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싱어게인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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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지난 주 편지에 TV를 자주 본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오늘도 TV 프로그램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실 요새 푹 빠져 있는 프로가 하나 있습니다. 싱어게인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제 막 5회가 방영된 프로그램입니다. 

무명가수들의 오디션이라는 컨셉으로 가수들이 자신의 이름 대신 ‘1호', ‘2호'처럼 번호를 달고 나와서 노래를 부릅니다. 얼굴은 모르지만, 우리가 모두 다 아는 노래를 불렀던 가수가 나와서 놀라움을 주기도 하고, 얼굴도 노래도 모두 알지만 기억 속에 잊혔던 가수가 나오기도 합니다. 

개인이나 팀으로 출전하여 온 힘을 다해 노래를 부릅니다.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은 다음 라운드에 오릅니다. 다음 라운드에 오른 사람들끼리 팀을 이루어 팀 대결을 하기도 하죠. 얼핏 보면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싱어게인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3.2%로 시작한 시청률이 지난 회에서는 7.5%까지 올랐습니다. 최근에 끝난 쇼미더머니 시즌9의 시청률이 1%대를 기록하다가 마지막회가 되어서야 겨우 2%를 넘은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시청률입니다. 

싱어게인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아마도 방송 전반에 흐르는 ‘선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은 창피하지만 싱어게인을 보면 울컥할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울기도 합니다. 참가자들 간의, 심사위원과 참가자들 간의 모습에서 ‘선한 마음’이 느껴지는 모습을 보면 울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방송에서 선한 마음을 전달하고 있는 요소는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번째 요소는 싱어게인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다시 노래하고 싶어하는, 그러니까 무척이나‘절박한'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던지고 알리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서로 헐뜯고 경계하기보다는 응원하고 지켜주려 하는 모습마저 느껴집니다. 

게다가 싱어게인 참가자들은 대부분 기본 이상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듣고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은 다를지언정, (적어도 제 기준에) 들어주지 못할 수준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TV에서 눈을 떼기 힘듭니다. 다음 참가자는 과연 어떤 노래를 부를지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요소는 혼내거나 화내는 심사위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20대부터 5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심사위원들은 사실 심사를 하기 보다는 참가자들의 공연을 즐기는 편입니다.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거나 축하하거나 격려할 따름입니다. 황홀감에 젖기도 하고 참가자들의 실수에 진심으로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심사위원이라기보다는 수준 높은 전문 관객에 더욱 가까운 느낌마저 들기도 합니다. 집중하느라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거나, 감동적인 공연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흥겨운 노래에는 환호로 답하기도 합니다. 요즘 시기에 쉽게 느끼기 어려운 ‘진짜 감정'을 뿜어내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순수하고 진정성 담긴 감정이 TV를 시청하는 우리에게도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은 편집입니다. 흔히 말하는 악마의 편집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경연 결과를 한참 뒤에 발표한다거나, 억지로 대결구도를 만든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과도한 방송 편집은 말초신경을 자극해 궁금증을 극대화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하는 선한 마음을 극대화하기는 어렵습니다. 

특정 참가자의 이야기를 길게 인터뷰하여 서사를 부여하는 과정도 없습니다. 싱어게인에서는 그저 참가자들이 노래할 때 만들어 내는 몸짓과 목소리를 최대한 보여줍니다. 심사위원들의 집중하는 표정과 환호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편집하는 제작진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참가자, 심사위원,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편집. 세가지 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져 요즘 우리가 만나기 힘든 ‘선한 마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싱어게인이 보여주고 있는 ‘선한 마음’이야말로 수개월째 우리 삶에서 찾아보기 힘든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많은 분이 싱어게인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꼭 싱어게인을 보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사실은 싱어게인이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싱어게인에서 보여주는 ‘선한 마음'을 내가 그리고 님이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춥고 긴 겨울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한 마음'이야말로 요즘 시기를 이겨내기 위한 가장 좋은 준비물이 아닐까 싶네요. 

선한 마음 가득한 일요일 저녁, 그리고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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