왜 외교학과를 전공하고 SF 작가가 되었는지, 다른 소설도 아니고 왜 하필 SF 장르였는지, 그리고 SF란 무엇인지….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작가는 “SF는 종종 딴 세상에 존재하는 글로 여겨진다”라고 느낀다. SF 작가는 존재하는 실물이다. ‘딴 세상 사람들의 이 세상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유다. 

이 책은 ‘한국에서 SF를 쓰며 전업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담았다. 그가 풀어놓는 개인 체험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SF가 ‘이 세상 이야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뉴스를 술술 읽어내리고 싶은데 시사용어부터 막힌다고요?
못 읽은 시사IN이 어릴 적 밀린 학습지처럼 쌓이고 있다고요?

새로운 생활습관이 몸에 배게끔 뇌의 회로가 바뀌려면 100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고립시켜야 하는 시대.
하루 한 편 기사 읽기를 통해 뉴스의 맥락을 읽는 안목을 키우면서 우리들의 생각과 생각을 연결시켜 보면 어떨까요?

코로나19 시대, 시사IN이 제안하는 방구석 읽기 모임은 3월23일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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