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클리: 김 요원, 요즘 일도 많을 텐데 악성메일까지 받는다고?
효실 요원: 응. 언중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반대 내용을 쓰면 ‘반대한 니 이름 기억하겠다’ ‘이 기레기야’ 욕 메일이 오더라고. 개정안이 ‘언론재갈법’으로 명명되면서, 언론이 손해배상 당할까봐 법안의 문제를 기사로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렇다고 문제점을 지적 안 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해.
휘클리: 개정안 내용 짚기 전에 용어부터 물어볼게.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서 ‘가짜뉴스’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써도 괜찮은 거야?
효실 요원: 가짜뉴스와 오보를 구분하는 게 중요해. 가짜뉴스는 말 그대로 조작된 정보를 실은 보도를 말하고, 오보는 언론이 실수로 쓴 보도를 뜻하니까. 언론중재법 개정안엔 가짜뉴스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아. 대신 허위·조작 보도란 새로운 개념을 새로 도입했어. 언론학자들은 이 개념을 법률 용어로 인정하지 않아. 사실 언론피해 구제와 가짜뉴스 해결은 투 트랙으로 가야 하는데, 이번 개정안이 두 개를 허위·조작보도란 이름으로 모호하게 섞었기 때문이야.
휘클리: 이번 개정안의 추진 배경은 뭐야?
효실 요원: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크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대해서 국민들의 ‘찬성’ 응답이 계속 절반을 넘었던 것도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지표야. 실제 한국은 세계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수년째 꼴찌(40위)에 머물러 있기도 하고 말야. 이런 상황에서 법 개정에 불을 붙인 결정적인 사건을 꼽자면 지난 6월 조선일보에 실린 ‘삽화사고’야. 조선일보가 ‘성매매 사기 절도사건’ 기사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이미지를 넣은 삽화를 실었거든. 뒤늦게 조선일보가 사과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어. 개정안에 ‘기사 본질 내용과 다른 제목·시각자료’가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들어간 것도 이 사건이 영향을 미쳤어.
휘클리: 법안 중에 궁금한 걸 하나하나 물어볼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만 놓고 보면 민주당뿐 아니라 정의당, 언론계에서도 대부분 찬성하는 의견인 것 같아. 왜 그런 거야?
효실 요원: 언론보도 소송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액이 낮은 수준이긴 해. 2005년~2019년 언론 보도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꾸준히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야. 근데 엄밀히 따지면 손배액이 언론 피해자들에게만 낮았던 건 아냐.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정부에서 유가족들에게 배상액으로 1인당 8천만원을 제시했거든. 그 기준이 당시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받는 손배액이었어. 재판부 입장에선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었을 때 손배액이 8천만원인데, 언론 보도로 명예를 훼손당했을 땐 얼마를 줘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거지. 그나마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로 대법원 판사들이 모여서 손배액을 올리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손배액 기준이 조금 높아지긴 했어.
휘클리: 이번 개정안에 담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문제는 뭐야?
효실 요원: 논의를 하기 위한 자료나 데이터가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이 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기 때문이야. 대법원이 손배액 기준을 높여도, 실제 그래서 얼마를 높였는지 자료는 없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관련해 여전히 재량이 큰 사법부를 어떻게 움직일지, 손배액은 어떻게 산정해야할지 다양한 논의를 할 지점들이 많거든. 손배제도는 오래전부터 논의됐지만, 국회 문턱까지 간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 근데 이런 풍부한 논의를 '찬성 or 반대'로 납작하게 만들어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휘클리: 독소조항 중 하나로 '기사열람차단 청구권'이 꼽히는데, 왜 문제가 되는 거야?
효실 요원: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에서 ‘관리자에 의해 임시차단됐다’ ‘30일 동안 블라인드 합니다’ 이런 게시물 본 적 있지? 인터넷 사이트의 임시차단조치를 인터넷 보도로 확장한다고 보면 돼. 예를 들어 누가 한겨레 홈페이지의 기사가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기사열람 차단을 청구하면 그 기사는 며칠간 차단상태라고 뜨는 거야. 기사가 차단되는 건 결국 못 본다는 거잖아. △내용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 △신체·신념 등 사생활 영역 침해 △그밖에 인격권 계속 침해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당사자의 요청만으로 사실상 기사 삭제가 가능해질 수 있는 거지. 악용될 가능성이 커.
휘클리: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를 6개였다가 4개→3개로 줄인 거잖아. 어떤 이유로 삭제된 거야?
효실 요원: 우선 18일 민주당이 개정안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2가지 고의·중과실의 경우가 삭제됐어.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악의적으로 위반해 보도한 경우 △정정보도 등이 있음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야. 이중 만약 첫 번째 조항이 빠지지 않았다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삼성 엑스파일 보도와, 위장취업으로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는 <대한민국 요양보고서>는 허위·조작보도 대상이 되는 거지. 다행히 빠졌어. 25일 새벽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빠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는 피해를 입은 사실만으로 고의·중과실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야.
휘클리: 언론중재법에서 정하는 언론 범주에 유튜브는 제외됐는데, 사실 허위·조작 보도에 해당하는 뉴스 중에 유튜브를 통해 나오는 경우도 많잖아. 사각지대아냐?
효실 요원: 반은 맞고 반은 틀려
. 일단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가 개정안 대상에서 빠진 건 맞아
. 하지만 명예훼손을 언론중재법으로만 처벌이 가능한 건 아니잖아
? 민형사법
, 정보통신망법 등이 있으니까
. 실제 유튜버 ㄱ씨는 조국 전 장관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구속됐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례도 있어.👉기사보기
휘클리: 근데 그럼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누가 지는 거야? 언론사가 지는 거야? 아님 기자?
효실 요원: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언론사와 기자 등 모두가 책임을 질 수 있어. 17일 민주당이 수정안을 냈을 때 ‘기자 구상권 청구 조항’이 삭제됐거든. 기자의 고의·중과실이 명백하거나, 보도를 작성한 기자가 편집국 데스크를 속였을 경우 해당 기자에게 언론사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어. 근데 언론사가 기자 개인에게 문제를 떠넘길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언론사 내부 분열이 생기거나 기자가 위축될 수도 있어서 이 조항은 삭제됐어.
휘클리: 이번 개정안 통과되면 허위 조작보도 근절 가능한 거야? 언론계에선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어?
효실 요원: 언론에 겁을 주는 방식의 규제는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의견이 많지만
, 최소한의 허위 조작보도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 않을까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어
. 한국기자협회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징벌적 손배제 동의 여부를 물었는데
,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50.1%였지만, 동의한다는 의견도
34.3%로 적지 않았어
. 매체별로 지역방송사
(52%)와 인터넷언론사
(43%)에서 동의 비율이 높게 나왔어
. 실제로 기자들이 데스크
(부장
)의 부당한 지시를 받았을 때
“이렇게 쓰면 돈 물어내야 한다
”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거니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설문조사 결과 보기
휘클리: 이번 개정안 긍정적인 조항은 없어?
효실 요원: 정정보도 청구방법을 서면에서 전자우편, 인터넷홈페이지로 확대한 건 진작에 실시했어야 할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해. 언중위 인력을 확대하고 독자들도 언중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원을 다양화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해.