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을 앞에 두고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라 떨리네. 먼저 시민에게 소개 부탁해

호준🐸: 안녕, 나는 노무현장학생 유호준이야. 경기도 남양주에 살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건설회사 다니는 회사원이었는데 지난달 퇴사해 지금은 경기도의원에 도전하고 있어.

상훈🦊: 나는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에 살고 있고, 2014년에 노무현장학생이 됐어. 얼마전 큰 도전을 했다가 지금은 마무리를 하고 있어. 두 달 뒤면 취업준비생이 될 예정이야.

효민🐶: 나는 경기도 의정부에 살다가 지금은 대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노무현장학생 문효민이야. 언론을 공부하며 글을 쓰고 있고, 통일과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아.

경기도, 대전, 경상남도... 살고 있는 지역이 다양하다. 다들 지역 불평등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 

상훈🦊: 두 사람 소개를 듣고 궁금해진 건데 경기도는 지역 불평등이 거의 없지 않아?

호준🐸:  난 소멸 예정인 지역에 경기도 동두천시가 언급된 걸 보고 엄청 놀랐어. 고등학교를 동두천에서 나왔는데, 이땐 동두천이 굉장히 발전하고 있는 도시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요즘 보면 수도권 외곽 도시 청년들이 계속 서울로 가고 있어. 어차피 통학이나 출퇴근은 서울로 해야 하고, 교통비와 이동 시간을 생각하면 월세를 동두천에서 하나 서울에서 하나 비슷하거든.

상훈🦊: 경기도 이야기는 김해 사람 입장에서 되게 새롭게 들린다

호준🐸: 지금 살고 있는 남양주도 인구는 계속 늘고 있지만, 서울의 위성도시로 전락해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 50분 동안 버스를 타고 우선 청량리나 잠실로 간 다음 거기서 또 어디론가 이동해야 하는 거지. 경기도민만이 느끼는 박탈감이 있어. 

효민🐶: 나는 춘천과 대전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대외활동 같은 걸 하려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 했어. 그나마 부모님이 의정부에 살고 있어서 할 수 있었지. 대전이나 춘천에 사는 친구들은 엄두도 못 내.

살면서 지역 불평등을 실감하는 순간이 있어?

호준🐸: 경기도에 살면 아무래도 출퇴근이지. 서울로 출퇴근 할때 한 시간은 기본, 길이 막히는 거나 지하철이 지연될 걸 생각하면 한시간 반은 잡아야 하거든. 나는 학교다닐 때 자전거로 간적도 있어.

상훈🦊: 김해에선 40분도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는데.

효민🐶: 나는 아직 대학생이다 보니까 지역거점국립대가 위기라는 게 정말 심하게 느껴져. 내가 다니는 충남대학교만 해도 다른 학교와 통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까. 입시 커트라인이 계속 떨어지니 학생들은 점점 더 안오고, 결국 모두 인서울 대학에 들어가는 게 목표가 되는 거야. 나도 충남대에 편입한다고 하니까 왜 수도권 대학 안가냐고 타박을 엄청 들었어.

호준🐸: 지금도 지역 어르신들은 SKY라 불리는 대학 빼고는 부산대, 경북대 같은 지역거점국립대학교를 최고로 치더라. 

효민🐶: 대전에서 대학 다니는 친구들은 다 졸업 후엔 서울로 갈 거라고 말해. 지역에서 경력을 시작하면 계속 지역에 남게 되니 차라리 서울의 제일 작은 회사에 가란 얘기도 나와.

상훈🦊: 정치도 마찬가지야. 서울은 지역구 갑의 국회의원 경쟁자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 내가 나가기 힘들면 주소를 옮겨 같은 지역구 을에서 출마하는 게 가능해. 하지만 경남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니면 완전히 다른 동네로 가야 하는데, 거긴 연고가 전혀 없으니 아무래도 어려워.

지역 불평등의 핵심은 뭘까?

상훈🦊: 결국 일자리 아닐까? 지역에 임금, 복지가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굳이 떠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청년 정책도 지역에 청년이 남아 있어야 가능해.

