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에게 드리는
#12 열두 번째 화요일 이야기 
(2020. 10. 06)
🍂
그리운 것들
_이은애 편집자

♬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에드 시런-Supermarket Flowers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는 그리움이란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입니다. 저는 그리운 것이 참 많습니다. 

이십여 년 전 어느 여름, 새로 산 원피스 수영복을 매일 입고 싶어 수영복을 입고 집 앞 골목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탔었습니다. 가을이면 아빠와 동생과 함께 잠자리채를 들고 시골길을 걸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엄마가 거실 벽에 걸어준 알록달록 전구에서 흘러나오는 캐럴을 들으며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렸습니다. 젊은 부모님과 어린 제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학창 시절 교실의 냄새, 운동장에서 바라보던 노을 지는 하늘, 야간자율학습 시간 살짝 열린 창문으로 불어오던 서늘한 바람,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함께 살 때 부모님이 당연하게 챙겨주셨던 식사, 먹을 것을 찾아 자주 담을 넘어오던 누런 고양이도 그립습니다. 

그중 제일 그리운 것은 초등학생 때부터 함께 살았던 할머니, 할아버지 존재입니다. 

도어 록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가족 모두가 열쇠를 가지고 다녀야 했습니다. 하루는 열쇠를 놔두고 외출을 했다가 돌아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할아버지가 근처에 계실 것 같아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했고, 할아버지는 곧 가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당시 잘 걷지 못하셨던 할머니는 보행 보조기에 의지해 천천히 걸으셨고, 할아버지는 그 옆에서 묵묵히 걸음을 늦춰 걷곤 하셨습니다. 

그래서 태어나 처음 보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뛰는 모습을. 할아버지는 손녀가 기다릴까봐 할머니를 제쳐두고 저 골목 끝에서 헐레벌떡 뛰어오고 계셨습니다. 

그때 뛰어오시던 할아버지의 표정, 두 다리, 문을 열어주시던 주름진 손, 많이 기다렸냐고 물으시던 목소리가 너무 그립습니다.

한겨울, 시장에 가셨다가 저와 함께 먹으려고 붕어빵 한 봉지를 가슴 속 깊이 품고 오셨던 할아버지의 따뜻한 품이, 제 생일마다 책상 위에 올려두셨던 용돈 봉투 속 할아버지의 글씨가 그립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서울에 취업해서 집을 떠나는 저에게, 가지 말고 함께 살면 안 되냐고 물으셨던 할머니의 가는 목소리가,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빨리 내려오라고 하시던 휴대폰 속 할머니의 빼빼 마른 얼굴이 진심으로 그립습니다.

그리운 기억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들은 문득 문득 마음 위로 떠오릅니다. 어떤 기억은 미소가 지어지지만, 어떤 기억은 마음이 욱신거립니다. 이번에는 제가 먼저 그리운 기억들을 꺼내 보았습니다. 때로는 고백만으로 위로를 받기도 하니까요.
🍂
레터를 읽음으로써 
저에게 위로를 건네주신 좋은님, 
고맙습니다. 

좋은님은 지금 무엇이 가장 그립나요? 

코로나-19로 오늘 당연한 것이
내일 그리워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소중한 하루를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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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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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더 알찬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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