효민🐶: 나도 좋은 일자리. 의외로 지역에서 태어나 살아온 친구들은 그 지역을 엄청 사랑하는 경우가 많아. 나는 의정부에서 오래 살았으니까 서울을 바라보는데, 대전이나 전주 사는 친구들은 거기 계속 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더라. 다만 거기서 돈을 벌 수 없으니 나오는 거지.

호준🐸: 난 문화자본. 수도권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혁신도시를 되게 많이 만들었잖아? 그런데 그곳에 가보면 그 기관 임직원들을 위한 도시로 느껴지지 그 혁신도시가 지역과 조화를 이룬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 아이들이 최소한의 문화는 누리며 사는 도시를 만들었으면 좋겠어.

상훈🦊: 진주가 대표적인 경우야. 이 사람들이 지역에 터를 잡고 그 경제적 효과를 누리기 위해 만들었는데, 정작 이들의 주소지는 진주에 없어. 그러고 보면 지방은 사소하게 즐길 거리가 정말 없어. 서울은 한강이나 홍대 같은 곳에 버스킹 공연 문화가 있잖아? 나는 김해 살면서 버스킹 장소라고 본 곳이 한 군데도 없어. 김해도 나름 50만 도시인데 말야.

효민🐶: 청년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상훈🦊: 그런 것도 있을 거야. 지방대는 문화예술 관련 학과들이 대부분 사라졌어. 서울과 경쟁하기 위해 취업이 잘 되는 과만 남기다 보니 프리랜서의 비중이 높은 문화예술 전공은 도움이 되지 않는 거지. 옆동네 100만 도시라는 창원도 상남시장이라고 굉장히 큰 번화가가 있는데, 여기에 자유롭게 버스킹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적이 있었어. 한 6개월 지났나? 공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여기까지만 할게.

이번엔 조금 어려운 질문을 해볼까. 노무현 대통령이 균형발전을 말한지도 20년이 지났어. 만약 세 사람이 여기에 대한 정책을 만든다면 어떤 걸 해보고 싶어?

상훈🦊: 내 1호 공약이 뭐였냐면 부울경 메가시티 연립 대학원 설립이었어.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첫 번째 이유는 학업이거든.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로 가는 거지. 그래서 부울경 메가시티 연립 대학원이란 걸 세워서 여기서 교육받으면 서울 가는 것만큼의 교육을 제공해 주겠다는 게 내 1호 공약이었어.

호준🐸: 난 공공의료에 관심이 많아. 경기도의 문제점은 사람들이 다 서울로 간다는 거야. 병원이 대표적인 경우지. 경기도 곳곳엔 2차 병원 수준의 공공의료원이 많은데, 이걸 거점별로 묶어서 몸 아픈 노인들이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원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

효민🐶: 둘은 되게 구체적이다. 나는 정책의 방향성을 말하고 싶어. 정치인들이 말하는 지역 정책을 보면 교통 편리에 집중돼 있다는 느낌이 들어. GTX가 대표적이지. 아까 경기도 외곽 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했잖아? 그런데 춘천과 대전에서도 서울까진 1시간 반이 걸려. 지금 세 지역의 느낌은 완전 다르지. 몇몇 사람들의 반발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그 지역과 주민을 온전히 위하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재단도 지역 불평등에 대해 더 고민해야겠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야. 오늘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간단한 소감을 말해줄래?

호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많이 잊고 살았던 것 같아. 인터뷰 요청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노무현장학생이란게 새삼스럽게 느껴지더라고. 중요한 도전을 하는 중인데 항상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효민🐶: 이전에는 교통 말고는 지역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지역 불평등이 인터뷰 주제라는 말에 그제서야 생각해보게 되더라. 난 노무현장학생을 마친지 얼마 안됐는데, 금전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 덕분에 여러 일을 할 수 있었어.

상훈🦊: 나도 노무현장학생이었다는 걸 인터뷰 제안을 받고 정말 오랜만에 생각했어. 예전에는 5월 23일이면 봉하마을에서 다른 장학생들을 만나고 그랬는데, 코로나19 이후로 한동안 못봤으니까. 그래서 노무현장학생이란 이름으로 뭔가를 한다는 게 정말 신나더라. 지역 불평등도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